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허균의 작품 하면 『홍길동전』만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소설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또한 최초의 한글소설이자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을 감명깊게 읽은 사람은 그 작품을 넘어서서 작가가 쓴 다른 책들까지 탐구하려는 법이다. 그래서 '내' 생각보다 많은 허균의 작품이 국내에 출간되어 있었다. 

  

 『홍길동전』은 국내에 수많은 판본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는 원본까지 수락하는 섬세함을 담고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유명한 대사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하나는 아들이, 동생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선 사회 신분제도의 모순을 비판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평등한 사회가 되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는 허균의 간절한 외침이 담겨 있다. 나아가, 이 책은 현대 사회에도 존재하는 불평등까지 고발하고 있다. 이렇듯 허균의 『홍길동전』은 현대에까지 유효한 한국의 위대한 고전인 것이다. 

 이 소설이 이런 평가를 받다 보니, 사람들은 원하지 않은 방법으로도 그를 알게 되었고,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은 허균의 또 다른 책들을 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는 현재 『홍길동전』 외에도 또 다른 그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한정록』은 『홍길동전』 다음으로 유명한 허균의 작품이다. 이 책은 허균의 은둔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동양의 사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큰 뜻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을 가지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누추한 내 방』 때문이다. 허균의 산문을 모아놓은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1부인 '척독'은 그의 짧은 편지를 모아놓은 곳으로서, 허균의 문장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홍길동전』에 감동을 받은 이들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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