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비소설보다 소설이 빛났던 시기였다. 원래 그런 달인가?

 하여튼 기대되는 소설들이 많았다.

 

  소설의 시작은 '한계'와 '무관심'으로 시작된다. 최민수의 『능력자』는 역설적으로, 능력을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초반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때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던 복서도 어느 순간 스티커를 팔며 생활을 연명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거대한 문학의 벽 앞에서 순수문학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아직 사회의 쓴맛을 맛보지 못한 청년들에게 최민수 작가의 신랄한 지적은 그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공평수와 남루한, 두 남자가 다시 재기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지난 달 나의 관심을 쏠리게 했던 『마하바라타』를 이어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가 한국에 건너왔다. 바야흐로 인도 문학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일까? 아직은 비교적 생소하고 어려워서 관심이 부족한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열풍이 퍼지리라 예상한다. 이 놀라운 상상력을 감당하려면 『마하바라따』에서 연습하고 오도록.

 

 잭 런던의 단편소설집이라, 이건 정말 의외다. 『암살주식회사』, 『강철군화』, 『야성의 부름』 같은 그의 대표작은 모두 장편소설이 아닌가. 한겨례출판사에서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잭 런던의 단편집은 『마이더스의 노예들』뿐이었다. 한겨례출판이 『불을 지피다』를 낸 것은 작년에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를 번역한 것만큼 반가운 일이다. 잭 런던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확인할 차례이다.

 

 이윤기 선생이 돌아가신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의식이 치러졌는데, 이번 기념은 정말 엄청난 선물이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내면의 고백이 담긴 『하늘의 문』이 출간된 것이다. 1088쪽이라는 방대한 이야기에서 소설가로서의, 번역가로서의, 신화 연구가로서의 이윤기가 아닌, 인간 이윤기를 만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듯하다. 책 말미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다. 이윤기의 흔적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규칙성이 있는 작가이다. 매년마다 소설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끊임없는 상상력의 분수인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는 '부친 살해'를 소재로 소설을 썼나 보다. 물론 이 '살해'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소년이 아버지를 넘어서고 어른이 되려는 성장소설이 아니다. 조 위프는 아버지가 항상 바뀌며, 자신이 아버지로 삼았던 마술사 노먼은 그와 대립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소설 안에서 어떤 마술이 펼쳐질까(어제 나는 놀라운 카드 마술을 목격한 바 있다)?

 

 『소네치카』를 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나에게 무척 생소한 작가이다. 세상에는 존재조차 모르는 인물들이 수없이 많으니까. 그녀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결정적 계기는 그녀가 제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울리츠카야는 제 2차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연방 체제의 시절을 모두 겪었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소설가답게 그녀는 그 때의 경험을 자신의 소설 안에 투영했다. 이번에 류드밀라의 데뷔작인 『쿠코츠키의 경우』와 작품집인 『소네치카』가 출판되었는데, 그 중 나는 후자를 택했다. 풍부한 이야기와 그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내는 한 편의 놀라운 시대극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이것이 유토피아인가?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토머스 모어가 묘사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는 참된 이념일까? 오히려 베이컨이 발표한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 서술된 과학중심적인 유토피아가 현실적인 듯 했다. 『체벤구르』는 이론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역사 속에서 공산주의 혁명의 원동력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당 선언』 및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이것을 읽지 않은 채 혁명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역사에선 실패했던 사회의 성공을 그린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너무나 파격적인 모습을 드러내서, 출간 당시에는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이 문제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인가?

 

 유빅(Ubik). 영어의 ubiquity에서 유래한 단어로, '보편성', 또는 '편재성'이라는 뜻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유빅'이라는 단어는 필립 딕이 자신의 소설 『유빅』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하지만 모든 중요한 개념들이 그렇듯이, 이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규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사회에서 유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유빅은 무엇인가?

 

 

 『총통각하』는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가카'에 대한 비판과 MB 정권에 대한 풍자 아니겠는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항상 존재했다. 『프린세스 바리』, 그러니까 '바리공주' 이야기다. 바리공주는 부모님께 버려지다가 그들이 병이 걸리니까 온갖 고생을 딛고 그들을 살린 이야기이다. 현대판 바리공주는 과연 어떨까?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의 신작은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출간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이다. 주인공은 듀란 왕자로, 고타마의 도움을 받으며 영웅이 되어 간다. 이 흥미로운 과정을 이우혁은 또 맛깔나게 펼칠 수 있겠지. 더 말할 필요 있는가?

 

 13초의 공백,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3초의 모순, 그 작은 순간으로 현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설정, 그리고 달라진 추격전....... 과연 어떤 상황인지 기대해 본다. 날 유혹할 수 있을 그런 이야기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SF 미스터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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