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zhak(2017) - 이차크의 행복한 바이올린

 



"이차크 펄만 (Itzhak Perlman 1945~)," 그가 세기적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사실을 모를 이 없겠죠? 저 역시 '클래식 문외한'일지라도 그의 연주를 일부러 찾아 듣곤 합니다. 2017년 내한 공연 당시, 한국의 팬들이 어찌나 뜨거운 후기를 올렸던지, 뒤늦게 Live 공연을 놓친 아쉬움도 느껴봅니다. 마침 그를 주인공 삼은 영화가 올겨울 한국에서도 개봉한다기에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는는 수입배급사 측에서 제공하는 홍보의 글 (http://naver.me/FwVe7pfS에서  취할 수 있을 테니, 저는 문외한으로서의 날 감정을 적어보겠습니다.   


"Itzhak(2017)"은 "2017년 뉴욕국제다큐영화제 공식경쟁초청 / 2018년 팜스프링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 2018년 아틀란타유대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이미 인정받았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Marvel 영화처럼 현란한 화면이나, 기승전결이 명쾌한 구조의 영화에 익숙한 이라면 다소 80분이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현재의 이차크 펄만과 그의 아내 토비 펄만의 일상을 중심으로, 주로 대화를 통해 관객들이 펄만의 과거를 상상케 하고 미래에 포부에 믿음을 갖게 합니다. 
이차크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귀 호강하리라는 예상은 영화관 찾기 전부터 했으나, 영화는 의외성의 의아함도 안겨주었습니다. 
첫째, 펄만에 버금가도록 그의 아내 '토비 펄만'의 목소리가 크게 전해집니다.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차크 펄만이야 이미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지 않았다해도 이미 전 세계적 유명인사이기에, 마치 이 영화가 '토비 펄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짓궂은 상상도 했을 정도입니다. 80분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토비 펄만'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문화자본조차 변별되는 부모를 둔 뉴요커 출신에 음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욕심이 대단했으나 욕심만큼 성공하지 못했음을, 대신 그녀는 천재(이차크 펄만)을 알아보고 천재를 남편 삼은 후 그의 연주에 여전히 감탄하면서도 매서운 비판을 가하는 매니저를 자청함을 알게 됩니다. 플러스, '토비 펄만'은 자신이 남편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사랑과 존중이 결합한 결혼이야말로 최고"임을 설교합니다 (반면에, 영화 속에서 이차크 펄만은 적어도 명시적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이나 고마움, 존경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토비 펄만은 남편과 새로운 후학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자신이 결국은 어린 시절 꿈을 연주가로서가 아니라 교육자로 더 크게 이루고 있음을 뿌듯해합니다. 때론 이차크 펄만의 목소리를 가져가듯 대리인처럼 이야기해대는 그녀의 모습이 당당해서 아름다운 동시에, 영화 제작 이면의 의도를 궁금하게 만들만큼 큰 비중으로 계속 등장하네요. 


 둘째, 이 영화가 이차크 펄만의 천재성을 관객과 이미 공유한 바탕 위에서 전개된다면 그 천재성이란 레이어 위에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신념'을 탑 데코레이션으로 올렸음이 의외였습니다. 현재는 미국인 자녀를 5명이나 두었고,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직접 찬사를 듣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지만, 펄만의 뿌리가 이스라엘이고 유대인임을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에게 각인시킵니다. 예를 들어, 이차크는 나치즘 신봉자가 바이올린 안에 몰래 상징기호를 새겨놓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더니, 바이올린의 현을 아예 다시는 연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격분합니다. 물론 그가 연주하는 그 유명한 쉰들러의 리스트도 소개되지요. 극장 객석에서 소름을 경험했을 정도로 애절한 연주였습니다. 이차크 펄만의 정신성이 현을 울리고, 사람들을 울리네요.  

영화 속 등장하는 젊은 이차크의 눈망울은 유난히 따뜻하고 맑습니다. 몸집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순하디순한 사슴 눈망울인데, 소리의 세계를 남다르게 감별하고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예술가의 행복함을 담고 있네요. 1945년생이니 이미 73세인 펄만의 눈빛에서 여전히 생기 넘치는 환희가 보이니 참 신기하네요. 아, 물론 낙천적 기질에서 나오는 장난기도 담겨있고요. 제아무리 화려한 스펙을 갖췄더라도 "자신이 진정하고픈 일, 잘하는 일"에 확신 없이 끌려다니는 인생을 사는 어른들을 많던데,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졌고,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펄만이 부럽습니다, 자신의 장애(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한 불편한 다리)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낮춰보는 데 대해 펄만이 "재능이 있다면 써야지(Use it), 테니스 선수가 될 건 아니잖아."  라고 소신을 밝히는 데 속이 후련하더군요. 최근 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시 뮤지션(musician)을 천직삼으리라는 소명의식을 보이던데, 천재들에게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군요! 



"Itzhak(2017)"를 명동 CGV 시네라이브러리에서 감상했습니다. 아트영화하우스라던데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고서는 개봉관 찾기도 어렵고 관객에게 소개되기 어려운 현실, 이 영화는 12월 20일 개봉된다던데 과연 몇개의 상영관에서 얼마나 오래 상영될까요? 걱정 되는 마음에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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