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적지, 여생 동안 정착해 살 수 있을 듯한 단 하나의 도시인 로마, (...) 그러나 낮이 되면 모든 것이 허물어졌다. 니스도 그 푸른 하늘도, 거대한 과자 아니면 상선 같은 모습의 밝은색 건물들도,
인적 없고 쾌청한 일요일의 거리들도, 보도에 비치는 우리의 그림자도, 종려나무들도, 그리고 프롬나드 데 장글레도, 그 모든 무대장치가 송두리째 미끄러져나가면서 스크린프로세스로 변해버리는 것이었다. 비가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기나긴 오후면 우리는 버림받은 기분으로 습기와 곰팡내에 묻힌 채 방안에 남아있었다. 
(...) 프롬나드를 따라 천천히 행렬을 지어 지나가는 저 사람들처럼 내 안의 용수철 하나가 끊어져버렸다는 것을 나는 인정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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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를 바퀴벌레처럼 짓밟아 뭉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면 수영하는 사람이 물속에 있다가 자유로운 대기로 솟구쳐 오를 때 맛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리라. - P78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목소리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마음을 어로 만져주는 듯했다. - P88

그는 고개를 돌리더니 큰 소리로 불렀다.
"폴....."
그러자 우리와 매우 가까운 어느 나무나 벽 뒤에 숨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운전사가 즉시 나타났다. - P89

나는 그런 종류의 사진은 반드시 찾으러 간다. 행복했던 한순간, 산책을 하던 쾌청한 어느오후의 그 덧없는 한순간으로부터 훗날까지 남게 되는 그 자취들 말이다.....그렇다. 그런 초병들을, 우리를 한 장의 스냅사진 속에 고정해줄 태세를 갖추고 그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사진기들을, 거리를 순찰하는 저 모든 기억의 파수꾼들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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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모든 것이 한데 섞여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의 여러 이미지가 가볍고 투명한 반죽으로 이겨 놓은 듯 한데 뒤엉킨다. 반죽은 늘어나고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무지갯빛 풍선 모양이 된다. - P54

어떤 사람들은 지난 사십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은 채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무성 영화의 배우들처럼 차를 마시고 있었다. - P55

아는 것이 너무 많고 누를 끼칠 염려가 있는 비밀을 감추려는 사람 같은 막연한 대답이었다. - P56

나는 막연하게나마 빌쿠르가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방에 밴 곰팡내처럼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살갗에 끈덕지게 달라붙어 있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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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기의 노래>

이제
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

물으며 누워 있을 때
얼굴에
햇빛이 내렸다

빛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가만히


[어떤 종류의 슬픔은 물기 없이 단단해서, 어떤 칼로도 연마되지 않는...] 다고 했다.
어떤 슬픔은 水滴穿石의 물기로 달래면
천년만년을 기다리면
쪼개지고 부서져서 산산이 흩어질지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면
지나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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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114 대한민국의 현주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실종되었으니 겁날게 없나? 사방팔방이 엉망진창.
2월의 첫날은 작심삼일패자부활전! 나부터 양심 찾기와 양심의 부활을 추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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