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첫날 짧지 않은 휴가를 얻어 구순의 엄마를 뵈러 왔다.
친정엄마가 책을 두 건 건네 주셨다.
˝윤선이 이모가 두어달 전에 책을 들고 인사를 왔더라 얼마나 대단한지... 너 오면 주려고 잘 모셔놓았는데... ˝
엄마의 사촌동생이고 내게는 외오촌이모의 시집과 수필집이었다. 수필집은 무려 여섯 번째 라 깜짝 놀랐다.
오래전 첫 자서전을 출간하시고 그때도 사촌언니에게 전해졌던 책,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이모의 용기있는 도전에 감탄과 박수를 보내드리며 나도 언젠가는 .....했었지만.....
기억이 가물한데 그때 이모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날 받은 도전과 결심으로부터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인 나.
장성한 후 이모를 2006년 선친의 장례식때 뵈었고 2019년 이종사촌제부의 장례식때 뵈었고...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집안의 경ㆍ조사가 있을 때 다수의 친지들 속에서 짧은 안부만 나누다보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 줄 전혀 몰랐다.
책과 나, 의식적인줄만 알았는데 내 몸과 정신엔 책과 노니는 DNA가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었다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증거를 재발견한 날.
빨리 책을 읽고 안부 인사를 드려야 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