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p93
하루키도 한방울 나도 한방울 각각의 고유한. 이라고 믿고 싶으나, 그러나 그 한방울이 역사에 교환, 환치될 때 이윽고 천양지차의 간극이 벌어지고 만다.
으으으 하루키는 차곡차곡 한방울의 책무를 완수(?) 했고 나는 여전히 이도저도 아닌 환치불가의 한방울.....¿
얇다고, 지극히 사적이라고, 가벼이 볼 수 없는 책이다.
오늘날 하루키라는 인간( 이건 하루키식 표현 내가 감히 그분을 인간이라 칭할 수가) 을 있게한 필수 불가결이기에.
유일무이한 한방울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유함이 압축된 책이다.
가오 옌의 그림도 억수로 멋지다.
글의 여운을 200% 살려주는 예쁜그림이다.

나는 한 평범한 인간의, 한 평범한 아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그 사실을 파헤쳐가면 갈수록 실은 그것이 하나의 우연한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 명확해진다. 우리는결국, 어쩌다 우연으로 생겨난 하나의 사실을 유일무이한 사실로 간주하며 살아있을 뿐이아닐까. - P93
아버지와 나는 고로엔 해변에 고양이를 내려놓고 안녕이라 말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하는 기분으로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는데, 조금 전에 버리고 온 고양이가 "야옹" 하면서 꼬리를 세우고 살갑게 우리를 맞았다. 우리보다 앞서 집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 P15
우리는 그 여름날, 같이 자전거를 타고 줄무늬 암고양이를 버리러 고로엔 해변에 갔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그 고양이에게 추월당했다. 뭐가 어찌되었든, 우리는 멋지고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체험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해안의 파도 소리를, 소나무 방풍림을 스쳐 가는 바람의 향기를, 나는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해낼 수 있다. 그런 소소한 일 하나하나의 무한한 집적이 나라는 인간을 이런 형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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