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
샤를로테 링크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아웃사이더(outsider)'라는 말이 있다. 변방의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또한 '이방인(stranger)'을 연상시킨다. 두 개념 모두 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소외된 자들을 명칭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여기에 나는 '관찰자(Beobachter, observer)'도 추가하고 싶다. 그 영향은 물론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관찰자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관찰'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고통을 그저 '관찰'하기만 하는 무관심한 다중을 의미한다. 나는 『관찰자』를 완주하고 나서(내가 이런 표현을 쓴 까닭은 700쪽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분량 때문이었다), 미스테리한 범죄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모두 관찰자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 솔직히 고백하자면, 『관찰자』는 결말을 알지 못하면 초반부가 도통 진행이 되지 않아 지루한 소설이다. 그렇다고 결말을 알자니, 작품의 반전이 깨져 밋밋해지고....... 이것이 이 소설이 가진 결함이었다. 사실 『관찰자』를 하루만에 독파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데 작은 사건과 심리묘사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독자가 그것만 기억하게 만들어버렸다. 나도 사건만 진행하는 유형은 바라지 않았다. 범인이 왜 범죄를 저지르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바랬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 욕심이 지나쳤다. 400~500쪽이면 충분했을 분량에 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삽입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선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관찰자』에 대해 찬사를 하고 싶은 까닭은, '뛰어난 묘사력' 때문이다.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어, 동시간대에 일어나는 인물의 심리를 동시에 조명하는 효과도 일품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작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잘 파악하여 그 부분에 섬광을 비추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제, 즉 '관찰자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했다. 나는 그 메시지를 여기서 읽었다.

 

 범인은 당연히 벌을 받고 감금이 돼야지.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원래 엄청난 결점이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는 인상을 주지. 그런 사람의 이력을 추적해 보면 특히 어린 시절에 끔찍한 일을 겪은 경우가 많아. 나는 엄마가 알코올의존자였고 아빠한테 학대를 당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연쇄살인범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하지만 지켜보면서 침묵하는 사람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이 나라에서도 부모가 아이를 굶겨 죽이거나 죽을 만큼 폭행을 하는데 이웃사람들은 외면하지. 그리고 부인이 남편한테 폭행을 당하는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들 하지. 그리고 학생들이 같은 반 아이들한테 따돌려지고 괴롭힘을 당해서 절망감에 빠져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데 교사들은 개입하지 않아.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어. 그 이유는 바로 국민 대부분이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귀찮아하고 비겁하고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기 때문이야. (p.637)

 

 샤를로테 링크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관찰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떤 관찰자 말인가? 타인의 고통을 그저 관찰하기만 하는 무관심한 자들 말이다. 의문의 연쇄살인에 대해, 나는 아니겠지, 하고 애써 무관심하다가 자신에게 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을,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심어준다. 범인의 심리는 너무나 망가져 있었고, 그(녀?)의 말을 들어보면, 암울한 생각을 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 희망을 걸어놓았다. 바로 '삼손'이라는 인물이다. 사실 이 인물은 성경에 등장하는 '삼손'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눈이 뽑혀 모든 힘을 잃다가 마지막 순간에 영웅적인 행위를 하여, 그 이후 널리 기억되는 일을, 삼손은 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인생의 패배자, 무능한 남자, 삼손이 우리에게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줄지 소설 속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저자가 삼손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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