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
김민기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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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독서 취향을 고백하자면, '로맨스'류에 대한 과잉 저항감이다. 연애 공감지수 낮음을 번번이 확인하는 과정도 유쾌하지 않거니와, 어떤 '사랑꾼'들의 달달함에서는 인공감미료 향을 느껴기 때문이다. 표지부터가 핑크톤에 제목도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라니! 연극 대사로 읊는 시늉만 해보라 해도, 입 밖에 내보낼 문구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사실 살짝 비딱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하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다 읽을 즈음에는 아쉬움과 흐뭇함이 교차했다. 저자 김민기의 진솔담백한 글이 끝나가니 더 읽고 싶어 아쉬웠고, 이렇게 인간성 진국인 예비 신랑과 신부가 올 11월에 백년가약으로 맺어진다니 흐뭇했다.


저자에게는 상당히 미안하지만, 김민기가 개그맨이라던데 잘 알지 못하기에 녹색 검색창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는 예비신랑 김민기가 예비신부 홍윤아에게 주는 멋진 결혼 선물인로 보이는데, 아직도 온라인 상에서는 그들이 "아직도 연인?"인지 궁금해하는 글들이 떠다니더라. "(9년 만나는데) 지겹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하도 많이 받으니 김민기도 작정하고 이렇게 자신의 사랑법을 피력한다. "오래 만난다고 시들해야 하나요? 1년이면 파릇파릇하고 9년 만나면 시들해야 하나요?"

 

 

사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고 "매일매일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리"류의 고백은 듣는 이의 두 귀를 오그라지게 할 간지러운 표현인데,  김민기가 말하니 진솔담백하게 들린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를 읽다보면, 저자 김민기가 연인 홍윤아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려 하고, 상대의 존재 자체를 고마워하며 사랑을 오래 숙성시켜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꼼꼼하게 9년 연애의 에피소드와 사진을 챙겨 모은 그의 자상함도 놀랍지만, 구어체 반 문어체 반의 문장인데 입에 착착 감기게 사랑의 언어를 구사하는 그의 글솜씨도 인상 깊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수록된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롱패딩'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롱패딩이 유행하던 2010년대 초반, 다른 연애인처럼 비싼 롱패딩을 입을 수 없던 여자친구에게 김민기가 전재산 5만원을 들고 구제 가게가서 구제 롱패딩을 사서 선물했다고 한다. 김민기는 당시 "'돈 많이 벌면 우리 윤화 롱패딩부터 사줘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좋은 걸 못 사준다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 그 때 충분히 알아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더 열심히 벌고 싶다 (63쪽)"고 마음을 다잡는다. 김민기의 예비신부 홍윤화는 그렇게 김민기에게 의지가 되고,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사람이었구나. "그녀가 없는 삶을 상상하며" 김민기가 적어내린 글을 읽다보면 왜 김민기가 그토록 홍윤화를 소중히 여기는지 잘 알게 된다. 그녀는 단지 사랑의 대상일뿐 아니라, 김민기가 결핍하거나 포기해온 많은 가치를 환기시켜서 현실화시키게 북돋와주는 나침반이기도 하니까......

 

사랑도 쇼핑카트 비용배분 목록처럼 복잡한 셈법을 요구하는 기술로 보는 이도 있을 테고, 젊은이라면 사랑에 목 매달아봐야지 하며 미션 수행하듯 접근하는 이도 있을테고...... 사랑에 대한 정의만큼이나 사랑법이 다양할 터이니 참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랑일지라.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의 부제는 "김민기가 생각하는 오래 사랑하는 법"인데, 다 읽고 나니 그 답을 알겠다. '고마움'이다. 그 둘은 서로의 존재 자체에 대해, 서로가 자신을 변화시켜준 힘에 대해 고마워한다. 고마움과 애틋함이 섞여 오래 가는 아교가 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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