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죄책 - 일본 군국주의 전범들을 분석한 정신과 의사의 심층 보고서
노다 마사아키 지음, 서혜영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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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죄책 (노다 마사아키 著, 서혜영 譯, 또다른우주, 원제 : 戦争と罪責)”를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많은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그중 인상깊은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난징(南京)이 함락된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 일본군이 점령한 도시를 학생들에게 시찰시키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애국심을 함양하고, 학도병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전도구이었겠지요. 12명 정도의 일반 학생들은 난징을 시찰하는 기간 동안 숱한 시체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학살의 흔적이었습니다. 이들을 인도하는 군인들은 그 시체들을 숨기려고 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레 학생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강간과 살인을 권유합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놀라기도 했지만 점차 이들에게 동화되어 갑니다. 아니, 흥분하기에 이릅니다. 



하루는 그들을 인솔하는 장교가 자유롭게 중국인을 죽이라는 제안을 합니다. 



유도를 배운 학생은 목을 조르고, 가라테를 배운 학생은 때려 죽이려 하지만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습니다. 이에 장교는 시범을 보여준다면서 일본도로 목을 베어 죽여나갑니다. 


이제 학생들은 어떤 의문도, 어떤 죄책감도 없습니다. 이제 군대가, 군인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고 믿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학도병 출전 선동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덕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윤리적 딜레마가 뚜렷해지는 전쟁의 상황을 맥락화하면서 그 안의 개인을 강조합니다. 또한 전쟁의 혼란 속에서 책임의 문제는 그 어느 상황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양한 역사적 전쟁과 분쟁을 분석함으로써 전쟁의 공포 앞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증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명령 복종에 따름으로써 비도덕적인 행위를 간단하게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명령에 대한 복종과 개인의 도덕적 판단 사이에 내재된 혼란에 대해서도 고찰합니다. 과연 개인의 면책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명령에 따랐다고 해서 모든 전쟁범죄와 잔학행위를 면책해야 할까요? 




이 책은 역사, 법, 철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논쟁과 사례를 바탕으로 전시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 범죄에 가까운 잔항성 등의 영향에 대해 많은 질문과 함께 그 답을 찾기 위한 과정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쟁 상황에서 개인의 책임, 특히 갈등과 딜레마에 대한 통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전쟁과죄책 #노다마사아키 #서혜영 #또다른우주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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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이부치 -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
최덕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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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대학살.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에 입성한 이후 저지른 전쟁범죄를 뜻합니다. 민간인을 무참하게 학살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가 사람의 목을 빨리 베나 시합하는 100인 참수 경쟁까지 벌어질 정도였으니 지상에 펼쳐진 지옥이 따로 없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난징대학살 기간 동안 벌어졌던 악행들에 대한 자료들을 읽다보면 인간이 인간의 탈을 쓰고 저지를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무참합니다. 인류가 저지른 최악의 전쟁 범죄 중 하나로 이 기간동안 학살된 피해자만 12~3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이 난징 대학살 기간 중 생산된 문서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일본학계에서는 이러한 난징 대학살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본 극우 세력의 왜곡 시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난징 대학살을 다룬 “뚜이부치 (최덕현 著, 북멘토)”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난징대학살을경험한 아즈마 시로라는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토대로 픽션화한 책입니다.


일본군 소위로 복무 중인 아즈마 시로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초급 장교에 불과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구출했던 중국인 소녀를 위안소에서 발견하자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개인이 거대한 조직과 맞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알게되고 좌절합니다.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된 아즈마 시로. 그는 용기를 내어 단 한 마디를 남기기 위해 중국으로 향합니다.





 ‘뚜이부치 (对不起, 미안합니다)’


#뚜이부치 #단한마디를위한용기 #최덕현 #북멘토 #북유럽 #bookulove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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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리움
이아람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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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열병에 시달리는 동안, 어머니는 떠났습니다. 정신을 차린 소년은 이내,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머니를 기다렸지만, 반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음을 깨닫는 데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항상 어머니와 함께 한 세월이었기에 어머니의 부재는 소년에게는 세상이 격변하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이제 세상이 새로워졌습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제 벙커를 나가야 합니다. 


벙커를 나선 소년. 그 소년을 새까만 개 한마리가 따라 붙습니다. 스스로를 죽음이라 일컫는 존재입니다.




“테라리움 (이아람 著, 북다)”를 읽었습니다. 



제목의 테라리움은 식물이나 동물을 키우는 도구입니다. 이 테라리움은 폐쇄 생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어머니가 소년에게 선물한 물건, 바이오스피어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그란 유리병 안에 들어 있는 새우들은 내부에 발생하는 이끼를 먹고삽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빛. 이 유리병에는 빛만이 들어올 뿐 어느 것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도 나갈 수 없습니다. 완벽한 폐쇄 생태계. 마치 지구와 같습니다. 그리고 소년이 살던 벙커와도 같습니다.


평생을 벙커에서만 살았던 소년은 자신의 세상이 변했기에, 폐쇄된 생태계를 벗어나 ‘여행’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목적으로. 그렇게 벙커를 나섭니다. 그리고 존재들을 만납니다. 



독특한 느낌의 소설입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그것은 명확한 답이 아니라 독백처럼 모든 정보를 다 담고 있지 않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메타포일지도, 아니면 인류 문명의 탐욕으로 인한 종말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죽음과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이야기일지도요. 


주어진 정보에서 근사(近似)한 답을 도출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아니, 독자가 도출한 그 답이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테라리움 #이아람 #교보문고스토리공모전우수상 #북다 #장편소설 #장르소설 #SF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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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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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臺灣)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지역입니다. 선사시대에 남태평양과 인도양 전반으로 퍼져나간 오스트로네시아 계열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와이와 마다가스카르, 필리핀, 피지, 뉴질랜드의 원주민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하지만 타이완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동아시아 국가로서는 드물게 비교적 근세입니다. 이는 원주민들이 남긴 문자 기록이 없고 이주한 한족 중심의 역사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본토를 중심으로 한 중국 중심의 역사에 익숙한 나머지 대만의 역사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 정성공 (鄭成功)의 개국, 근대에는 다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국민당 정부가 국부천대 (國府遷臺) 했다는 정도의 개략적인 역사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타이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번, 숙번, 본성인, 외성인 등 여러 분류로 나눠집니다. 대만 원주민인지, 아니면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또한 언제 본토에서 넘어왔는지도 구분의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민족으로 구분하면 무려 40개가 넘는 민족으로 나누어지기도 합니다. 타이완이라는 곳에 살아가는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겠지요.


“포르모사 1867 (첸야오창 著, 차혜정 譯, RHK, 원제 : 傀儡花)”를 읽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컨딩 해변, 팔보공주라고도 불리우는 네덜란드 공주의 사당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각종 괴력난신의 소재가 되는 이 사당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전설 속에 전해져 오는 공주의 연인은 베셀링이라는 외과의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 공주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현지에서는 전해져 내려옵니다.  

팔보공주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 팔보공주에 얽힌 이야기에 오랜 기간 잊혀진 대만의 근현대사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1867년 아름다운 섬, 포르모사의 컨딩 해변에서 벌어진 역사의 ‘나비’ 날개짓 말입니다. 이 날개짓은 이후 일본의 대만 정벌과 함께 이후 50년간의 강점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 “포르모사 1867”은 대만의 근현대사에 중요하지만 잊혀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엮어 이야기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역사 소설입니다. 익숙한 역사가 아니다 보니 초반에는 다소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기 다소 힘들었는데, 이후에는 빠져들 듯이 읽었습니다. 




#포르모사1867 #첸야오창 #차혜정 #RHK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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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가 - AI의 정치학과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권력, 동물과 환경
마크 코켈버그 지음, 배현석 옮김 / 생각이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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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생성형 AI들 역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다는 기사입니다. (https://www.mk.co.kr/news/it/10804735?utm_source=daum&utm_medium=link&utm_campaign=relatednews) 


예를 들어 chat GPT의 경우 진보적 스탠스를 취하는 반면, 메타에서 개발한 라마(LLaMA)는 다소 보수적 스탠스를 취한다는 것이죠. 시안교통대 펑 샹빈, 카네기멜런대 박찬영·리우 유한, 워싱턴대 율리아 츠베코프 연구진은 14개에 달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에 대해 정치·사회적, 경제적 편향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러한 편향성은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며, 어떤 언어 모델도 정치적 편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연구진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인공지능은 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가 (마크 코켈버그 著, 배현석 譯, 생각이음, 원제 : The Political Philosophy of AI)”는 인공지능의 정치적 편향성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자체가 가지는 정치적 성격까지 다르고 있는 책으로 인공지능이 가진 정치적 함의라는 주제에 대한 고민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책입니다. 




책에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치 철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자체의 정치적 성격과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단순한 기술의 이슈가 아니라, 현실 정치나 사회적 측면에서 심도 깊게 다루어야할 주제이며, 자유, 인종차별, 정의, 민주주의와 같은 숱한 이슈와 더불어 매우 복잡한 규범적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여러 규범적 문제는 정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주된 내용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인공지능은 학습 데이터에 의한 편향성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결정을 내릴 때 편향성이나 차별성이 내재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권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 지능이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해 불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면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 지능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에서 특정 의견이 편향되게 제공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고찰은 인공 지능의 개발과 운용은 공정성과 권리를 보호하는데 신중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은왜정치적일수밖에없는가 #마크코켈버그 #배현석 #생각이음 #정치철학 #AI #인공지능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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