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한스 테그너 그림,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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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형제 동화전집』과 『안데르센 동화전집』을 한 번에 사서 각각 비교하며 읽는 체험은 분명 특별했다. 전자가 동화치고 훨씬 잔인하고, 후자가 따뜻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으나, 넓게 보면 독일의 동화와 덴마크의 동화는 그 대담함이나 상상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은 당대의 통념을 깬 이야기를 제시했으며, 그 방식이 다양했을 뿐이다. 가상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현실에 기반하고 있다. 그 덕분에 독자들은 자신에게 인상을 남긴 이야기를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 수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에 이어서 성냥팔이 소녀와 인어공주의 사연을 들은 이들은 동화라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안데르센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한다. 


 당연하게도, 내가 기억하는 동화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우화들은 아니다. 얼마 전에 안데르센의 생애에 대한 연극을 관람하기도 해서, 그가 쓴 이야기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찾아내는 대신, 그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을 조금 더 주목하고 싶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장다리 클라우스와 꺼꾸리 클라우스」가 거짓말쟁이와 어리석은 인물에 대한 웃픈 동화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또 유명한 「눈의 여왕」이 여러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악마의 거울 파편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저 바깥 세상에는 아직도 작은 거울 파편들이 공기 속에 떠다니고 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 거울 파편들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릴 것이다"(267쪽)이라는 구절은 세상에 편견으로 가득한 인물이 많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안데르센의 동화들 중에는 아이들을 위해 쓰인 것들도 있지만, 상상의 파편들을 엮어놓은 동화들이 적잖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60번째 이야기인 「ABC 책」이다. 여기에는 언어의 힘에 대한 안데르센의 생각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알파벳이 갖는 힘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모든 것이 알파벳이 나열되는 순서에 의존한다. 알파벳은 생명을 주거나 죽일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기쁨을 주거나 슬픔을 줄 수 있는 힘도 있다"(1153쪽)는 구절에 이어서 A부터 Z까지 각 철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나열하는 장면은 흥미로우면서도 날카롭다. 확실히 그의 이야기들에는 당대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풍자적인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안데르센 동화에 대한 나의 감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것이다. 안데르센은 가난과 모욕, 외로움과 오해 속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동화 속에는 좌절과 절망을 담지 않았다. 혹자는 인어공주와 성냥팔이 소녀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이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이야말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안데르센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선물하고 싶었다. 도피처 같은 환상의 세계나 하품부터 나오는 교훈 대신, 냉철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눈앞의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기에,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상의 조각도 기꺼이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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