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몽트튀유 아동도서전에서 그래픽 노블로 선정되었다는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그림체가 "뽀메로" 캐릭터만큼이나 귀엽고, 색감이 화사해서 표지부터 끌렸습니다. 상상했던 대로 작가가 젊은 여성이군요.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벨기에 브뤼셀에서 거주하는 유럽 기반의 예술가, 엘로디 샹타(Elodie Shanta)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하였으나 아동문학에 관심이 생겨 가명으로 만화작품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실명을 내걸고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네요. 그녀의 온라인 공간을 방문해보니 아이들에게 미술 수업, 서점에서 팬사인회도 많이 하고 일러스트레이션은 물론 자수와 헝겊 아트로 뭔가 끊임없이 만들어내요. 창작욕에 불타는 예술가인가 봅니다.

좋은꿈 출판사가 한국의 독자를 위해 이 예쁜 프랑스어 그래픽 노블을 번역해주었습니다. 불어 전문 번역가 임영신 덕분에 프랑스어 장벽을 넘어 크레베트를 만날 수 있었네요.



만나본 적은 없지만, 『크레베트』를 통해 상상한 작가 엘로디 샹타는 외로움에 익숙하고 강하면서도, 따뜻하고 와글거리는 공동체를 동경할 것만 같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크레베트가 바로 그렇거든요. 크레베트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 마법학교에 두 번이나 응시합니다. 두 번 다 낙방했어요. '난 바보인가 봐'하며 좌절하는데, 작은 악마 조제프가 '아냐, 크레베트. 네가 잘하는 일도 분명 있을 거야.'라고 응원하면서 마법학교 입학시험을 도와주지요. 『크레베트』에는 그 외에도 마법학교 졸업생 고양이 가멜 등 크레베트에게 호의를 보이면서 낙천적인 친구들이 등장해요. 사실, 크레베트에게는 엄마가 안 계시답니다. 돌아가셨어요. 크레베트는 엄마의 영혼과 소통하며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혹은 마음 깊은 곳의 고민을 공유하지요.

삼수 끝에 마법 학교에 입학하여 엄마 영혼과 더 공유할 이야기가 많아졌는데, 그만 엄마의 영혼이 떠나버린 듯합니다. 울며 절망하는 크레베트를 친구들이 다독여 주네요. "네가 다 컸다고 (너희 엄마가) 생각하신 건지도 모르지'라고. 놀랍게도 크레베트는 친구의 다독임에 빠르게 마음을 추스릅니다. 엄마의 유골을 꽃들에게 뿌리고 유골함을 예쁜 꽃병 삼아 곁에 놓아두지요.





어린아이가 이렇게 슬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몇 컷의 그림을 통해서이지만 아프게 전해지네요. 예쁘고 서정적인 그림과 대사인데, 마음 한 쪽에서 아련히 애처로운 마음이 일게 합니다. 이렇게 크레베트는 부모 잃은 외톨이 꼬마에서 조금 더 씩씩해진 모습으로 성장해나갑니다.


『크레베트』의 장면마다 주인공을 사랑받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크레베트는 마법학교에 입학해서도 좋은 친구를 만나 잘 지내고, 서로 도움과 사랑을 주고받기에 외롭지 않거든요. 잘 커나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한 줄거리, '외롭고 힘든 상황의 친구를 다른 친구들이 도와서 행복하게 해준다"라는 줄거리이지만 힘 있게 전달됩니다. 고마운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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