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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혼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김수현 작가 위상일까? 사카모토 유지는 일본에서 제 76회 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은 <최고의
이혼> 시나리오 원작자라고 한다. 이 드라마가 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덕분에 친절한 한국어 번역으로 소개받을 수 있었다. 박하출판사에서 발 빠르게, <최고의 이혼>을 2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해주었으니까. 1, 2편 다 하면 총 500여
페이지 분량의 소설이지만 치밀한 묘사보다는 통통 튀는 대사 중심이기에 무척 빨리 읽을 수 있다. 각본을
원작으로 소설화한 작품의 약점이자 매력인 듯.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최고의 이혼”은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기에 결코 주인공들이 각자의
길을 모색하며 이혼 도장을 흔쾌히 찍고 “쫑” 내게 놔두지
않는다. 되레, 이혼을 계기로 서로를 얼마나 애틋하게 갈망하는지를
깨달아 다시 ‘신혼’으로 돌아가게 설정한다. 주인공 유카와 마쓰오의 ‘밀당’만으로는
양념이 약하다. 그래서 그들과 커플로 ‘밀당’하며 연애의 타래를 복잡하게 얽게 하도록 또 다른 문제적 커플을 등장시킨다. 그
커플의 아카리는 마쓰오의 전 애인인데, 아카리의 현 애인은 타고난 바람둥이로 유카와도 ‘썸’탈 뻔한다. 일본인
특유의 예의바른 거리두기를 유지해오다가도 어느 순간 존대법을 버리고 반말을 주고받으며, 아슬아슬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일본 드라마의 특징일까? 주인공 캐릭터 네 명 모두, 태연자약한 척하다가 한순간에 욕망과 셈법을 훤히 드러내며 판을 흔드는 공통점이 우연의 일치인지, 일본 드라마의 문법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두 커플을 자칫 짝을 바꾸어, 바람날 뻔하나 ‘건전 드라마’ 답게 얌전하게 원래 짝을 찾아 해피엔딩 한다. 이혼했던 유카와 마쓰오는 다시 혼인서류를 내고 공식 부부가 되고, 류와
아카리도 배속의 아기 덕분에 끈끈하게 다시 맺어진다.

<최고의 이혼>은 일본에서 인기를 끈 후, 한국에
상륙한 셈인데 두 나라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적은 결혼, 이혼의 문법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해진다. 예를 들어, 1편에서
이미 이혼 서류로써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유카와 마쓰오는 남들의 이목이 두려워 쇼윈도 부부 생활을 지속한다.
유카의 경우는 시할머니를 실망하게 하거나 병환 중인 친정아버지께 누가 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더 들어가 보자.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유카의 시할머니는
손주와 손주며느리의 결정이 경솔하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유카의 시아버지는 “남의 집 소중한 딸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아들 마쓰오에게 버럭 화를 내고, 유카의 친정아버지 역시
“제멋대로인 딸 때문에 미안”하다며 사위에게 사과한다. 으흠…… 이어서, 직접
화법으로 결혼은 너희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두 가족, 즉
집안끼리의 인연”이라는 문법을 강조한다. ‘미혼’이 아닌 주체적 ‘비혼’이 증가하는 추세의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 이런 문법이 어색하게 느껴질 날이 올까? 결혼과 이혼의 문법은 앞으로 어떻게 어떤 속도로 바뀌어갈까? <최고의 이혼>을
읽고 나니 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길다면 꽤나 긴 <최고의
이혼> 1,2편 전부 읽고 나서 가장 의미심장한 대사로 기억되는 것은 바로 이것. “콩나물 따위는 (전골 냄비 속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익는다는 듯이 내버려두다” 사랑과 존중 받고 싶다면서
정작 상대를 콩나물 취급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대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