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책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책들, 우리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책들....... 사실 나는 어떤 책이든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나온 책을 보며 읽고 싶고, 맛보고 싶고, 씹고 싶은 책을 본다. 그 중에서 내가 정말 원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건져내 본다.

 

 

 우선 관심 가는 고전 먼저 적어본다.

 

 칸트의 『형이상학 서설』, 칸트 하면 항상 '비판' 3부작만 봐서 그런지 '서설'이 낯설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다지 꺼리는 내용이 아니다. 이 서설은 칸트가 『순수 이성 비판』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쓴 해설서라고 할까.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가지는 『순수 이성 비판』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칸트가, '비판 3부작'에 노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이야기를 맛보게 하도록 이런 해설서를 저술한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그 비판서가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쉽고 정복하기 쉬운 산에 대한 해설서는 없으니까. 오직 오르기 어려운 산만이 가이드가 있는 법이다. 이 충실한 가이드는 칸트의 복잡한 세계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펄 벅은 다작의 작가다. 수많은 소설, 수많은 지침서, 수많은 한국 이야기. 예전에 나는 펄 벅의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라는 책을 보며, '역시 펄벅이다'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이 부모와 자녀를 위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자' 모두에게 바치는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그녀는 남성이 있으면 여성이 있고,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듯, 여자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펄 벅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타르튀프』와 『두 도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글에서 올렸으니,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두 도시 이야기』의 출간은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싶어도 제대로 된 완역본이 없어(있었는데 절판됨) 답답했는데, 때마침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은 책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든. 책의 출판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 세상은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 순간의 판단과 행동과 말이 그 이후의 순간들을 결정한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이 지나면 그 전의 일들, 그리고 미래의 일들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마찬가지로 소설은 '장면'이 존재한다). 소설은 사람이 쓴 것이고, 위대한 소설들이나 평범한 소설들이나 모두 순간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러한 영감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고전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폭력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걸까? 그 기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폭력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존 도커는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을 통해 폭력의 출발점을 옛 고전에서 찾는다.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은 어쩌면 저자가 설명한 그리스 고전들과 로마의 고전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나는 이런 두려운 의심을 품어본다.

 

 왜 과학자들의 삶은 주목받는가? 많은 저술가들이 수학자, 철학자, 소설가, 발명가 등의 삶에 대해 써 왔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에 관한 저서를 따라갈 수 없다. 왜 그들의 삶이 주목받는가?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수학자, 발명가, 철학자들의 범위 안에 과학자들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학자이거나 철학자인 사람들은 동시에 과학자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자 업적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이의 용감함과 뉴턴의 사고방식 등은 그들의 업적이 무엇이던 간에,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준다.『위대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43명의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주목한다. 어쩌면 흔해빠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과학자들을 위한 찬사에 그 발을 올려놓았다는 점에 나는 의의를 두겠다.

 

 『범죄소설』은 얼마 전에 출간된 『블러디 머더』를 떠오르게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책은 국내 작가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와 더 친숙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범죄소설, 탐정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판타지소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정서를 일깨우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설을 분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제 2차 세계대전을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6년간의 전쟁에는 많은 전환점이 있었을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 실패, 진주만과 미국의 참전, 원자폭탄 등의 전환점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리고 내가 모르는 8가지의 '순간'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연관지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까지. 『12전환점으로 읽는 제 2차 세계대전』과 『맥아더와 한국전쟁』을 꼭 읽어보고 싶다. 니미츠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맥아더의 진실은 더욱.

 

 이야기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상과 인간의 권리가 신과 종교라는 이름 앞에 탄압받던 중세, 그 시절의 뒷골목 사랑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중세 시대에는 어떻게 사랑하고, 결혼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나 다름없겠지만. 이번에는 한 도시로 초점을 맞춰보자. 중세 시대에, 갈라진 이탈리아에서 잘 나가던 도시 베네치아를 들여다보자. 이탈리아의 시인들이 항상 노래한 도시, 베네치아의 실태를 맛보고 싶다. 제목에 걸맞게, 베네치아는 부의 도시이자, 무역대국, 동과 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중세의 뒷골목 사랑처럼, 뒷이야기가 있으리라 믿는다.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뜻 보면 일반적인 서양 철학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학의 시작은 적어도 플라톤이 아니며, 현대 철학의 끝도 비트겐슈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인식론의 역사'인 것이다. 플라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식론은 비트겐슈타인에서 빛을 발한다. 이런 내용이다.

 

 서사시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는 지금, 『그리스 로마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그리스로. 그리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가짜 고독에 빠져있는 우리를 진짜 함께 함에 참여할 수 있게. 고독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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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까지 힘내어 소설 네 편만 더 올린다. 다섯 명의 SF 작가가 그린 미래 도시 이야기 『메타트로폴리스』는 제목이나 표지나 내용이나 무척 관심이 간다. 한편, 괴테가 아닌 투르게네프가 쓴 『파우스트』와 고대 서사시 중 하나인 『베오울프』 역시 무척 섭취하고 싶다.

 

 로맹 가리의 『흰 개』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이 위대한 소설로 남게 된 이유는 키플링처럼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아닌 양쪽을 똑같이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흑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로맹 가리, 왠지 모르게 친숙한 이 작가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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