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 -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니시다 마사키 지음, 김지윤 옮김 / 행성B(행성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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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채 몇달 안 지난 유혹적인 새책들을 쌓아만 놓고 지붕 위 닭보듯 했다. 근 3개월간, 종이책을 넘겨가며 수액 맞는 힐링의 시간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이책과도 거리를 두었었다. 생각의 진폭이 좁아지니 덜 산만해지는 감은 있어도 확실히 둔해졌다. 그래서 간만에 집어든 가벼운 책이 [나는 괜찮은데, 그들은 내가 아프다고 한다]였다. 오롯이 임상에 몸담은 경력만도 20년, 의사가 된지 24년차의 의학박사 니시다 마사키의 에세이집이다. 부제는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이상한 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나 치료 모험담이 주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분석을 하고 있는 정신과의사 자신 역시 정상/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지 모른다는 솔직한 자기 성찰이다.

더하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해준다고 (21세기 일본 사회에서) 여겨지는 정신과 의사가 실은 극심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취약한 사람들임을 드러낸다. 의도적이라고 저자가 후기에서 적고 있다.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요즘 세대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하는, 의사라는 직업의 혹독한 일면"(245)을 의학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꼭 읽어주기를 당부까지 했다.


나는 이 책에 환자와 의료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공이건 실존이건 모두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국에서도 최근 '시사 in'이 수행한 설문조사를 보니, 응답자(한국인)의 높은 비중이 마스크 쓰는 이유가 자기보호보다는 '타인을 감염시킬까하는 우려' 때문이라 했다. 이 책에 등장 일본인들은 굉장한 수위로 타인의 기대와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하는 체화된 예의바름을 바닥 정서로 탑재하고 있었다.


심리에 미치는 문화의 영향을 연구한다는 "문화심리학자"라는 김정운 교수라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리뷰를 쓸지 궁금하다. 일본의 문화적 특색이 어떻게 독특한 집단적 정신상태에 기여한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간만에 책 잡으니 집중력 하나는 reset 수준이어서 책 다 읽는데 1시간이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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