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노구치 유키오 지음, 박세미 옮김 / 랩콘스튜디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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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 세대들에게 일본은 이기고 싶지만 넘을 수 없는 숙적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참을 앞서 달려가고 있는 상대. 

분하지만 그랬습니다. 더구나 우리를 식민 통치했던 가해자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습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가 되자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심지어 PPP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나 국가경쟁력 같은 순위에서 일본에 앞서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이제 일본을 압도하는 분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이 큰 발전을 통해 이룬 성과이긴 하지만 일본이 제자리 혹은 뒷걸음질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도대체 일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 (노구치 유키오 著, 박세미 譯, 랩콘스튜디오, 원제 : 日本が先進國から脫落する日)”는 지금 일본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거시 경제적 관점, 산업적 관점에서 되짚어 보는 책입니다.


저자인 노구치 유키오 (野口悠紀雄)는 일본 대장성 (大藏省, 한국의 기획재정부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으로 현 재무성)에 재직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도쿄대, 스탠포드대, 와세다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하였고 지금은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경제학자입니다.


한 때 일본은 세계 경제의 정점에 올랐으며, 세계 모든 사람들의 질투, 경계,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국가였습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Japan as No.1”은 에즈라 보겔(Ezra F. Vogel)의 저서 제목이지만 당시 일본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당시 근미래를 다룬 많은 영화들에서 일본은 경제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로 묘사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과거에 축적한 자산으로 인해 근근히 버티고 있는 늙은 거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자는 일본에 대해 믿을 수 없이 가난해져 버린 한 때의 부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마약처럼 끊을 수 없게 되어버린 엔저현상, 엄청나게 침체한 산업 활력, 저임금, 뒤쳐진 디지털화, 고령화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시장의 조절 능력을 상실해버린 일본의 현실을 비판합니다. 이렇듯 시장이 조절 능력을 상실했기에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게 되고, 고도의 서비스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서 산업의 활성화도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현상 유지가 목적이었던 아베노믹스에 의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저자의 진단에 의하면 지금 일본 경제는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여전히 엔저라는 마약에 취해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상황이라 절망합니다. 


이 책은 지금의 일본을 비웃기 위해 쓴 책이 아닙니다. 노경제학자가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일본의 참모습을 제대로 진단한 책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비교해 산업 구조 재편을 이루어냈고 그로 인해 비교적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 중심 성장에 대한 정치권의 지속적인 공격, 고령화, 불공정 경쟁, 불평등 심화 등 많은 부분이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일본의 문제와 닮아 있고, 산적한 문제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대한민국에 대한 예언서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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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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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자 서지니 2022-07-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이 책을 구매하기 전에 서평을 다 읽어보는 중입니다만 책을 읽기 전이라 잘 몰라서 그러는데
리뷰에서 언급하신 소득중심 성장이란 표현이 소득주도 성장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아니면 다른 뜻으로 사용된 용어인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