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리스트에 [공기 파는 사회에 반대한다]를 올려둔지 꽤 지나도록 아직 못 읽었다. 왠지 제목만으로도 도입부를 읽은 기분이고 저자에게 "저도 반대합니다"라며 힘을 실어주고 싶다. 공공재라고 생각해온, 물이나 공기가 편재하나 더이상 균등하게 접근가능한 자원이 아님을, 우리는 학술서가 아니라 삶에서 경험한다. 


    


최근 아껴서 나눠 읽고 있는 [수직 사회]에서도 "10장"전체를 "공기"에 할애하다. 죽음의 돔이라는 독성물질 범벅의 공기에 누군가는 더 취약하지만 누군가는 더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불평등의 심화 현상으로 파악한다. 



이런 관심의 연장에서 작년에 일부러 찾아 본 다큐멘터리가 [블루 골드]이다. 그렇다. 돈이 되는 파란 거. 자원으로서의 물을 이야기한다. 물이 석유보다 더한 '골드'임을 알아본 사업가(국)들이 있는데, 물은 생존에 필수불가결하면서도 절대적으로 대체불가의 물질이기 때문이다. "물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단 [Blue Gold]를 보고 찾아 읽은 책이 [갈증의 대가]이다. 



[Blue Gold] 다큐에서도 물로 상징되는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숭고하게 그려지는데, [갈증의 대가: 글로벌 물 불평등과 다가오는 대혼란]에서도 저자 캐런 파이퍼의 실천적 학자 정신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현재 미주리대 지리학 부교수인 저자는 이 책을 쓰느라 거의 10년에 걸쳐 세계를 돌고 연구했다. 그녀는 "국제 거버넌스 기구들이 물에 관해 구사하는 언어를 실제 현장의 언어와 비교(67)"하는 것을 목표로 "현장의 진실ground truth"를 세상에 전하려 했다. 당연히 물을 둘러싼 거대 자본의 탐욕과 계략을 폭로하려는 저널리스트에게는 위기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녀는 취재하면서 여러 번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졌다.


서문에서 소설 장면처럼 생동감 있게 묘사되는 "2012년 세계 물 포럼"은 이후 이 책의 진행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를 물 산업의 시대로 만들어가고 있는 거대세력들, 반면 깨끗한 식수를 보편 인권으로 쟁취하려는 힘없으나 힘을 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진행형인데,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과정과 전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2020년 시점에서는 그래도 물 못마셔서 병이나거나 죽을 일 없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미래에 어떻게 전개될지를 상상하면, 아니 상상이 현실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면 한탄한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그런데 높은 데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깨끗한 물들을 독점할 것이고, 낮은 데 사는 이들에게 물은 잠긴 수도꼭지 속으로 꽁꽁 숨은 생존권이 될 것이다. 


읽은지 몇 달 지난, [갈증의 대가]를 다시 정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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