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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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중에서

[‘연매장‘이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찔렀다. (...) 끝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보는 듯했다. (...) 시간이 어떻게 말만 없겠는가 시간은 색깔도 소리도, 형태도 없이 인간의 무수한 것들을 삼켜버린다. 나는 그게 바로 연매장이라고 생각했다.] 447

[ 그랬다. 그들은 우리가 모르기를 바랐다. 그들은 그들이 평생 짊어졌던 역사의 짐을 우리 등에 또 지우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침묵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451


그나저나 기억을 잃은 뒤 잠재의식 제일 밑바닥에 남는 건 가장 사랑했던 곳일까? 아니면 가장 증오했던 것일까? - P352

세상의 모든 일에 진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러니까 단순하고 편안하게 사는 게 언제나 인생을 진리라는 말이네 - P361

그랬다 하지만 혁명이라는게 네가 죽거나 내가 죽는 거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었겠지. - P368

"시신을 곧바로 흙에 묻는다는 뜻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관도 없고 시신을 감싸는 멍석도 없이, 노인들 얘기에 따르면 우리 고장에서는 누가 원한을 품은 채 죽으면서 환생하고 싶지 않을 때 연매장을 선택했답니다." - P372

우연일까? (...) 어떻게 해도 우연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우연이 겹치면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 P383

사실 어떤 사람이든 죽을 때는 세상의 비밀을 어느 정도씩 가져가기 마련이다. 그런 비밀은 말하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 P434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 P442

"누군가는 망각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해.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야."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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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녀 혼자만의 세상에서 걷고 앉고 눕는 듯했다. 거기에서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는 그녀 세상 속의 사람만 알 수 있었다. 칭린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었지만, 그녀의 세상 밖에 있는 존재였다. - P265

1949년 정월
맞는지 모르겠다. 이미 새해가 밝았다고 짐작할 뿐이다. 사실 짐작할 필요도 없다. 어느 해면 어떻겠는가. 무의미한 시간의 지옥이란이런 것이리라. - P276

운명이란 이렇게 기이하다. - P288

내 평생 다시는 즐거움이나 행복 같은 건 누릴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샤오옌의 등장으로 나도 즐거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이여, 제게 진 빚을 갚아주시는 겁니까? - P290

과거를 잊는 건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이다. 망각이 있어서 나와 네 어머니는 이렇게 오랫동안 편안히 살 수 있었다. 망각은 네 부담을 줄여주고 미래를 가볍게 맞이하도록 해줄 거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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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상에서 제일 이목을 끌지 않는 사람은 모두와 똑같은 사람이란다. 그래야 제일 안전하고. - P212

방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모두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릴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심장박동소리가 누구 가슴에서 나는지까지 알 수 있었다.
순간 그녀는 온몸에서 힘이 풀렸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상황이었다.
그 단상에 서면 죽고 싶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멈춘 듯했지만 정적 속에서도 조용히 흘러갔다.  - P215

"살 수 없다면 죽자. 다행히 우리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 맞아 죽는 것보다 낫다."
(...)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갔는데도 봄은 더디게 오고 있었다. 석양빛이 초봄의 한기에 얼어붙은 듯 열기를 내지 못해 그날 밤은 유난히 추웠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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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은 뒤 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것이 연매장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이 과거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이를 봉인하거나 내버린 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을 거부하는 것도 시간에 연매장되는 것이다. 일단 연매장되면 영원히, 대대손손 누구도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단순했다. 나는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 내 의혹과 고통을 성실하게 적어냈다.˝

작가의 말에서










아직 빛이 환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첫번째 수를 놓기 시작했다. 정말로 깔창이 필요했던 것처럼, 무료함에서 스스로를 구해내려는 것처럼 손을 놀렸다. 며칠 만에 금붕어 두 마리를 수놓은 깔창 한 켤레를 완성했다. 수를 놓는 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이 마음을 채웠다. 하늘에서 행복이 뚝 떨어진 듯 마음이 편안해지자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 P38

딩쯔타오는 술잔을 코밑으로 가져갔다. 그 때 갑자기 강렬하면서 익숙한 냄새가 콧구멍에서 가슴까지 전해졌다. 불씨가 그녀 가슴속 건초에 화르르 불을 당기는 것 같았다. 매서운 음성이 들려왔다. "마셔! 마시거라. 세 잔을 마시거라. 마셔야 힘이 생기고 담력도 생긴다." 목소리 뒤로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 P59

순간 머릿속에서 ‘끝없이 새하얀 대지가 정말로 깨끗하구나!‘ 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홍루몽]에 나오는 ‘끝없이 새하얀‘이란 표현은 이런 광경을 두고 하는 말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이상 몸부림치지 않고 어디까지 가는지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는 느낌만 남았다. 그녀는 눈부신 구름 위에서 하염없이 떨어졌다. 눈앞의 새하얀색이 회색으로 변하고 계속 진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새까매졌다. 그 어둠은 밑도 끝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그녀는 이게 어둠의 심연이며 자신이 이미 그 속에 떨어졌음을 알았다. - P63

그날 아침 산책을 마치고 공원을 나왔을 때 류진위안은 갑자기 다오사오몐이 먹고 싶어졌다. 이미 고향을 떠난지 오래라 남쪽 요리에 진작부터 익숙해졌고, 담백하든 맵든 전부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대해 아들 류샤오촨은 아버지 위는 동서든 남북이든 모두 아우르는 아주 개방적인 위라면서 개혁의 방향에 상당히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의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 일인지 고향의 다오샤오몐이 갈고리처럼 그의 마음을 잡아 끌었다. - P70

아내가 그리웠다.
류진위안은 천천히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에게는 할 일이 없었다. 살아가는 것 그리고 시간과 잘 지내는 것만이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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