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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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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삶이 운명대로 진행되어 간다는 것은 인정하기도 싫을 뿐만이 아니라, 그럴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생명들이 죽어가고, 태어나고,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떻게 나의 운명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갈 수 있는가? 만약 그것이 모두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진다면, 그 일은 신만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신은 결코 나에게 운명을 정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나는 내 사명을 믿을 뿐이다. 

  

 하지만 『7년의 밤』은 참으로 운명론적인 소설이다. 7년의 시간, 아니 등장인물의 모든 이야기가 세령호와 등대마을이라는 가상의 무대에서 운명대로 흐르는 것 같았다. 사실 '운명대로' 흐른다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한국 문단의 아마존"이라고 불리는 작가 정유정의 문장은 마치 운명의 시간처럼 거침없이 흘러간다.  

 모든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건은 작가가 정해놓은 인물의 삶, '운명'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것은 모든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 작품 안에서 '신'과 같다. 작품 안에 작가가 개입하든, 그렇지 않든 작가는 한 작품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운명에 따라 사건을 진행시켰다. 

 

 "사마귀가 다리를 들어 길을 막는다고 불도저가 설까(p.18)." 인간은 아무리 운명에 저항하려고 해도, 결국 운명에 따라 삶을 살게 되어 있다. 그녀가 주장하는 전형적인 운명론이다. 그래서 나는 안타까웠다. 소설을 들여다보면, 인물들이 운명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작가의 펜을 따라갔기 때문이었다. 아니, 운명에 저항하는 것, 또는 순응하는 것도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명은 우리에게 때론 감미로운 산들바람을 보내고 때론 따뜻한 태양빛을 선사하며, 때론 삶의 계곡에 '불행'이라는 질풍을 불어넣고 일상을 뒤흔든다. 결국 운명에 대해 나쁘게도 생각하지 말고, 좋게도 생각하지도 말자. 운명은 인간처럼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간인 나를 알아야 하듯이, 운명을 알아야 한다.

 

 "바다를 모르는 자가 바다를 얕본다. 바다를 얕보는 자, 바다에 데기 마련이었다(p.31)." 이 문장에서 바다를 운명이라고 생각해 볼 때, 나는 '운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물론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내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좋은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소설 속에서 살아가는 현수, 은주, 그리고 그 외의 사람들처럼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나에게 정해지지 않은 운명에 대해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으니까. 

 "운명이 변화구를 던진 밤, 나는 그것을 날려버리는 타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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