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 드디어 시리즈 2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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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과거 자유중국이라고도 불렀던 나라입니다. 대만은 많은 역사적 경험을 우리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근대 이전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고, 일제 강점기를 겪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과 우방 관계를 맺인 것도 비슷합니다. 특히 두 나라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해온 것조차 유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그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합니다. 장개석, 국민당, 밀크티, TSMC 정도 떠오르는 정도입니다. 대만의 깊이 있는 역사와 사회상은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비행기로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번에 읽은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우이룽 著, 박소정 譯, 현대지성, 원제 : 開箱臺灣史)”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입니다. 현직 대만 역사 교사인 우이룽(吳宜蓉)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대만의 역사를 16개의 핵심 주제로 정리하여, 복잡하고 낯선 대만의 역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만의 역사를 4개의 주요 시기로 나누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각 시기는 독특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 대만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시기는 선사시대부터 1683년까지를 다룹니다. 이 시기는 대만 원주민들의 창세신화로 시작하여,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통치 시대를 거쳐 정성공의 시대까지를 포함합니다. 특히 정성공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일본 통치 시대에는 그를 일본인으로 주장했고, 계엄 시대에는 반공 이념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청나라 통치 시대(1683-1895)를 다룹니다. 이 시기에는 한족의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어 대만의 인구 구성이 크게 변화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는 대만이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때입니다. 저자는 이 시기의 원주민과 한족의 관계, 종교와 신앙의 문제, 서양 선교사들의 영향 등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당시의 사회문화적 변동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세 번째 시기는 일본 통치 시대(1895-1945)입니다. 이 시기는 대만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로, 신교육 제도의 도입과 함께 대만인들의 의식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이 시기 사람들의 일상생활, 여가와 오락 문화에 주목하며, 근대화 과정에서 대만인들이 겪은 변화와 적응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합니다.

네 번째 시기는 1945년 이후의 중화민국 시대를 다룹니다. 계엄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대만의 눈부신 경제 성장 과정, 복잡한 외교 관계, 그리고 현대의 문화적 변화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특히 이 시기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며, 민주화 과정을 거쳐 현대적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각 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려 노력합니다. 특히 각 장의 제목이 흥미로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대만의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 책에서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대만의 역사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독특한 정체성 형성의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원주민, 네덜란드, 스페인, 한족, 일본 등 여러 민족과 문화가 이 작은 섬에서 만나면서 현재의 대만을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이 책은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하며 발전해온 대만인들의 지혜와 저력을 강조합니다. 청나라 시대에는 국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일본 통치 시기에는 근대화의 기반을 다졌으며, 전후에는 경제 기적을 이룩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해온 대만의 역사를 저자는 강조합니다.

더불어 저자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현직 역사 교사인 저자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정성공이나 일제 강점기, 계엄 시대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들을 다룰 때도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역사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각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대만사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 대만의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복잡한 역사적 사건들을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역사적 통찰을 제공하고, 현재 대만이 직면한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만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치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드디어만나는대만사수업 #우이룽 #박소정 #현대지성 #이북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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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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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열과 낭만의 나라 스페인. 한때는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이 나라는 지금도 전 세계 5억 인구가 사용하는 스페인어의 본산이자, 플라멩코와 투우로 대표되는 독특한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알람브라 궁전의 우아한 건축미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독특한 아름다움,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까지, 스페인은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페인의 문화유산 이면에는 수많은 갈등과 충돌의 역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가톨릭과 이슬람의 수백년 간에 걸친 대립, 신대륙 정복 과정에서 자행된 원주민 학살, 내전의 비극과 36년간의 독재 등 스페인의 역사는 영광과 오욕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들은 현대 스페인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페인역사 다이제스트 100 (이강혁 著, 가람기획)”은 복잡다단한 스페인의 역사를 100개의 핵심 주제로 정리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사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부터 현대의 카탈루냐 독립운동까지, 저자는 방대한 스페인 역사의 흐름을 7개의 큰 시기로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도 각 사건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놓치지 않고 짚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스페인의 역사는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중 하나로 알려진 알타미라에서 시작됩니다. 또한 선사시대부터 서고트족의 침입까지 이베로족과 켈트족이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을 형성했고, 페니키아와 그리스 상인들이 드나들며 지중해 문명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가 반도를 장악하면서 라틴어와 로마법 등 로마 문명이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711년 타리크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슬람의 지배는 그라나다 왕국이 멸망하는 1492년까지 계속됩니다. 이 시기 코르도바는 이슬람 문명의 중심지로 발전했고, 알람브라 궁전과 같은 뛰어난 건축물이 건설되었습니다.  


1469년 카스티야의 이사벨라와 아라곤의 페르난도의 결혼으로 통일 스페인의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1492년은 스페인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라나다 왕국을 정복하여 국토회복운동을 완수했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으며, 네브리하의 스페인어 문법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카를로스 5세와 펠리페 2세 시대에 스페인은 세계 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정복했고, 신대륙의 금은보화가 스페인으로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정복과정에서 처참한 희생을 당했고, 라스 카사스 신부와 같은 이들은 이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무적함대의 패배 이후 쇠퇴하기 시작한 스페인은 합스부르크 왕조가 끝나고 부르봉 왕조가 들어서면서 개혁을 시도합니다. 특히 계몽전제군주 카를로스 3세 시기에 여러 개혁이 이루어졌으나, 나폴레옹의 침공과 라틴아메리카 독립으로 큰 시련을 겪게 됩니다.


스페인은 20세기 초 혼란기를 맞이합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며 마지막 식민지들을 잃었고, 정치적 불안정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공화국이 수립되었으나, 이는 곧 스페인 내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전에서 승리한 프랑코는 36년간 철권통치를 펼쳤습니다. 이 시기에 피카소는 내전의 참상을 담은 '게르니카'를 그렸고,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습니다.


독재자 프랑코가 죽은 뒤 민주화가 진행되었고, 후안 카를로스 1세의 지도력으로 입헌군주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했습니다.  그러나 카탈루냐와 바스크 지방의 분리독립 문제, 경제 위기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 의미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융합의 역사를 잘 보여줍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로 대표되는 선사문명부터 페니키아, 그리스, 로마,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명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어떻게 교차하고 융합했는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또한  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역사의 순환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황금세기'를 맞이했던 스페인이 어떻게 쇠락의 길을 걸었는지 자세히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현대 스페인의 정치적 갈등이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카탈루냐나 바스크 지역의 독립운동이 단순한 현대의 정치적 문제가 아닌,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각 시대의 주요 사건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건들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함의를 함께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이슬람 지배 시기에 대한 설명에서는 당시의 문화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것이 현대 스페인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다룹니다.


스페인의 그 장대한 역사를 100개의 주제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다소 피상적으로 다뤄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만, 스페인 역사에 대한 포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는 훌륭한 입문서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스페인역사다이제스트100 #이강혁 #가람기획 #컬처블룸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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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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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걷다 (전혜진 作, 폴라북스)”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폴라북스에서 기획한 '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SF 순정만화 원전의 세계관을 가져와 각 작가들이 오마주한 작품을 보여주는 이번 기획은 정말 색다르면서도 의미 있는 컬래버레이션입니다.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 SF계에 많은 작가들이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닌 듯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혜진 작가는 그 공헌의 상당 부분을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SF 순정만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전혜진 작가는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라는 리뷰집을 출간한 적도 있죠. 

이 컬래버레이션은 지금 현재 한국 SF의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위대한 헌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권교정 작가의 미완성 SF 순정만화인 “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달에서 태어난 '월인' 소녀 디오티마 우코. 표준중력의 1/6밖에 되지 않는 달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났기에 지구로 갈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채 폐쇄적 공간에서 필멸의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자신과 뒤따라올 이들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딛을 줄 아는 위대함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디오의 인물상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삶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한된 환경과 정해진 운명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진화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닌, 막연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내딛는 첫 걸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작품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선택과 행동이,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멸을 향해 가는 운명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립된 공간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인류의 진보가 거대한 도약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타인이 정의한 한계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만이 아닌,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단순한 교훈이나 관념적 논리를 넘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도전의 용기를 전해줍니다. 작가는 SF라는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섬세하게 비추어내고, 미래를 향한 희망적 시선을 제시합니다.


'달의 뒷면을 걷다'는 SF와 순정만화의 성공적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원작의 오마주로서, 그리고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모두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달의뒷면을걷다 #전혜진 #폴라북스 #현대문학 #순정만화 #제멋대로함선디오티마 #컬래버레이션 #SF순정만화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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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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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마거릿 애트우드, 산디 토츠비그, 시엔 레스터, 카밀라 샴지, 엠마 도노휴, 커스티 로건, 캐럴라인 오도노휴, 헬렌 오이예미, 린다 그랜트, 키분두 오누조, 엘리너 크루스, 수지 보이트, 앨리 스미스, 레이철 시퍼트, 클레어 코다, 스텔라 더피 共著,  이수영 譯,  현대문학,  원제 : Furies: Stories of the Wicked,  Wild and Untamed)”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비라고'(virago)라는 출판사의 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단편집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데 사용되어 온 단어들을 재해석하고 전복시켜 부정적 함의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특별한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언어는 사고의 폭을 제한하는 프레임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호전적이고 영웅적인 여성을 뜻하는 '비라고'라는 단어처럼 프레임을 바꿔내려는 용감한 시도로 보입니다.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문체로 여성의 경험을 다양한 장르를 이 책 한 권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원제나 번역본의 제목은 분노 (Furies), 복수이지만 단순히 여성의 분노나 저항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유머와 휴머니즘으로 숙성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품의 다양성도 인상적입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뜨개질하는 요물들”은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하며 '경계적 존재들'의 연대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냅니다. 시엔 레스터의 “진짜 사나이”는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삼아 성 정체성을 탐구하며, 카밀라 샴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은 파키스탄의 전설적 존재 추라일을 통해 가부장제와 이민자 문제를 다룹니다.

또한 각 작품이 보여주는 여성 인물들의 다면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분노하거나 저항하는 것을 넘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신화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풀어냅니다. 클레어 코다의 “호랑이 엄마”는 '타이거 맘'이라는 고정관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며, 스텔라 더피의 “용 부인의 비늘”은 갱년기라는 보편적 경험을 신화적으로 승화시킵니다.



이 시도들은 앞서 이야기 했 듯이 '여성의 언어'를 되찾는 시도에 있습니다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성을 규정해온 언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들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뿐 아니라 차별적 언어를 전복시키고 여성의 다양한 경험을 그려내는 이 책은, 단순한 저항을 넘어 나이, 인종, 계급, 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여성의 경험이 단일하지 않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복수의여신  #마거릿애트우드  #이수영 #현대문학 #현대소설 #엔솔로지 #단편집 #페미니즘 #리뷰어스클럽 #산디토츠비그 #시엔스터 #카밀라샴지 #엠마도노휴 #커스티로건 #캐럴라인오도노휴 #헬렌오이예미 #린다그랜트 #키분두오누조 #엘리너크루스 #수지보이트 #앨리스미스 #레이철시퍼트 #클레어코다 #스텔라더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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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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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 소개되는 부자들의 자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엘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2,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베르나르 아르노는 1,900억 달러, 제프 베조스는 1,800억 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 상위 3명의 자산을 합치면 한국의 연간 예산(679조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극단적 부의 증가 속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빈곤층이 1억 명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상위 1% 슈퍼 리치가 전 세계 부의 20~3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극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이런 부의 집중 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책이 있습니다. “부의 제한선 (잉그리드 로베인스 著, 김승진 譯, 세종서적, 원제 : Limitarianism: The Case Against Extreme Wealth )”입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가 제시하는 '부의 제한주의(Limitarianism)'에 대한 혁신적인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왜 우리는 가난에만 주목하고, 부의 제한선은 이야기하지 않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극단적 부가 사회, 민주주의, 환경에 미치는 해악을 분석하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부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제안이 단순한 부자 증세나 재분배를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극단적 부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기후 정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그들의 자산이 더 나은 곳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부자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부의 제한선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정치적 제한선과 윤리적 제한선을 구분하여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극단적 부가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합니다. 극단적 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곤층을 계속해서 빈곤에 묶어두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극단적 부의 대부분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되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부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잠식하는지 분석합니다. 또한 슈퍼 리치들의 소비 패턴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다룹니다. 그리고 극단적 부의 축적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논증하는 한 편 극단적 부의 재분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을 제시합니다. 


슈퍼리치는 일반적으로 자선사업을 많이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선은 해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자선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부의 제한이 궁극적으로는 부유층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부의 제한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미래 전망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시민,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청사진을 그립니다.

이 책은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구체적 해결방안까지, 극단적 부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각 장은 독립적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면서, 전체적으로는 부의 제한주의라는 하나의 큰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실천 방안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구조적 변화입니다. 정치적 제한선을 법제화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하며, 상속세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극단적 부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는 핵심 메시지와 연결됩니다.

둘째, 재정적 변화입니다. 부의 재분배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며, 공공재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자선이 아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통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셋째, 윤리적 변화입니다. 윤리적 제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는 '부의 제한이 부자들에게도 이롭다'는 메시지를 실현하는 방안입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극단적 부의 집중 현상이 가진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진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현실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기업 형태의 추상적 부의 제한 방법, 정치권력과 결탁된 부유층의 저항 극복 방안 등 실질적인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직면한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부의제한선 #잉그리드로베인스 #김승진 #세종서적 #책과콩나무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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