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서 사람의 품격과 취향을 덧씌워 상상할 나이에 들어선 것도 같다. 핏줄 팔딱거렸던 시절, 거리에서 번쩍이는 간판과 로고만 보았다면 이젠 공간을 드나들던 사람들을 상상한다.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을 십수 번 찾으면서, 나는 이곳을 스치거나 머물렀던 배우, 김민기 대표, 관객, 스텝, 또 그 누군가......를 상상한다. 또 안다. 내가 이 극장을 다시 찾으리라는 것을. '학전블루,' 이 공간, 극단 나아가 여기 속한 사람들을 열렬히 응원하리라는 것을.



연극, "고추장 떡볶이" 보고 온 소감이 이야기하려는 데 '주저리주저리'가 길었다. 학전 어린이 무대의 대표작, 벌써 몇 번째인가? 세 번째 본다. 어린이 연극이라는데 어른이 주책이지 왜 보고 또 보느냐고? 게다가 120분짜리 작품이라는데? 아직 못 본 분들 하시는 말씀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재미있다. 메시지 정말 좋다. 믿고 보는 학전 블루, 역시 엄지 척! 어린이 연극이라지만, 객석에는 혼자 앉은 어른, 어른끼리 온 관객들도 꽤 있다.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고추장 떡볶이" 배우와 스텝, 김민기 대표, '학전블루'를 응원하는 팬들일 거다. 유료회원에 가입하면 혜택도 많고, 무엇보다 그 팬심 잘 키워나갈 수 있다. 2년마다 회원 갱신해야 하지만(현재 나는 유료회원 기간이 끝나서 재가입 이벤트 날짜를 기다리는 일인이다)......



고추장 떡볶이는 12살이다. 12년째 살아 있다. 2008년에는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 연극상을 수상했고, 제 17회 어린이연극상 우수작품상과 연기상을 더했다. 10살짜리 비호와 유치원생 동생 비룡이가 엄마 없이 집을 보면서, 떡볶이를 만든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그 안에 아이들이 키워야할 좋은 가치들을 다 담고 있다. 어린이의 자립 능력, 자존감의 의미, 가족의 소중함 등 좋은 메시지를 120분 안에 노래와 연기로 너무나 재미있게 풀어냈

다. 꼬마 관객 입장에서는 치약 까지 짜넣어 휘저을 뻔한 떡볶이가 과연 완성될까? 궁금할테고.


비호와 비룡이 역은 해를 바꿔 "고추장 떡볶이" 무대 올릴 때마다 바뀌는 것 같은데, 나는 2016년 박철완 배우의 연기를 여전히 기억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천방지축 귀여운 유치원생, 그러나 다 하고 싶고 잘 하고 싶고 어엿한 한 명으로 대접받고 싶은 그 귀여운 마음을 참 잘 표현해냈다. 2019년 출연진 역시, 학전에서 배출하는 배우들인 만큼 엄지척. 120분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할 즈음이면 관객들이 주제곡을 절로 따라부르게 된다. 제목이 "아이들도 뭐든지" 인데, 몇 번 부르고 나면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건강한 자존감이 높아진다. 노래가 넘 좋으면, CD 구매하면 된다.


"고추장 떡볶이" 다 끝나고 박수칠 때 꼬마가 몇 시냐고 묻는다. 2시간이 지났다니, 꼬마답게 놀라며 "30분 지난 줄 알았으니, 엄청 재밌는 거 맞네"하며 혼잣말 한다. 재미있는 걸 하면 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꼬마인지라. 다만, 1시 공연 끝나고서는 '아딸' 떡볶이를 먹을 수 없어서 4시 공연을 더 탐내했다.

요렇게 떡볶이를 먹기 좋게 담아, 공연 끝나고 극장 나오는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서비스는 토요일 4시 공연과 그 외 공연들. 혹 예매하실 때는 떡볶이 시식을 염두하시라.




포토존에 사람들 몰리기 전에 찰칵. 어린이무대인만큼 좁아도 깔끔하고 안전하게 꾸며놓았다.


공연 티케팅하며 할인 받는 방법이 다양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왠지 사람이 많이 몰릴 것 같은데, 설연휴 가족할인 받아 대학로 나들이겸 동선 짜봐도 좋겠다. 어린이를 둔 가족이라면 근처에 과학관, 마로니에 공원, 박물관 등이 있으니 하루 코스 설 연휴 즐기기에 딱일듯.


가상현실의 재미와 자극이 현실 세계의 생동감과 온기를 못 이긴다. 아니, 못 이겼으면 좋겠다. 긴긴 겨울 방학, 아이들이 폰 끄고 가뿐하게 일어나서 대학로 학전블루, "고추장 떡볶이" 보러 나왔으면 좋겠다. 클릭클릭, 영화 예매해서 대형 스크린에 4DX의 감각 자극 받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생동감과 온기에 비하랴. 놓치면 또 내년, 혹은 그 후년까지 기다려야할지 모르니 2019년 공연하는 김에 꼭 감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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