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르쥬 뻬레즈 3부작 中 2부

당나귀 귀 레이몽이 아동요양시설로 보내지고....

그날 밤, 나는 다가올 아침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면서 보냈다.
내일이면 끔찍한 일이 벌어지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 아빠는 당장 그 자리에서 나를 패대기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뜸을 들였다가 다음 날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잡겠다는 심산이 분명했다. 왜 나를 그 즉시 혼내지 않았을까? 날 혼내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아빠의 혼을 빼놓을 만한 심각한 일이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무튼 평소 아빠의 태도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아빠가 가구를 부순 것은 간단한 준비 운동 같은 것, 말하자면 정식 요리가 나오기 전에 먹는 전채 요리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3

난 내 문제, 내 고민들을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난 그냥 이곳, 센터에만 계속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난 센터에서 지내는 게 좋았다. - P101

집에서 편지가 왔다.


아빠와 엄마는 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여동생 죠슬린이 부쩍 나를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내 상태는좀 진전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 진전도 없었다. 
난 아빠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다.  - P138

난 화상실변기에 앉아서, 종이 쪽지에 적혀 있는 단 한 줄의 문장, 삐뚤삐뚤 서투른 글씨로 쓴 단 한 줄의 문장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심지어 그 한 문장을 외워 노래로 부르기까지 했다. 맥박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가슴도 울렁거렸다. 난 너무 기뻐서 미칠 것만 같았다.
"오늘 밤에도 나를 보러 와줘."
와!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었다. 안느가 건네 준 종이엔 그렇게 씌어 있었다. 난 변기의 물을 내리고, 다시 교실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마치 발레리나라도 된 것처럼, 우아하게 공중으로 뛰어올라 발꿈치를 타다닥마주치는 고난도의 동작을 세 번씩이나 해보았다.  - P148

아빠와 엄마, 그리고 죠슬린이 날 데리러 온 것이다.

집을 향해서, 난 슬퍼서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울었다.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것들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그거야 늘상 있었던 일이고, 또 앞으로도 늘상 있을 일일 테니까. 내가 슬펐던 건, 그곳에 남겨 두고 떠나와야 했던 것들 때문이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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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 레이몽
집에서는 학대와 폭행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놀림받고 따돌림 당한다. 수요일 아침 빵집 아저씨의 용달차를 타고 마을을 돌면서 빵을 배달 하는 것은 이 모든 것들로부터 유일하게 해방되는 행복한 시간이다.
레이몽이 학대 받는 것을 알게된 빵집 아저씨는 레이몽을 조수로 데려가 주중에는 빵집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쎄르쥬 뻬레즈의 3 부작 中 1부

"자! 레이몽 라구스뛰르가 한 번 대답해 봐. 맘모스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세 군데 있단 말이야. 첫번째에는 열두 줄이있는데 각 줄마다 열네 자리가 있고, 두 번째에는 열여덟 자리씩 여섯 줄, 그리고 세 번째에는 열세 자리씩 아홉 줄이 있어.
여기까지는 확실히 알아들었지? 어려울 게 없잖아?" - P7

아이들이 요란스럽게 웃어 댔다.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간이 부은 거위처럼 소리를 꽥꽥 질러 댔다. 자로 잉크 병을 두드리는 소리, 교실 마룻바닥을 발로 동동 구르는 소리 들로 교실 안은 마치 마을 축제가 열린 것 같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바보같이 엉뚱한 대답을 한 것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0

엄마는 죠슬린을 팔에 안고 바로 두 발짝 거리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 혹시 누군가 보는 사람은 없는지 망을 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공중으로 튕겨져 나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거듭했다.
아빠가 발이며 손으로 마구 쳐대는 몰매를 피할 길이 없었다.
어쩌면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눈물이 범벅이 되어서 목으로 넘어 왔고, 나는 더 이상 비명도 지를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너무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나오지 않았다. 아빠는 내 몸이 미처 땅에 닿기도 전에 때리고 또 때렸다. 모든 게 너무 빨리 일어난 일이라, 내 몸은 가냘픈 토끼 한마리가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흔들거렸다.
머리가 아팠다. 아빠가 내 머리채를 거머쥐고 있어, 뒤통수가 참을 수 없이 아팠다. 나는 발버둥을 치며 내 몸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틈을 타 아빠의 손길을 피하려고 해보았다. 내 자신을 보호해 보려고, 방어해 보려고 말이다. - P103

"아빠가 나를 때릴 때는 살살 때리는 게 아니에요. 죽은 사람손으로 패는 법은 없죠. 매일매일 그렇게 온 힘을 다해서 날 때려요. 엄마도 때로는 아빠 매에 맞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엄마를 불쌍하게 생각하실 것은 없어요. 왜냐하면 거의 언제나 엄마가 아빠를 부추기는 편이거든요. 나를 때리라고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빵집 아저씨는 화제를 바꾸어 내가 다시 웃게 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아저씨는 내게 그냥 바보 같은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해서 웃기려고도 했다. - P150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것이 두려웠다. 내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아빠가 혹시 마음이 변할까 봐 무서웠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침착하게 냉정하게 곧은 자세로 서 있으려고 했다. 어떤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나이처럼 처신하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 P158

나는 노래까지 부르며 설거지를 했다. 죠슬린을 어깨에 메고라도 설거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행복했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도 미소라는 것이,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미소가 보인것이었다.



이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다운 진짜 인생이었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는, 매 순간순간마다 매 맞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진짜 인생 말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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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AKUNAMATATA > [100자평]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져라

벌써 11년전
그런데 11년 전과 난 달라진게 없네
인간 참 안변한다는 말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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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3-02-22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10년 전을 돌아봐도 삶의 큰 변화는 없으니까요.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면 몇 년 후엔 나아지지 않을까요?^^

HAKUNAMATATA 2023-02-22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 년전에도 동일한 생각~
10 년이면 뭐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부터 10 년뒤는 진일보를 기대하며 ~
응원감사합니다^^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p93
하루키도 한방울 나도 한방울 각각의 고유한. 이라고 믿고 싶으나, 그러나 그 한방울이 역사에 교환, 환치될 때 이윽고 천양지차의 간극이 벌어지고 만다.
으으으 하루키는 차곡차곡 한방울의 책무를 완수(?) 했고 나는 여전히 이도저도 아닌 환치불가의 한방울.....¿

얇다고, 지극히 사적이라고, 가벼이 볼 수 없는 책이다.
오늘날 하루키라는 인간( 이건 하루키식 표현 내가 감히 그분을 인간이라 칭할 수가) 을 있게한 필수 불가결이기에.
유일무이한 한방울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유함이 압축된 책이다.

가오 옌의 그림도 억수로 멋지다.
글의 여운을 200% 살려주는 예쁜그림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아닐까. - P93

아버지와 나는 고로엔 해변에 고양이를 내려놓고 안녕이라 말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하는 기분으로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는데, 조금 전에 버리고 온 고양이가 "야옹" 하면서 꼬리를 세우고 살갑게 우리를 맞았다. 우리보다 앞서 집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 P15

우리는 그 여름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줄무늬 암고양이를 버리러 고로엔 해변에 갔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그 고양이에게 추월당했다.
뭐가 어찌되었든, 우리는 멋지고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체험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해안의 파도 소리를, 소나무 방풍림을 스쳐 가는 바람의 향기를, 나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그런 소소한 일 하나하나의 무한한 집적이 나라는 인간을 이런 형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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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위안을 구하는 멍청이들이 있다!
내가 바로 그 멍청이 중 하나다.
존재.....
some of these days 머지않아서
존재.....
책속에 진리가 있다.
습관은 제2 의 천성이라 했다.
나는 그것을 책속에서 찾으려하고 습관도 들이려고 이 어려운 구토를 읽었다.
‘존재는 존재에 의해서만 한정된다‘- 고독자 앙투안 로캉탱!

p187
어제의 세계의 한 조각이 고립되고 잊힌채로 여기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1932년1월25 일 월요일
어떤 병처럼 찾아왔다.

 구토는 내 안에 있지 않다. 나는 그것을 저기에서, 벽에서, 멜빵에서, 내 주위의 도처에서 느낀다. 그것은 카페와 하나를 이루고, 나는 그 안에 있다. - P55

나는 게으름에 사로잡혀 세상은 오늘도 내일도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세상은 변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떤 일이라도, 그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 P185

굉장한 순간이었다. 나는 끔찍한 황홀경에 빠져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 못 하고 있었다. ᆢ
핵심은 우연성이다.
그러니까 내 말은, 정의상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간단히 말해서 여기 있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들은 나타나고, 누군가와 마주치게 되지만, 결코 연역될 수 없다. 
ㆍㆍ
다만 그들은 스스로의 원인이 되는 필연적 존재를 꾸며냄으로써 이 우연성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 어떤 필연적 존재도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우연성은 가장이나 흩트려버릴 수 있는 외관이 아니라 절대이며, 따라서 완전한 무상이다. 모든 것이 무상적이다. 이 공원도, 이 도시도, 그리고 나자신도 간혹 이 사실을 알아채게 되는데, 그러면 속이뒤집어지고, 저번 저녁에 랑데부 데 슈미노에서 그랬듯 모든 것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구토다.  - P305

예술에서 위안을 구하는 멍청이들이 있다니! 예를 들어 나의 숙모인 비주아는 이렇게 말했다. "네 불쌍한 삼촌이 돌아가셨을 때, 쇼팽의 ‘프렐류드‘가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몰라!" 그리고 연주회장들은 모욕받고, 상처입은 인간들로 꽉 차 있다. 그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그들의 창백한 얼굴을 수신안테나로 바꾸려 애쓴다. 그러면서 포착된 음들이 자양분 풍부한 부드러운 음식처럼 자기안에 흘러들어 온다고, 자신의 고통이 젊은 베르테르의 그것처럼 음악이 된다고 상상한다. 그들은 미美가 자기에게 연민을 품는다고 믿는다. 한심한 작자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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