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 기후변화, 금융위기, 인간을 이해하는 불확실성의 과학
팀 파머 지음, 박병철 옮김 / 디플롯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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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부터, 퇴근길의 교통 상황, 때때로 확인하는 주식시장이나 환율의 등락까지. 

우리의 하루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합니다. 한때 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역설적으로 과학의 발전은 불확실성이 우리 세계의 본질적 특성임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뉴턴적 세계관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결정론적 세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디폴트인 비선형적 시스템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비선형 시스템에서는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시적, 혹은 은유적 표현이 아닌 과학적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날씨 예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글로벌 경제, 전염병의 확산, 기후변화까지 현대사회의 주요 문제들은 모두 이러한 특성을 보입니다.


최근에 읽은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 (팀 파머 著, 박병철 譯, 디플롯, 원제 : The Primacy of Doubt: From Quantum Physics to Climate Change, How the Science of Uncertainty Can Help Us Understand Our Chaotic World)”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흥미로운 통찰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먼저 저자의 약력을 소개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이 책의 특별함은 저자의 경력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팀 파머 (Tim Palmer)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취득 후 단기 및 장기 기후를 예측하는 ‘앙상블 예측 시스템(초기 조건, 물리 과정 등이 다른 여러 개의 모형을 실행하여 확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기상학자로도 이름을 알린 분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확실성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도구로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카오스 이론과 양자물리학에서 시작하여 기후변화, 금융위기, 전염병 등 현실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논의를 전개합니다. 

불확실성의 인정이 무력함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더 현명한 대응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바로 저자의 핵심 주장 중 하나인 것이지요. 일기예보가 '비가 온다’ 또는 ‘안 온다'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확률로 표현되면서 오히려 더 유용해진 것처럼,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태도는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저자는 불확실성의 본질을 설명합니다. 불확실성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근본적 특성이며, 특히 비선형 시스템에서는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날씨 예보에서 특히 잘 드러나는데,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합니다. 대신 우리는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지요.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신 확률적 사고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개인의 일상적 선택에서부터 기업의 전략, 국가의 정책결정까지 모든 층위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론을 기후변화 문제에 적용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확률적 조언을 제공하며, 최종 결정은 사회적 가치판단의 영역임을 분명히 합니다.

또한 팬데믹과 금융위기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됩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이나 금융 시스템의 붕괴는 수많은 변수가 얽힌 복잡한 현상이지만, 유용한 예측은 가능합니다. 경제 예측에서도 기상학의 방법론을 적용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확률적 예측은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장기 예측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각종 유의미한 접근법을 통해 활용 가능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과학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해입니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가 아닌 확률적 예측을 제공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은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가치판단이 모두 필요합니다.

그리고 불확실성은 우리의 한계가 아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더 유연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불확실성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통찰입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도전이면서 동시에 성장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지혜롭게 활용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이 책, “카오스, 카오스, 에브리웨어”는 현대 과학의 핵심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일반 독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시각과 도구를 제공하는 훌륭한 과학 교양서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카오스에브리웨어 #팀파머 #박병철 #디플롯 #컬처블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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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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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과거 자유중국이라고도 불렀던 나라입니다. 대만은 많은 역사적 경험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근대 이전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고, 일제 강점기를 겪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과 우방 관계를 맺인 것도 비슷합니다. 특히 두 나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해온 것조차 유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그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합니다. 장개석, 국민당, 밀크티, TSMC 정도 떠오르는 정도입니다. 대만의 깊이 있는 역사와 사회상은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비행기로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번에 읽은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우이룽 著, 박소정 譯, 현대지성, 원제 : 開箱臺灣史)”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현직 대만 역사 교사인 우이룽(吳宜蓉)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대만의 역사를 16개의 핵심 주제로 정리하여, 복잡하고 낯선 대만의 역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만의 역사를 4개의 주요 시기로 나누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각 시기는 독특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 대만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기는 선사시대부터 1683년까지를 다룹니다. 이 시기는 대만 원주민들의 창세신화로 시작하여,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통치 시대를 거쳐 정성공의 시대까지를 포함합니다. 특히 정성공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일본 통치 시대에는 그를 일본인으로 주장했고, 계엄 시대에는 반공 이념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청나라 통치 시대(1683-1895)를 다룹니다. 이 시기에는 한족의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어 대만의 인구 구성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대만이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때입니다. 저자는 이 시기의 원주민과 한족의 관계, 종교와 신앙의 문제, 서양 선교사들의 영향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당시의 사회문화적 변동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세 번째 시기는 일본 통치 시대(1895-1945)입니다. 이 시기는 대만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로, 신교육 제도의 도입과 함께 대만인들의 의식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이 시기 사람들의 일상생활, 여가와 오락 문화에 주목하며, 근대화 과정에서 대만인들이 겪은 변화와 적응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네 번째 시기는 1945년 이후의 중화민국 시대를 다룹니다. 계엄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눈부신 경제 성장 과정, 복잡한 외교 관계, 그리고 현대의 문화적 변화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특히 이 시기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며, 민주화 과정을 거쳐 현대적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각 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특히 각 장의 제목이 흥미로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대만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 책에서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대만의 역사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정체성 형성의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원주민, 네덜란드, 스페인, 한족, 일본 등 여러 민족과 문화가 이 작은 섬에서 만나면서 현재의 대만을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이 책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하며 발전해온 대만인들의 지혜와 저력을 강조합니다. 청나라 시대에는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일본 통치 시기에는 근대화의 기반을 다졌으며, 전후에는 경제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온 대만의 역사를 저자는 강조합니다.

더불어 저자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현직 역사 교사인 저자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성공이나 일제 강점기, 계엄 시대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룰 때도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역사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각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대만사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대만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역사적 통찰을 제공하고, 현재 대만이 직면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치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드디어만나는대만사수업 #우이룽 #박소정 #현대지성 #이북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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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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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열과 낭만의 나라 스페인. 한때는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이 나라는 지금도 전 세계 5억 인구가 사용하는 스페인어의 본산이자, 플라멩코와 투우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알람브라 궁전의 우아한 건축미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독특한 아름다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까지, 스페인은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페인의 문화유산 이면에는 수많은 갈등과 충돌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이슬람의 수백년 간에 걸친 대립, 신대륙 정복 과정에서 자행된 원주민 학살, 내전의 비극과 36년간의 독재 등 스페인의 역사는 영광과 오욕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들은 현대 스페인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이강혁 著, 가람기획)”은 복잡다단한 스페인의 역사를 100개의 핵심 주제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사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부터 현대의 카탈루냐 독립운동까지, 저자는 방대한 스페인 역사의 흐름을 7개의 큰 시기로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도 각 사건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놓치지 않고 짚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스페인의 역사는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중 하나로 알려진 알타미라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선사시대부터 서고트족의 침입까지 이베로족과 켈트족이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을 형성했고, 페니키아와 그리스 상인들이 드나들며 지중해 문명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가 반도를 장악하면서 라틴어와 로마법 등 로마 문명이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711년 타리크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슬람의 지배는 그라나다 왕국이 멸망하는 1492년까지 계속됩니다. 이 시기 코르도바는 이슬람 문명의 중심지로 발전했고, 알람브라 궁전과 같은 뛰어난 건축물이 건설되었습니다.  


1469년 카스티야의 이사벨라와 아라곤의 페르난도의 결혼으로 통일 스페인의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1492년은 스페인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라나다 왕국을 정복하여 국토회복운동을 완수했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으며, 네브리하의 스페인어 문법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카를로스 5세와 펠리페 2세 시대에 스페인은 세계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정복했고, 신대륙의 금은보화가 스페인으로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정복과정에서 처참한 희생을 당했고, 라스 카사스 신부와 같은 이들은 이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무적함대의 패배 이후 쇠퇴하기 시작한 스페인은 합스부르크 왕조가 끝나고 부르봉 왕조가 들어서면서 개혁을 시도합니다. 특히 계몽전제군주 카를로스 3세 시기에 여러 개혁이 이루어졌으나, 나폴레옹의 침공과 라틴아메리카 독립으로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스페인은 20세기 초 혼란기를 맞이합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마지막 식민지들을 잃었고,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으나, 이는 곧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는 36년간 철권통치를 펼쳤습니다. 이 시기에 피카소는 내전의 참상을 담은 '게르니카'를 그렸고,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습니다.


독재자 프랑코가 죽은 뒤 민주화가 진행되었고,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지도력으로 입헌군주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의 분리독립 문제, 경제 위기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융합의 역사를 잘 보여줍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로 대표되는 선사문명부터 페니키아, 그리스, 로마,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어떻게 교차하고 융합했는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또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의 순환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황금세기'를 맞이했던 스페인이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걸었는지 자세히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스페인의 정치적 갈등이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카탈루냐나 바스크 지역의 독립운동이 단순한 현대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각 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건들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함의를 함께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지배 시기에 대한 설명에서는 당시의 문화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것이 현대 스페인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다룹니다.


스페인의 그 장대한 역사를 100개의 주제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다소 피상적으로 다뤄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만, 스페인 역사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는 훌륭한 입문서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역사다이제스트100 #이강혁 #가람기획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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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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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전혜진 作, 폴라북스)”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폴라북스에서 기획한 '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SF 순정만화 원전의 세계관을 가져와 각 작가들이 오마주한 작품을 보여주는 이번 기획은 정말 색다르면서도 의미 있는 컬래버레이션입니다.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 SF계에 많은 작가들이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닌 듯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혜진 작가는 그 공헌의 상당 부분을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SF 순정만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전혜진 작가는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라는 리뷰집을 출간한 적도 있죠. 

이 컬래버레이션은 지금 현재 한국 SF의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위대한 헌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권교정 작가의 미완성 SF 순정만화인 “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달에서 태어난 '월인' 소녀 디오티마 우코. 표준중력의 1/6밖에 되지 않는 달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났기에 지구로 갈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채 폐쇄적 공간에서 필멸의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자신과 뒤따라올 이들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딛을 줄 아는 위대함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디오의 인물상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삶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한된 환경과 정해진 운명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진화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닌, 막연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내딛는 첫 걸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작품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선택과 행동이,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멸을 향해 가는 운명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립된 공간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인류의 진보가 거대한 도약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타인이 정의한 한계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만이 아닌,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단순한 교훈이나 관념적 논리를 넘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도전의 용기를 전해줍니다. 작가는 SF라는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섬세하게 비추어내고, 미래를 향한 희망적 시선을 제시합니다.


'달의 뒷면을 걷다'는 SF와 순정만화의 성공적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원작의 오마주로서, 그리고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모두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달의뒷면을걷다 #전혜진 #폴라북스 #현대문학 #순정만화 #제멋대로함선디오티마 #컬래버레이션 #SF순정만화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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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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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마거릿 애트우드, 산디 토츠비그, 시엔 레스터, 카밀라 샴지, 엠마 도노휴, 커스티 로건, 캐럴라인 오도노휴, 헬렌 오이예미, 린다 그랜트, 키분두 오누조, 엘리너 크루스, 수지 보이트, 앨리 스미스, 레이철 시퍼트, 클레어 코다, 스텔라 더피 共著,  이수영 譯,  현대문학,  원제 : Furies: Stories of the Wicked,  Wild and Untamed)”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비라고'(virago)라는 출판사의 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단편집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어 온 단어들을 재해석하고 전복시켜 부정적 함의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언어는 사고의 폭을 제한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호전적이고 영웅적인 여성을 뜻하는 '비라고'라는 단어처럼 프레임을 바꿔내려는 용감한 시도로 보입니다.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문체로 여성의 경험을 다양한 장르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원제나 번역본의 제목은 분노 (Furies), 복수이지만 단순히 여성의 분노나 저항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숙성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다양성도 인상적입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은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며 '경계적 존재들'의 연대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냅니다.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삼아 성 정체성을 탐구하며,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은 파키스탄의 전설적 존재 추라일을 통해 가부장제와 이민자 문제를 다룹니다.

또한 각 작품이 보여주는 여성 인물들의 다면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분노하거나 저항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신화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냅니다.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는 '타이거 맘'이라는 고정관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며,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은 갱년기라는 보편적 경험을 신화적으로 승화시킵니다.



이 시도들은 앞서 이야기 했 듯이 '여성의 언어'를 되찾는 시도에 있습니다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성을 규정해온 언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들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뿐 아니라 차별적 언어를 전복시키고 여성의 다양한 경험을 그려내는 이 책은, 단순한 저항을 넘어 나이, 인종, 계급, 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여성의 경험이 단일하지 않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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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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