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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g the Burning Fields - 대원외고 3학년 이소영 양이 쓴 고대 로마시대의 역사소설
이소영 지음 / 소금나무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3년 만에 독서를 끝냈다. 『반역』의 절반 가까이 되는 분량임에도 『반역』만큼 긴 시간이 걸린 까닭은, 작가와 같이 나도 고등학생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말로 다 옮기고 나서,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꼈다. 전작에서 저자가 사건의 전개에 몰두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퀸투스라는 인물의 고뇌와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놓았다.
제목 along the burning fields는 '불타는 들판을 따라서'라는 뜻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불타는 들판'의 두 가지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는 퀸투스가 살았던 로마 내전기의 피말리는 전투를 의미하고, 두 번째는 퀸투스와 아버지의 사이를 갈라놓고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된 형 비비우스의 죽음을 뜻한다.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 퀸투스를 따라 움직이며, 작품의 말미에 가서 그는 완전히 변화되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사랑이다. 『반역』의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아버지의 뜻에 의해 적군의 장군이 된 형 티투스, 술고래 남편을 끼고 사는 누나 타키아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뒤늦은 사랑. 물론 아울루스와의 우정도 빼놓을 수는 없다. 사랑은 전투, 분노, 음모, 증오로 가득한 로마 내전 시기와 로마군 내부의 분열 속에서도 나를 웃게 만들었다. 사랑이야말로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along the burning fields』는 열린 결말을 취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말을 알고 있다. 카이사르는 폼페이를 무찌르고 로마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한편, 우리는 결말을 모른다. 아울루스는 살아서 퀸투스를 다시 만나게 될까? 퀸투스는 다시 군인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리고 아버지와 진정한 화해를 이룰 것인가? 아직은 모른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소영 작가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연결 고리로 묶고 있다. 『반역』의 젊은 카이사르는 어느새 로마군을 이끄는 근엄하고 관대로운 사령관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작품에서는 누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나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