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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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현대인들, 곧 우리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우리에겐 25시간이 주어져도 부족할 정도다. 옛날에는 이렇게 시간에 쫓기지 않고, 생체 리듬에 맞춰 여유롭게 살아갔던 현대인들이 왜 오늘날은 그렇지 못한가? 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휴식』의 저자인 울리비 슈나벨의 나라, 독일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들도 이 해결하기 힘든 현상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렇게, 날마다 시간에 쫓기며 쉼없이 일하고 움직여야 하고, 또 그러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 대해 저명한 저널리스트가 내린 처방전은 무엇일까? 바로 "쉬어라!"다.

 

 이 책에서 저자는 휴식만이 현대인들을 위한 유일한 처방전이자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휴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시간이라는 선입견이 들어서면서,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이 생겼다. 그래서 저자는 <위대한 게으름뱅이의 갤러리>와 3장 전체를 통해 휴식은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해주는 밑거름이며 결코 잃어버리는 시간이 아님을 강조한다. 게다가 나중에 밝혀지는 바와 같이, 『휴식』 역시 절반은 휴식의 일종인 산보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휴식'의 개념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무엇이 휴식이고, 어디까지가 휴식인지 분명히 정해주지 않아서, 막연하게 "무조건 쉬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휴식은 그 정의보다는 방법과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쉬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만으로도 휴식은 그 가치가 있는 법이다. 더구나, 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겐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치워버리라는 과감한 결단은 어떤 정의보다도 강렬한 외침이다.

 

 나는 시간에 쫓기고, 최신 정보를 찾느라 촉박한 시간을 허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마음 같아서는 러셀의 『행복의 정복』과 세네카의 『인생은 왜 짧은가』를 권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댈 테니까). 이 책에는 읽을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래서는 안 되지만' 에필로그에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놓은 장이 있다. 이런 책을 정독할 시간조차 없는 사람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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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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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께서 노나라의 태사에게 음악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음악은 배워둘 만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여러 소리가 합하여지고, 이어서 소리가 풀려 나오면서 조화를 이루며 음이 분명해지면서 끊임이 없이 이어져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5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아진다."-60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에는 잘못하시는 점이 있더라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하고, 그 말을 따르지 않을 뜻을 보이더라도, 더욱 공경하여 부모의 뜻을 어겨서는 안 되며, 아무리 힘들더라도 부모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62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63쪽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번거롭게 자주 간언을 하면 곧 치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번거롭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곧 소원해지게 된다."-63~64쪽

공자께서 자산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군자의 도 네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처신에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김에는 공경스러우며, 백성을 먹여 살림에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하였다." -70쪽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내 고향의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일에는 미숙하고, 훌륭하게 기본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재량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이와 숙제는 남의 옛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들을 원망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듣기 좋게 말을 꾸며 내고 보기 좋게 얼굴빛을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도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원한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73~7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 글렀구나! 나는 아직 자기의 허물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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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3
정태헌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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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이 없는 책은 시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나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독자의 기억에 남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면 곧 그 책은 잊혀지고 독자들은 그 책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이 '인상'을 잊고 있다. "이 책!"하면 떠오르는 그 '인상'이 없는 책이 허다하다. 미안하지만,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물론 그 까닭은 내가 저자의 노력에 비해 부주의하고 성심없이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라는 소개를 붙일 정도면 조금 더 쉽게 썼어야 했다.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 자연스럽게 건성건성 읽게 된다. 문장도 쉼표가 마침표와 헷갈릴 정도로 많아서 읽는 데 부담을 줬다. 경제도서의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여전히 그것이 아쉽다.

 

 그러나, 『문답으로 읽는(난 이 제목을 보고 Q,A 형식으로 진행될 줄 알았다. 근데 문답이 없다!) 20세기 한국경제사』가 나에게 준 어렴풋한 인상을 꼽으라면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후반부다. 솔직히, 2부 일제강점기 부분은 장제에 걸맞지 않게 지루했다. 하지만 3부(특히 18부)부터는 우리나라 현대사와 함께 어우러져서 더욱 흥미로웠다. 또한, 한국경제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 흐름은 항상 가난하고 착취당하기만 하던 우리 민족이 비록 외세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개성공단을 바탕으로 북한과 경제적 교류를 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상, 이 흐름은 조금 오래갈 것 같다. 비운의 책이다. 나머지는 다 잊혀지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쉽게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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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가 나에게 "내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일 어느 시간 어느 분 어느 초를 무작위로 제시할 때, 당신이 그 시간을 맞출 확률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단, 여기서 '해'는 기원후 1년부터 2000년까지만 해당하고 모든 '일'은 30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내가 모른다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2000해, 12달, 30일, 24시간, 60분, 60초. 이 모두를 곱하면 '62,208,000,000', 곧 '622억 8백만'이 나옵니다. 622억 8백만 명 중 한 사람이 저와 똑같은 시간을 말할 수 있단 뜻이죠."

 내가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놀랄 틈도 없이 누군가가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사는 이보다 더 알 수 없죠.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인류의 수는 아마 622억 8백만이 넘을 겁니다. 그리고 이들이 제 숫자를 맞힐 확률은 이보다 더욱 높죠. 물론, 아예 맞출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인류가 등장한 '해'는 2000년이 아니라는 것과 인류가 살아온 '일'은 28일도 있고 29일도 있고 30일도 있고 또 31일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의 시간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제시하겠습니까?"

 "저요?"

 "네. 전 1년 1월 1일 1시 1분 1초로 말하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전.......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말하겠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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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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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흥미를 끌었다. 제로, 즉 0의 초점은 무엇일까? 0이라는 타원형 모양의 숫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초점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제로 안에서 찾았다. 0의 중점이 바로 제로의 초점인 것이다. 무한하게 파고들어가는 그 중점이야말로 '제로의 초점', 그리고 그것은 이 소설의 주제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제로의 초점』은 26살의 처녀 데이코가 우하라 겐이치라는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광고회사 호쿠리쿠의 지점장인 겐이치는 그녀보다 무려 10살이나 많다. 게다가 그 남자는 북국에서 왔고, 둘이 진정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기에, 데이코나 겐이치나 서로가 낯설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겐이치는 출장을 가야 한다면서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데이코는 뒤늦게 그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남편이 남긴 몇 개의 흔적만을 찾아서.

 

 이상하게도, 그녀와 함께 수사를 돕는 이들이 하나하나씩 죽어갔다. 하지만 데이코는 자신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들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인하고 자살이라면 왜 자살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타살이라면 누가 그를 어떤 이유로 죽였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치 매그레 반장을 보는 듯 하다. 데이코는 형사도 아니고, 남편을 그리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이리 그렇게 깊이 파고들었을까? 그것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그녀의 '집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도 그녀는 범인을 체포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의심과 추측이 자유분방하게 퍼져나가, 마침내 진실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추리소설은 그 흥미와 트릭이 중요한 만큼, 현실성과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여 혼란에 빠진 한편 점차 그 위기를 극복해가려고 노력하는 1950년대 일본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옛날 노래들과 시들이 때때로 흘러나올 때, 우린 그 노래와 시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즐기면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상당히 애처롭기 때문에. 데이코의 심리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구절이기 떄문에.

 

 아마 현대 스릴러와 같은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제로의 초점』이라는 추리소설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이게 추리소설 맞아?"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스릴러는 흥미롭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흥미롭고 놀라우면서도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것이 내가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던지는 까닭이다. 역시, 추리소설의 고전, 아니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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