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사이드 업 Wow 그래픽노블
제니퍼 L. 홀름 지음, 매튜 홀름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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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unny Side Up』 이라. 노란 스마일리(Smiley) 아이콘 닮은 달걀요리가 떠오른다. 왠지 쾌할한 캐릭터가 '밝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소설이겠거니 싶었다. 추측이 반쯤만 맞았다. 주인공 'Sunny'는 어리버리 미완의 어설픔이 되레 사랑스러워 보이는 소녀이지만 마음에 어두운 고민을 감추고 있으니까. 


https://www.bookbugkalamazoo.com/event/meet-jennifer-matthew-holm-kpl


뉴 베리 상(Newbery Honor Winning)을 세 번이나 수상한 제니퍼 홀름의 그래픽 노블 첫 페이지를, 그녀의 친남동생 매튜 홀름은 하강하는 비행기 그림으로 꽉 채웠다. 플로리다 주, 웨스트팜 비치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소녀가 내린다. 마중나온 할아버지는 가슴팍 높이까지 자란 손녀, "Sunny"를 "큰 아기"라고 부르신다.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거야." 하며 환대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밝은데, 정작 'Sunny'의 표정은 뚱하기만 하다. 하긴, '55세 이상을 위한 은퇴자 마을'에서 거의 유일한 '10代'이니 친구들과 파자마파티 할 때의 표정이 나올리가 있나.


 

『Sunny Side Up』은 은퇴촌 방문객인 10대 소녀 'Sunny'의 느리게 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무슨 연유인지 가족과 따로 혼자 플로리다를 방문해서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풀이 죽어 있고 언뜻 언뜻 우울해지는 'Sunny'. 은퇴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고양이를 찾아 드리고 받은 용돈으로 만화책 사서 읽을 때만 반짝 신나는 표정을 짓지만 Sunny의 얼굴은 순간 순간 어두워진다. '작은 소녀에게 무슨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느덧 소녀를 좋아하게 된 독자는 'Sunny'를 걱정하고 보듬어주고 싶어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Sunny Side Up』에도 스포일러가 있다. 초등학교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Sunny'의 뒤편으로 긴 그림자가 보인다는 정도로 하고 넘어가야겠다.



 『Sunny Side Up』을 읽으며 어린 시절, 특히 감수성 예민했던 중학생 때 자주 일기장에 적었던 문장이 생각났다. "시련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온다. 감당할 길이 있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말했던 시련이란, 결국 성장기에 급증하는 몸무게나 선행학습해야했던 미적분의 난해함에 지나지 않았다니 이제와 생각하면 작은 시련일 수 밖에. 하늘이 꺼질 듯이 무거운 숨을 내쉬는 'Sunny'의 고민도 결국 3년, 5년, 50년 후에는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로 남을 터이니.......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그래픽 노블, 특별히 자극적인 에피소드나 드라마틱한 줄거리도 없는데 마음에 남는다. 나의 이야기, 누군가가 겪었던 고민의 지나온 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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