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과 역설 -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 개정판 에드워드 사이드 선집 3
에드워드 W.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노승림 옮김 / 마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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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어렵다. 평행과 역설. 둘 다 우리에게 낯선 단어이다. 하지만 원제를 보면(그러니까 영어 제목을 보면) 은근히 재미있다. 'Parallels and Paradoxes', 둘 다 'Para'가 붙어서 뭔가 서로 연관된 단어 같다. 이 책의 부제인 '장벽을 넘어 흐르는 음악과 정치'로 미루어 보아, 각각의 단어는 음악과 정치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 책이 딱딱한 과학서나 인문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과 석학 에드워드의 대담집이라는 것을 감안해보았을 때, 이 책은 음악과 정치의 만남을 시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평행과 역설』은 신간이 아니다. 2002년에 출간된 것이 이번에 재출간된 것이다. 생각의 나무 출판사에서 내었는데(아, 또 다시 마음이 아파진다) 이번엔 마티 출판사다. 나에게 마티란 장정일의 독서 일기를 냈다는 출판사로 뿌리박혀 있다. 이 출판사가 이번에도 좋은 책을 냈구나, 라고 생각했다.  

  총 여섯 번의 만남, 다양한 시도. 『직설』과는 달리 두 사람끼리 전개하는 대화라서 폭넓다. 『직설』은 어찌 말하면 수박 겉핣기 식인데, 이 책은 작은 수박을 다 갉아먹는 책이라고 할까? 특히나 어려운 시대를 거치며 살아온 그들로서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으리라. 음악과 정치에 대한 토론뿐만이 아니라 문학과 역사에 대한 토론 등 내용도 풍부하다. 간만에 좋은 책을 만났다. 이들의 대화가 슬픈 현실을 바꾸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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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 - 1987년 민중운동의 장엄한 파노라마
서중석 지음 / 돌베개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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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이슈가 '한미 FTA 비준안 강제 체결'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 계약에 대한 사람들의 반대 시위. 나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아직 사람들의 들끓는 정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 물론 나 역시 FTA가 미국이 이익을 보려는 계획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항쟁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정부는 결코 국민을 우습게 보지 못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나는 『분노하라』라는 팜플랫을 읽었다. 저자 스테판 에셀은 이 현실에 분노하고 앙가주망, 곧 현실에 참여하라고 했다. 시위나 항쟁 역시 그 일부에 속한다. 시민 혁명의 대표 국가인 프랑스가 아니던가. 1789년의 대혁명을 일으킨 자들이 바로 프랑스 국민이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이 한국으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한국만의 항쟁 정신이 있다. 6월 항쟁이 바로 그것이다.  

 내년이면 항쟁 25주년이 된다. 역사학자인 서중석 교수는 그것을 기리기 위해 미리 700쪽에 가까운 『6월 항쟁』이라는 책을 내었다. 이 책에는 6월 항쟁의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조명하고 그 의의와 유산을 현대적으로 바라보아, 항쟁 정신을 이어나가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저자는 6월 항쟁이 8·15 독립,  4·19 혁명 이후 한국인이 맞은 '세 번째 해방'이라고 강조한다. 전두환의 독재로 인해 광주시민이 들고 일어난 5·18은 6월 항쟁의 전주곡이었다. 그리고 5·18이 아쉽게 끝맺지 못했던 것을 1987년 6월 항쟁이 마무리지었다. 그 점에서 6월 항쟁은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역사다.  

 저자의 생각과 감동이 이 책에는 많이 들어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상관없이 객관적인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6월 항쟁은 우리나라 국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념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과거로 돌아가 그 항쟁에 참여하고 싶다. 물론, 그런 항쟁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쟁은 잘못된 독재자들이 나타날 때 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항쟁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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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떠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홍윤.  

 필명 물만두. 

 그녀가 죽기 이전까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죽고 

 그녀의 사연과 리뷰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이번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한 번 그녀를 기억하고 싶다. 

 별 다섯 인생을 통해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추리 책방을 통해 그녀의 리뷰를,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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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11년이 끝을 보인다. 11월을 돌아보고, 어떤 책이 내 기억에 남았는지, 살펴본다. 이번 달은 소설이 유독 많으니, 인문부터 가자. 난 소수를 사랑한다. 

  

 철학자에 관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정작 소홀히 하는 작가, 자크 데리다. 그에대해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 『데리다 입문』. '자크'는 어디로 갔나? 제목처럼, 그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길. 『러시아의 역사』는 재 8판을 낸 것을 강조하며(이건 『변호측 증인』도 마찬가지지만) 추천사 하나를 메꾸고 있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데, 길다. 두 권을 합쳐서 1000쪽이 넘는다. 그런데 1963년부터 계속 베스트셀러라고 하니, 그 명성이 우리나라에게 전해질까 궁금하다. 윌 듀란트의 『역사 속의 영웅들』 역시 역사 속에 등장했던 '영웅'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영웅들이란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이 아니라 공자나 플라톤 같은 인류의 지성들을 말하는 것이다. 윌 듀란트의 철학적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이건, 불공평한 일이 틀림없다. 수많은 작가들이 주목을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며 작품을 내도 뜨거운 반응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루키는 그저 끄적인 것만 모아놓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 동안 하루키가 이룩한 거대한 문학과 감성의 성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이룩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다했기에 이런 것조차 인정되지만 그래도 불공정한 것은 마찬가지다. 책세상에서도 알베르 카뮈의 전집을 내면서 젊은 시절의 글이나 신문에 기고한 것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책으로 출판하지 않았던가? 그래, 이건 불만이 아니다. 놀라움이다. 한편으론 존경심이 담겨 있다. 잡문조차 이렇게 깊이 있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다니, 역시 하루키다, 라는 생각.  

 『중세의 뒷골목 풍경』은 제목만으로 날 자극한 풍경이다. 흔히 '암흑 시대'라 불리는 중세 시대에, 인간보다 신이 우선시되어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말살되어버린 시대, 그 당시의 뒷골목 풍경은 어떠했는지 심히 궁금해진다. 중세는 르네상스에 비해 알려진 자료가 별로 없을 텐데(특히나 기록이 거의 되지 않는 뒷골목 풍경은) 그림까지 사용하여 설명하다니, 그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물론 『르네상스 시대의 쇼핑』에 비하면 부족하겠지만). 뒷골목의 주류들의 생활과 중세 시대의 마녀 재판과 같은 일들까지 묘사하니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독재자의 여인들』은 그들의 운명을 알고 싶어서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책은 『노라』다. 『율리시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유명한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 노라에 관한 평전인데, 조이스의 작품을 번역한 김종건 교수가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노라의 생애를 다루는 동시에, 그녀가 조이스의 작품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율리시스』의 주인공 블룸의 아내인 몰리 그리고 블룸의 딸인 밀리, 블룸의 펜팔 여친인 마사의 모델로서의 노라의 모습을 다룸으로써 '조이스를 있게 한 여인'이라는 명칭이 어울리게 한다. 노라의 삶, 그리고 그녀의 힘(여기에 풍부한 사진 자료까지), 그것이 너무나 궁금하기에 나는 11월 최고의 주목 신간으로 이 책을 꼽을 것이다.  

 -아, 그나저나 생각의 나무 출판사가 부도난 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그리고 그것이 실화라는 사실. 2차 세계대전 속에서 일어난 쓰레기통 속의 장미와 같은 이야기. 참새 클래런스와 12년간 그를 지켜준 인간 클레어. 이 두 생물의 이야기는 감동의 도가니다. 피아니스트인 클레어 킵스와 어느 날 집 앞에서 주운 발과 날개를 다친 참새 한 마리.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은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질까? 

 4년 동안 700여명의 문학 전문가들이 집필한 대규모 문학 해설집 '문학의 광장' 시리즈 14번째 책인 이 책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거나 잘 알고 있는 미국 문학가들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시리즈 자체가 놀라운 것이라고 본다. 그 질 역시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역시나 하루키는 피츠제럴드다. 이 시리즈를 모두 사고 싶다. 

 강신주의 야심작인 『철학의 시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제자백가의 가르침을 오늘날에 대입시키려는 그의 노력이 대단하다. 『철학vs철학』 같은 다른 저작을 보면 강신주는 철학사를 오늘날에 대입시키는 능력이 있는 듯 하다. 

  

 이제 소설로 넘어가보자. 『미세레레』는 두 권으로 된 스릴러 소설이다. 저자인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는 『검은 선』으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이다. '미세레레'는 불길한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뜻이다. 한 성당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이 과거의 역사로까지 나아가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마르셀 파뇰은 19세기에 태어났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4부작 연작 소설 『마르셀의 여름(원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소년 마르셀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장해 간다. 그러니 이 책은 한편의 성장소설이자 노스탤지어를 유발하는 책이다. 꼭 읽고 싶은 두 소설이다.  

  

 빈스 플린의『권력의 분립』은 스케일이 큰 정치스릴러다. 미국의 백악관을 표지로 사용하는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CIA의 대테러 특별팀인 '오리온'의 비밀요원 미치 랩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국 내의 정치적 분열과 외부 세계와의 정치적 분열을 여러 지역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주인공의 러브라인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참고로 이 소설은 2001년 작품이며 미드 '24시'를 탄생시킨 작품이기도 하다(아, 근데 백악관을 보니 <다이하드>가 떠오른다. 

 『킵』은 제니퍼 이건을 국내에 소개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11년 퓰리처상 작가인 그녀는 무엇보다 '현대 미국인'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자신을 위한 글쓰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쓰는 모든 글을 그녀 자신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쓴다. 『킵(Keep)』은 고딕 소설풍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메타픽션의 구조를 띠며 한 수감자의 이야기로 뻗어간다. 말 그대로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장르가 너무나 조화롭게 섞여져 있어서 이 책은 '어느 장르의 책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냉철하면서 감동적인 문장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힘있게 실어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소설이 21세기 문학 분야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유명한 히페리온의 이야기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걸작 『히페리온의 몰락』, 굳이 말하지 않아도 SF를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기쁜 소식이다. 그리고 표지가 참 예쁘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스키 스택하우스 열 번째 이야기 『죽여도 가족』도 기대된다(참고로 이 시리즈의 제목에는 항상 '죽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활자 잔혹극』은 『변호 측 증인』의 재판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명작의 부활이다. 1977년 작품이다. 그리고 이미 국내에 『유니스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원제는 'A Judgement In Stone'이다. 주인공 유니스는 문맹이기 때문에 커버데일 가의 가정부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활자와 너무나 가까웠던 중산층이었다. 그래서 유니스는 그들을 죽였다. 이렇게 시작된 잔혹극은, 전개된다.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소설인 것 같다. 

 블랙 로맨스 클럽 첫 번째 시리즈 책, 『열일곱, 364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이다. 제시카 워먼(woman)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과 미스터리 스릴러를 절묘하게 조합시킨 작품으로서, 두 가지 다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만족을 줄 것이다. 소설은 18번째 생일이 되기 전날 죽음을 맞이한 소녀가 자신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것으로 시작된다(이 부분에서 <러블리 본즈>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 앞에 그녀보다 1년 전에 죽은 알렉스라는 남학생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이 시작된다. 현대 사회의 문제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스릴러를 읽는 즐거움을 주며, 성장소설의 감동을 주는 이 책, 블랙 로맨스 클럽과 함께 성장하길 빈다. 

 『대지의 딸』은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였던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형식의 자서전에 가까운 책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결혼 등)와 당시의 사회 문제를 동시에 서술해나갔던 과거의 저널리스트의 소설이 기대된다. 

 11월 신간 중 가장 기쁜 신간 소식 중 하나가 주제 사라마구의 『물의 침묵』이라는 동화가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사라마구는 나에게 특별한 작가이다. 그렇기에 죽은 그의 동화가 출간된 것은 기쁘지 않을 수 없다. 24쪽이라는 짧은 동화지만 그 속에 어느 성찰과 교훈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진다. 

  

 필립 딕 SF 걸작선 다섯 번째 책인 『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은 영화 <매트릭스>의 소재가 된 걸로 널리 알려져 있다. 21세기 초의 미래를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표지가 무섭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내용만큼이나 사진, 곧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그 섬뜩한 흑백사진들이 작가가 직접 모았다는 점, 저자만이 알고 있는 사진의 진실이 있다는 점이 섬뜩하다. 그리고, 최근 연달아 쏟아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굳이 『마구』만을 내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새벽 거리, 백은의 잭, 마구, 그의 마니아들은 일단 이 세 소설만으로도 기쁠 것이다. 우타노 쇼고의 팬들도 그렇고. 평화를 유지하고 싶은 가족에게 찾아오는 범죄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SF 명예의 전당 시리즈가 드디어 나왔다. 수없이 쏟아지는 SF 중에 명예로운 것만을 모아놓은 시리즈다. 미국의 SF를 소개하는 것으므로 체코의 것보다는 조금 익숙할진 몰라도 여전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명예의 전당답다. 

 

 

 

 

  

 

 

 

 

 

 

  

 솔 벨로의 소설 세 권이 펭귄클래식에서 나왔다. 솔 벨로, 민음사의 『오늘을 잡아라(Seize the day)』 말고는 국내에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작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1976년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헤밍웨이와 포크너를 잇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대표작 세 편이 연달아 출간된 것은 기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세 작품이 기대되는 까닭은 펭귄클래식만의 뛰어난 표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소설의 주목 신간을 살펴보자. 비록 국내소설에 대한 신간은 별로 없지만, 각각의 소설의 존재감이 매우 크다. 신경숙의 『모르는 여인들』은 8년만의 단편집인데, 북트레일러를 통해 본 그녀의 문장이 참으로 아름다워서 더욱더 끌린다. 문장은, 나아가 글은 쓰는 사람의 역량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거장 이문열 역시 오랜만에 『리투아니아 여인』으로 독자들에게 인사했다. 리투아니아 여인인 여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 여우 발자국』의 저자가 『모던 팥쥐전』의 저자라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자. 일상적 판타지의 달인이라고, 나는 그녀를 평가한다. 이번 소설도 눈에 보이는 대로만 보고, 귀에 들리는 대로만 듣는 우리의 일상적 관념을 깨뜨리리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한 편의 산문시이다. 문학동네에 연재되었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나도 그 중 하나였다)을 받으며 짧은 연재를 끝마친 이 장편소설, 언제 나올지 궁금했는데 벌써 나왔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한 남자의 이야기와 한 여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전개하는 비밀스런 문장이다.  

  

 그 외:  

  

 

 

 

 

 

 

 1.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이성숙 작가의 청소년 소설. 자살하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자 사연도 다르고 그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그들은 오직 '죽음'을 목표로 땅끝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변화된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추천한다. 

 2. 도둑의 탄생: 김진나 작가의 도둑 판타지.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 로보가 『완전한 도둑』이라는 책을 읽고 도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 도둑이 된 이야기이다. 하지만 제목과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목적은 단순히 판타지가 아니라 그것을 덮개로 한 현실비판서다. "도둑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 (…) 게다가 소유하는 순간 도둑맞을 위험도 생기고." 라는 문장은 오늘날의 현실을 뼈아프게 파고든다. 

 3. 롤리팝과 책들의 정원: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여자들의 욕망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딸과 어머니와의 심리적 갈등을 그려냈다.  

 4. 잔혹한 세계사: 세계사에서 일어난 대량학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가 어느 유튜브 동영상으로 봤는데 역사상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인 재앙은 바로 '홀로코스트(2차 세계대전에 나치의 유대인 탄압)'였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자연의 재앙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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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 한국 사회의 위선을 향해 씹고, 뱉고, 쏘다!
한홍구.서해성.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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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설하면, 별로였다. (듀엣을 제외하고) 제각기 다른 50명의 사람들과 대담을 나눴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직설 내용보다는 직설을 한 사람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안철수, 박원순, 김제동, 조국, 고은, 그리고 리영희 등....... 그리고 한홍구와 서해성의 유쾌한 입담도 그 식상한 패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솔직했다. 이 직설들은 《한겨례》에 1년 동안 연재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연재 기간 동안 그 독한 언행 때문에 많은 비난과 안티를 낳기도 했다. 문재일 씨와의 공개 직설에서도 '직설'다웠다. 공공의 눈이 보고 있는데, 그것에 서슴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것은, 어찌보면 무례함이나 무모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이야기'였다. 물론 이들의 대화 내용은 대부분 사회적, 정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엔 인간적 정이 묻어났다. 이런 기획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서먹서먹했던 이들이 두 세 시간의 솔직한 대담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 직설이 기획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일방적인 인터뷰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였다는 것만큼은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싫은 사람, 좋은 사람 다 담겨 있으니까(설마 이 책에 나오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러한 증오의 분명한 이유는 없으리라. 게다가 청소아줌마들도 있거니와). 만약 나처럼 고은 시인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그 부분을 보면 되는 것이고, 싫은 사람 이야기는 안 봐도 된다. 어차피 이 직설은 골라먹을 수 있으니. 나는 아직 충분한 경험을 못했으니 두루두루 맛보았고.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많이 등장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지루해졌지만 그만큼 대통령 '가카'에 대한 직설은 더욱 거세졌다. 『직설』은 특히 현직 대통령 정권에 대해 직설을 많이 했다. 4대강 이야기, 선거 이야기(정동영), 그리고 촛불 시위....... 가장 최근의 기록이기에, 가장 신선하고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책, 직설. 한겨례 출판에서 출판되었는데 서문부터 한겨례에 대해 직설을 하는 대담한 직설꾼, 한홍구, 서해성. 분명히 이 책엔 뭔가 있다. 날카로움 이상의, 그러나 절제가 포함되어 있는 뭔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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