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나

 "다시 왔나, 부자?" 

 "그렇다. 대답을 듣고 싶어서." 

 빌 게이츠가 말했다. 

 "내 대답도 사실 중요한 건 아니지. 그러나 잘 들어. 그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와 갑작스럽게 떠나버리지. 그들은 다리를 잡는 자들을 뿌리치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달아난다. 또한, 그것은 상황에 따라 사람처럼 작거나 지구처럼 클 수도 있지. 하지만 명심해.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단지, 변화와 기회라는 두 녀석이 너와 술래잡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거야. 그렇다고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특징은 3개밖에 말하지 않았어." 

  빌 게이츠가 따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하나." 

 "잠깐, 세 가지뿐이라니까." 

 "여섯 가지 다 말했지. 갑작스럽게 찾아와 갑작스럽게 떠나고, 다리를 잡는 자들을 외면하고 달아나며 상황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특징, 술래잡기를 하지 않는다는 특징, 그리고 숨바꼭질을 하지 않는다는 특징. 그러나 나는 또 하나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 

 내가 말했다. 

 "뭔데?" 

 빌 게이츠가 물었다. 

 "빨리!" 

 그가 더욱 독촉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을 재촉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내가 말했다. 

 "이젠 차이점을!" 

 빌 게이츠가 물었다. 

 "기회는 자신만을 바꿀 수 있지만, 변화는 모두를 바꿀 수 있지."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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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인의 이방인:『망명자들』의 부제.  

  A부터 Z까지, 그리고 독백의 인물들과 주변 사람들. 거대한 연막극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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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싼 책'이다. 가격이 50000원을 넘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책값이 무척 싼 편이다. 외국 같은 곳에서는 책이 몇 십만원짜지가 수두룩하다. 아무래도 화려한 컬러사진들이 들어 있고, 양도 많다 보니 가격이 비싼가 보다. 그러나 그만큼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다. 이것이 사람의 심리 아니겠는가?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가 나왔다. 『로마인 이야기』가 엄청난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듯이, 십자군 이야기는 그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엔 십자군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7월에 출간되며, 아직 1권만 출간되어 있다. 그녀가 살아 있는 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리라. 그녀의 노력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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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박범신 작가가 돌아왔다. 『비즈니스』가 출간된 이후로 처음이다. 오랜만인 것 같다. 500쪽 가까운, 양장본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에 대해 다룬 전작과는 달리,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사실 이 소설은 중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연재된 바 있어서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니 느낌이 새로울 것이다. 

 

 

  

 중앙일보 연재 마지막 회(일부) 

 에필로그: 말굽이 하는 말

 나는 말굽이다.
 그러나 말굽이라고 불릴 뿐 나는 말굽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나는 하나의 생명이다. 나의 육체는 생로병사의 순환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간의 잔인한 세례와 무관하다. 다만 오욕칠정만은 없다. 나의 주인은 마지막까지 우주 바깥, 아주 먼 곳에서 유래한 ‘탄생 이전의 슬픔’이라는 감정만은 남겨 지니고 있었지만, 나에겐 탄생 이전과 이후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감정조차 전무하다. 나는 지고지순할 뿐 아니라 완전하다. 이를테면 나는 말굽 모양을 한 일종의 ‘사이코패스’다. 그러니 당연히 어떤 주인보다 오래 살 수 있다. 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대로 살아남을 것이다. 나를 도구로 삼았던 역사가 모든 걸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도구’라니, 틀린 말이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내가 오히려 나의 주인을 도구로 삼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처럼 거의 지고지순해질 뻔했지만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불쌍한 나의 주인. 오래 살기 위해선 오욕칠정을 완전무결하게, 뿌리째 거세해야 한다는 것을 나의 주인이 끝내 깨닫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영원히 살려면 감정을 완전히, 티끌 하나 없이 거세하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야말로 참된 윤리성의 최종적인 표상이다. 만약 나의 주인이 먼 곳에서 온, ‘탄생 이전의 슬픔’까지도 버렸다면 지금도 나처럼 정정히 살아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꿈꾼다고 감히 말하면서, 사람들은 왜 참된 불멸에 완전하게 다가서서, 그것과 한 몸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빗물이 스며들어 내 몸을 적시고 있다.
 피에 굶주린 나의 깊은 갈증이 이로써 풀리는 건 아니지만, 빗물은 어쨌든 반갑다. 생생한 빗물이다. 생생한 빗물이 이리 쉽게 내게까지 스며드는 것은 내가 곧 지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아 포클레인이 작업할 수만 있다면, 내일이라도 내 몸이 지표면에 도달할는지 모른다. 지상에 도달하면 누군가, 새로운 나의 주인, 어쩌면 바로 당신이 부르는 간절한 목소리를 금방 들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나도 당신처럼, 너무도 간절히, 어서 당신에게 달려가서, 당신과 완전하게 한 몸뚱어리가 되고 싶다. 진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니 진화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이왕이면 ‘단풍잎’을 얼굴에 붙이고 살았던 나의 전 주인보다 좀 더 진보한, 좀 더 진화한 새 주인을 만나고 싶다. 세상의 바깥보다 더 먼 곳에서 온, ‘탄생 이전의 슬픔’까지도 완전히 거세된 불멸의 주인을.

그립고 그리운, 아, 바로 당신!


<끝>


* 지금까지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연재와 함께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재소설은 6월초 ‘문예중앙’에서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출처: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5384945&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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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는 허균의 작품 하면 『홍길동전』만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소설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또한 최초의 한글소설이자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을 감명깊게 읽은 사람은 그 작품을 넘어서서 작가가 쓴 다른 책들까지 탐구하려는 법이다. 그래서 '내' 생각보다 많은 허균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었다. 

  

 『홍길동전』은 국내에 수많은 판본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원본까지 수락하는 섬세함을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유명한 대사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아들이, 동생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선 사회 신분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평등한 사회가 되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허균의 간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나아가, 이 책은 현대 사회에도 존재하는 불평등까지 고발하고 있다. 이렇듯 허균의 『홍길동전』은 현대에까지 유효한 한국의 위대한 고전인 것이다. 

 이 소설이 이런 평가를 받다 보니, 사람들은 원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그를 알게 되었고,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허균의 또 다른 책들을 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현재 『홍길동전』 외에도 또 다른 그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한정록』은 『홍길동전』 다음으로 유명한 허균의 작품이다. 이 책은 허균의 은둔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동양의 사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큰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누추한 내 방』 때문이다. 허균의 산문을 모아놓은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1부인 '척독'은 그의 짧은 편지를 모아놓은 곳으로서, 허균의 문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홍길동전』에 감동을 받은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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