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되지 않은 미래들은 과거의 가지들을 뿐이다. 마른 가지들.] p40

도시는 기억으로 넘쳐흐르는 이러한 파도에 스펀지처럼 흠뻑 젖었다가 팽창합니다. 자이라의 현재를 묘사할 때는 그 속에 과거를 모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과거는 마치 손에 그어진 손금들처럼 거리 모퉁이에, 창살에, 계단 난간에, 피뢰침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들에 담겨있습니다. - P18

"다른 곳은 현실과 반대의 모습이 보이는 거울입니다. 여행자는 자신이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발견함으로써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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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씨앗은 그 속에 하나씩 태양을 간직하고 있다]

삶에 안정된 것이란 없다. 우리가 아무리 안정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불확실한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정해진 삶을 사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일깨워 주었으니, 나는 그것을 최고의 진리로 알았다. - P81

불안정하고 약속되지 않은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용기를 갖는 것, 나에게서 떠나가는 것을 붙잡지 않으며 다가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는 것이 내 추구의 길이었다. - P82

목청껏 외치는 선동가들과 장사꾼들은 많아도 우리의 영혼을 바쳐 길의 안내자로 삼을 스승은 없었다. 더불어 그럴싸한 철학과 논리가 판을 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수작일 뿐 진정한 삶의 이해에 도달한 자의 설법이 아니었다. - P125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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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품 수록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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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어머니가 장티푸스를 앓으며 약을 많이 먹어. 혹시 모른다는 조바심에 낳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였다. 기껏해야 2.5kg정도였을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넌 정말 쬐그맣고 가무잡잡하고 못생긴 아기였어˝] 현재 그녀는 수많은 시람들에게 사랑과 존경받는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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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암석 대신 얼음으로 덮인 달

지구의 달처럼 하얗지만
지구의 달처럼
흉터가 패지 않은 달

아무리 커다란 운석이 부딪친 자리도
얼음이 녹으며 차올라
거짓말처럼 다시 둥그러지는, 거대한 유리알 같이 매끄러워지는

에우로파,
얼어붙은 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내 삶을 끝까지 살아난다 해도
결국 만질 수 없는 차가움

내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웃음이다.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여자이고 싶은지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고, 남자의 몸으로 여자를 안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다. 어린 시절, 점점 어두워지는 골목을 내다보며 어머니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우산이 없어. 강당 처마 아래 서서 잦아들지 않는 빗발을 바라보던 오후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도 인아다. 그런 순간 막연히 만나고 싶었던, 모르는 누군가의 희끗한 얼굴과 무심코 겹쳐지는 사람도 인아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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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AKUNAMATATA >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축복》 Q. ...

얻어도, 얻지 못해도 집착하지 않으면 괴로울 것이 없다!

캉쎄르;
˝책은 반드시 내돈주고 사라˝

하쿠나마타타;
˝소장할 만한 책만 돈 주고 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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