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든 씨앗은 그 속에 하나씩 태양을 간직하고 있다]

삶에 안정된 것이란 없다. 우리가 아무리 안정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불확실한 삶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정해진 삶을 사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누군가 나에게 일깨워 주었으니, 나는 그것을 최고의 진리로 알았다. - P81

불안정하고 약속되지 않은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용기를 갖는 것, 나에게서 떠나가는 것을 붙잡지 않으며 다가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는 것이 내 추구의 길이었다. - P82

목청껏 외치는 선동가들과 장사꾼들은 많아도 우리의 영혼을 바쳐 길의 안내자로 삼을 스승은 없었다. 더불어 그럴싸한 철학과 논리가 판을 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수작일 뿐 진정한 삶의 이해에 도달한 자의 설법이 아니었다. - P125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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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품 수록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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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어머니가 장티푸스를 앓으며 약을 많이 먹어. 혹시 모른다는 조바심에 낳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였다. 기껏해야 2.5kg정도였을 거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넌 정말 쬐그맣고 가무잡잡하고 못생긴 아기였어˝] 현재 그녀는 수많은 시람들에게 사랑과 존경받는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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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암석 대신 얼음으로 덮인 달

지구의 달처럼 하얗지만
지구의 달처럼
흉터가 패지 않은 달

아무리 커다란 운석이 부딪친 자리도
얼음이 녹으며 차올라
거짓말처럼 다시 둥그러지는, 거대한 유리알 같이 매끄러워지는

에우로파,
얼어붙은 에우로파
너는 목성의 달

내 삶을 끝까지 살아난다 해도
결국 만질 수 없는 차가움

내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존재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웃음이다.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여자이고 싶은지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고, 남자의 몸으로 여자를 안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도 인아다. 어린 시절, 점점 어두워지는 골목을 내다보며 어머니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저녁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 우산이 없어. 강당 처마 아래 서서 잦아들지 않는 빗발을 바라보던 오후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도 인아다. 그런 순간 막연히 만나고 싶었던, 모르는 누군가의 희끗한 얼굴과 무심코 겹쳐지는 사람도 인아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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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HAKUNAMATATA >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축복》 Q. ...

얻어도, 얻지 못해도 집착하지 않으면 괴로울 것이 없다!

캉쎄르;
˝책은 반드시 내돈주고 사라˝

하쿠나마타타;
˝소장할 만한 책만 돈 주고 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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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_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자선작_ 에우로파

무엇인가 들큼한 것이 벽 뒤에서 썩어가는 것 같던, 사람들의 미소와 목소리와 속마음이 모두 다른 말을 하는 것 같던 이물감이, 단순히 처음 진입한 사회생활에서 누구나 느낄 법한 주관적인 인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 P26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까다롭고 유난하고 피곤한 선택들로, 그러나 자신으로선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없었던 유일한 선택들로 이루어진 것이 그녀의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벽에 부고를 듣고 내려가며 생각했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릴 내려다보는 존재 같은 건 없다고, 우리를 혐오하거나 연민하거나 무관심한 존재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고 앞으로도 없다고. 밤의고속도로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 찌르고 찔리며 꿈틀거린다고.  그러다 죽으면 사라진다고. 그 모든 번민, 선의와 후회가 남김없이 무로 돌아간다고. - P41

거기서 멈췄다. 더 쓸 수 없었다.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그 고통의 바깥에 있다는 사실이 무섭도록 생생했기 때문이다. 더 쓸 수 없다고 메일을 보낸 며칠 뒤 새벽, 아직 잠들기 전이었는지 친구가즉각 전화를 걸어왔다.
그럼 더 쓰지 않아도 돼. 대사는 필요 없어. 말로 못하는 걸 몸으로는 할 수 있어. 몸을 비틀고 관절을 꺾을 수 있어. 무너지고 으스러질 수 있어. 그렇게 어떻게든 다다를 수 있어.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있어. 그러니까 네가 더 쓰지 않아도 돼. 원고만 넘겨.
하지만 나는 원고를 넘기지 못했다. 오직 그 모습, 머리에 눈을 인 소녀가 관절을 꺾고 몸을 비틀고, 무너지고 으스러지는 모습만 남았다. 친구가 무대에 올릴 그것과 같을 수 없을, 내 상상 속 그녀의고통만이.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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