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번대, 그중에서도 590번대라면 도서관에서 좀체 기웃거리지 않는 서가 쪽 책일 텐데 제목에 혹해서 『고래뼈와 코르셋』을 뽑아들었습니다. '득템!'하며 재밌게 읽고, 기억이 가물거릴만해지자 6개월 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저자 이민정은 독특하게도 "의류직물"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입니다. 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인 『옷장에서 나온 인문학』의 저자이면서 고등 국어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다지요. 전문용어가 숨을 못 쉬게 하는 논문 스타일 글쓰기가 아니라, 초중고생뿐 아니라 어른들도 빠져들게 만드는 문체는 그가 패션잡지 에디터로 활약했다는 경력과 연결 짓게 합니다.
『고래뼈와 코르셋』은 여러 면에서 설혜심 교수의 『소비의 역사』를 연상시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 혹은 소비 대상 이면의 역사를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양념 쳐서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비슷하거든요. 설혜심 교수가 역사학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뜨고 있는 소비史 분야의 전문지식을 강의 PPT 수준 비주얼 자료로 일반에 공개했다면, 이민정은 옷, 옷감과 얽힌 정복과 착취의 역사, 구별짓기와 개인 집단의 정체성 등을 풍부한 곁가지 에피소드로 프릴 달아 내어놓았습니다. 재밌고, 유익합니다. 역사 공부, 요렇게도 하는구나 싶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