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문의: 02) 580-1300

장소: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일시: 2018. 10. 4 

공연시간: 20시(60분 진행)

공연 동영상(출처: SIDance 홈페이지) :https://www.youtube.com/watch?v=-IZZp0LKyP4 


 애정해온 SIDance, 서울세계무용축제가 21회를 맞았네요. "난민 Refugee"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개막작품으로는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추방"을 선택했다지요. 축제의 두 번째 작품은 "latente." 처음보는 단어이다 싶은데 , 스페인어겠지요? 무용수 파울라 킨타나 (Paula Quintana)가 스페인 국적이니까요. 이 매력적인 예술가에 반해서 온라인 digging을 해보지만 '스페인어 까막눈'인지라 아쉽습니다. http://www.paulaquintana.com/latente


"latente"는 2015년에 스페인 비스카야 Umore Azoka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역시 스페인어 까막눈이라 무슨 상인지는 패스). 스페인에서 공연했을 당시 포스터에는 무용수 파울라 킨타나의 무릎 아래 발만 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맨발의 현대무용도 아니고, 토슈즈의 발레 공연도 아닙니다. 사실 저는 "플라맹고와 현대무용의 퓨전 스타일"이라는 사전 정보에 이미 눈이 어두워져서, 파울리 킨타나의 공연에서 '움직임'을 보려 예술의 전당을 찾았지요. 첫 시작은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무대 네 귀퉁이 중 한 점에 서서, 격렬하게 발을 구르는 그녀는 진지하고도 비장해보였습니다. 


뭔가 내면의 뜨거운 것을 토해내지 않고는 현실에서 살 수 없다는 듯, 격렬하게 온 몸에 진동을 만들어내는 그녀에게 관객은 접근하거나 파고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녀 자신에게 몰입한 나머지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그리 가까운데도 그녀는 멀리 있어 보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파울라가 말을 시작합니다. 손전등을 객석 여기저기에 비추며, "여기 파울라, 있나요? (스페인어 원어는 당연히 기억이 안 납니다. 음색이 무척 발랄합니다. 아, 그 열정에 넘쳐 혀가 꼬일 듯 빠른 말투라니, 근 10년 동안 일상에서 들어본 적 없던 열정이 폭발하는 말투입니다. 갑자기 그녀가 관객에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적극적으로 눈을 맞추고 자신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꿈, 무의식, 다시 현실의 삶에서의 반복성.....파올라는 계속 말하며 연기하다 춤을 추곤하는데 이 모든게 사실 장르의 구분 없이 하나의 그림입니다. "플라맹고 +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에 매인 좁은 시야로, 이 작품을 보려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무대 위의 파울라는 객석에서 '파울라'를 찾으며 기다리는 연극을 합니다. 파울라에게 배달된 커다란 택배를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는 듯 주사에 가까운 헛소리를 랩처럼 쏟아냅니다. 기억나는 가사를 옮겨보자면, "일어나고 할일하고 다시 자고, 일어나고 할일하고 다시 자고," "나이트크림 바르고, 데이크림 바르고....." 등등.
그녀의 열정 가득 담긴 빠른 말투, 노래같이 극적으로 변하는 톤, 만약 같은 내용을 한국어로 들었으면 느낌이 달랐을까요? 그녀는  노래하다, 혼자 웃다, 간식도 먹고 의자에 앉아 쉬다가 옷을 벗었다 입었다 일상인듯 하며 꿈인지 무의식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을 뱉어냅니다. 추억을 환기하는 소음, 노래, 다시 조명들의 변화......"latente"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말이 떠오를만큼 산만하게 요소들을 펼쳐놓았는데, 놀랍게도 모든 관객들은 숨 소리가 안 들릴만큼 집중합니다. 그녀는 공간을 장악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멘텀에서는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자신의 주도로 어떤 시점에서는 도도하고 고독한 사제처럼 혼자 춤을 춥니다. 윗옷을 벗어 계속 돌려댑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처럼, 인공위성의 궤도처럼 혹은 무언가를 소환하려는 샤먼처럼.



"잠재적인"의 마지막 신은 큰 반전을 선사합니다. 이 글이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려고는 합니다만, 아쉽게도 "잠재적인"의 한국 공연은 2018년 10월 4일, 1회로 끝난 듯 합니다. 공연을 보고 싶은 분은 파울라 킨타나의 공연스케줄을 살펴 비행기를 타야겠지요? 그녀의 스타일을 맛보기시켜줄 동영상이 유투브에 올라와 있기에 공유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https://vimeo.com/15049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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