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Wow 그래픽노블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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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살까지 '산타 클로스"와 루돌프 사슴코의 실존을 믿었다. 친구들이 다 아니라 하는데도, 클리스마스 선물로 받아보았던 책 포장지에 동네 서점 이름이 찍혀 있어서 의아해하긴 했어도, 굳게 믿었다. 소원 적은 편지를 냉동실에 숨겨 두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염력(?)+ 투시력(?)으로 다 찾아낼 거니까

20살 생일날, 딱 그 시점으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이런 순진무구한 생각의 오류 중 압권은, 스무 살 넘어가면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도 다 옳은 줄 알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혼내기만 하지, 혼나지는 않으니까. 이런 어린이가 어찌 공주왕자 등장하는 동화에서 결말 이후를 궁금해했겠는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라고 하면 그냥 믿었지. 게다가 "오래오래 행복하게"의 바로 앞문장에 늘 "결혼"이 등장하는 것을 눈치챌 만큼 똘똘하지도 않았으니





[공주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 의도적으로 전복적 캐릭터를 설정하고 비주류성을 표방하는 줄거리를 내세운 그래픽 노블입니다. 제목에 드러나죠? “왕자와 공주 아니라, “공주와 공주 만났습니다. 마녀가 성에 가둬 공주를 구하러 이가 왕자가 아니라 공주라는 설정을 했지요. 물론 갇힌 공주를 자유로운 공주가 구해줍니다.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최종적으로 결혼하며 동화를 끝맺습니다.

 




소위 낭만적 사랑의 주체들이 여성-여성 패라서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책은 미국도서관협회 레인보우 북리스트 TOP10 추천된  있습니다). 이들의 짝패는 여전히 기존 동화의 문법처럼, ‘자기 해방의 욕구가 강렬하고 모험을 즐기는  자존감 낮아서 현실에 안주하는  일깨워 감옥에서 벗어나게 합니다게다가 구출 당하는 공주 세이디는  뚱뚱해뚱뚱하고  생겼어.”라는 말에 주눅이 들어서 자기 비하가 심합니다비난이 온통 외모에 집중됩니다심지어 세이디 공주에게 저주를 거는 마녀가 바로 공주의 친언니입니다귀여운 동생이 백성들의 사랑을 받자 질투가 나서 뚱뚱하고 멍청하다며 동생을 세뇌시킵니다여자들간 질투와 모함이라는 사극의 단골 양념이죠여기서도 여성을 옭죄는 언어가 온통 외모에 집중되는  역시 단골 양념이고요. “뚱뚱해멍청해.”

 






아무튼 마무리는  다시 결혼입니다그토록 용감했던 흑발 공주는 금발의 미녀 공주와 결혼하면서 떨어요.  ‘ 혹시 떨고 있니?’ 그토록 용맹한 캐릭터가 금발의 파트너 앞에서 떠느라고 식은땀을 흘립니다만 결혼식은 성대히 진행됩니다이야기 전복 시도는 좋았지만전형성 투성이인데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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