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울지 않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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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처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힘든일이 있어도 절대 울지 않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여자이기 때문에 눈물을 보이는 것은 다른 직원들에게 비겁해 보이는 일이라 생각했고, 박스 하나를 들어도 도와주는 손길이 싫었던 기억이 있다. ''절대 울지 않아, 절대 울지 않아!!!''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고 상대가 누구이든 어떤 일이든 지지 않으려 바둥거리며 살았다. 그렇게 나의 과거를 회상하며 책장을 넘기기 작했다.

이 책에는 플로리스트, 체육교사, 백화점 점원, 만화가,영업사원,전업주부, 파견사원등 15명의 직장녀가 등장한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때, 각각의 내용들에 모두 공감이 갔다. 예를 들면 새로운 삶을 찾기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플로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쇼코의 말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아. 꽃을 마구 잘라서 버리질 않나, 끊임없이 계절에 쫓기질 않나, 정작 꽃을 만지는 본인은 계절을 즐길 여유가 없거든." 하고 말한다. 디스플레이가 멋질수록 그녀에겐 더 무거운 납덩이가 메달려 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이긴 그녀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일은 놀이가 아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혹독하다. 때로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이윽고 또 다른 형태의 자신감을 찾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일이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p.19

좋아하는 남자에게 실연당하고 자살을 결심했다가 백화점 점원으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 주인공이 자기에게 다시 돌아오려는 전남친에게... 멋지게 한방 먹이고 했던말 ''죽지 않기를 정말 잘했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기는 법이다.'' 라는말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

영업부에 자원해서 주류를 팔던 주인공이 주류점에 들릴때마다 자신을 냉대하는 사장 때문에 고민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방법을 모색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하지만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주류점 사장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했던 것이다. 고객에게 인간적으로 다가설 때, 가장 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이야기이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했던 아르바이트생 이야기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남들보다 성실하게 일을 했지만 오히려 능력없는 정직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외로움을 느끼게 된 주인공을 보면서 직장 생활에도 처세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성실함은 높이 살만하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말이다.


직장이란 때로는 업무적인 스트레스 보다 직원들과의 관계나 대책없는 상사, 거래처 직원과의 마찰등 사람과의 갈등이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 어떤 형태로든 벽에 부딪혔을 때,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사람과 나 둘 만의 문제라면 그나마 해결이 더 쉬울수도 있겠지만 여러 직원들에게 나는 어떤 느낌을 주는 사람일까, 내가 동료직원을 떠올릴때 깐깐하다, 능력있다 혹은 무능하다, 외적으로 핸섬하다 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처럼, 나 자신은 다른 직원들에게 어떤 단어를 연상시키는 사람일까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쫓기듯 긴장속에 살아온 나의 직장생활도 세월이 흐르면서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자 이젠 여유를 누릴 줄도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업무 능력과 대인관계가 50:50 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한때는 어린시절 내가 꿈꾸어 왔던 모습이 아닌 낯선 내 모습에 실망도 했고, 단순히 경제적인 면에서만 보탬이 된다는 것 외에는 어떤 보람도 느낄 수 없었던 삭막한 직장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단순한 경제적 뒷받침'' 은 내 삶을 여유롭게 해 주었고, ''보람''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누군가는 이 작은 톱니를 책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동료들과 간혹 수다를 떨다가 우스게 소리를 한다. 지금 내가 이 직장을 그만두면 내 빈자리 하나를 위해 나보다 몇배는 더 능력있는 후배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 아닌가 라고 말이다.

단락이 많긴 했지만 한편의 옴니버스식 영화를 보는 듯했다.
직장 생활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 특히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가는 이야기로 서너편은 꼽을 만큼 내가 겪었거나, 주위에서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내용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몇시간만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한 단락이 너무 짧다는 것.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면 이미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더라는... ㅠ.ㅠ 나만 그런가?

''절대 울지 않아2'' 는 어떨까? 3년 혹은 5년쯤 후로 설정해서 주인공들의 달라진 모습을 꼭 보여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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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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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다음중 청록파 시인이 아닌 사람은 누구인가?
1) 박목월 2) 박두진 3)이효석 4)조지훈
객관식 문제 '사지선다형' 세대인 내게 책의 저자인 박목월님의 이름은 아련한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려 주었다. ^^    구수하고 정겨운 시, 가슴 따뜻한 시를 만드신 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고 무엇을 추구하였는지 그분의 삶이 궁금했다.
책 한권을 아버지 박목월님과 아들 박동규님이 반씩 나눠 쓰셨다.
박목월님은 아내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박동규님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살았지만 가슴에 따뜻함을 품고 살았던 아름다운 가족,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두 부자가 쓴 책의 주제는 '가족'이다.
어머니나 아내에 대한 신뢰와, 어머니나 아내가 어린것이나 남편에게 가지는 염려와 애정은 인간으로서 간직하는 가장 따뜻한 것이며, 이와 같은 친밀한 유대를 자각함으로써 그 훈훈한 훈기 속에서 무한의 신뢰를 서로의 가슴속에 싹트게 하고... p.98-99 박목월

이 평범한 일상의 생활이 가족끼리 모여 사는 모습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생명을 엮어주는 혈연의 끈이 묶여 잇는 것이다. 언제나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살고 있어서 생명의 연대가 주는 소중함을 잊고 지나치게 마련이지만 세상을 사는 동안 한시도 떠날 수 없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것이 가족인 것이다. p.180 박동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가족, 그리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아름다운 추억들의 회상과 함께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로 유명한 박목월님의 <나그네>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문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 원고료와 작가의 미묘한 관계등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날짜가 적인 일기 형식으로 써 내려간 박목월님의 글, 낯설지 않은 반가움과 그리움이 깃들어 있는 전형적인 수필이다. 간결한 문체 속에 녹아들어간 고상한 어휘들의 조합이 학창시절 배웠던 수필들을 떠오르게 했다. 이하윤 <메모광>, 이효석 <낙엽을 태우며>, 피천득 <인연> 등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푸근해 진다. <낙엽을 태우고>라는 수필을 읽고 하교길에 낙엽을 주워다가 언니들과 화단에서 낙엽을 태웠던 기억이 있다. 생각보다 불이 잘 붙지 않았고 매캐한 연기 냄새에 기침을 멈출 수 없었을 뿐더러 불장난 한다고 호되게 혼나기까지 했던 웃지못할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최근에 감동적으로 읽었고, 깊은 공감을 했던 책들이 여성작가의 책이거나 여성을 주제로 한 책이 많았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책을 고를 때 무의식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그 들 책 속에서 스치듯 언급한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문득 아버지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고, 만족한다. 이 책은 내 기억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 주었고,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과 내게 아버지가 얼마나 소중한 분이었던가 하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어린시절 내 아버지는 참으로 무서운 존재였다.
성년이 될때까지 아버지의 한마디는 집안에서 법이요 진리라고 믿고 살았다.
"아버지 회사가신다~" 하는 어머니의 소리에 세 자매가 대청마루 마루 끝에 조롱조롱 줄을 서서 90도 넘게 허리숙여 아버지를 배웅하고, 저녁에 퇴근하실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시절에도 우리집 자매들은 MT한번 가보지 못하고 졸업했다. 연애 시절에도 통금때문에 얼마나 가슴 졸이며 살았던지. ^^;;     아버지께 앉겨 어리광부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컸다. 다른 친구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호칭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시절 국민학교 입학전이었던것 같다. 매일 퇴근하실 때, 커다란 일호봉투 속에서 '뽀빠이'를 꺼내 하나씩 건네주시면서 웃으시던 모습 ^^ "우리 딸들 놀다가 다친데는 없냐? " 하는 질문으로 하루를 마감했던 기억.
고3 때, 늦은밤 독서실 앞에서 우두커니 서 계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말없이 내 가방을 받아 어깨에 걸치시고는 세걸음쯤 앞서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붉은색과 노란색 줄이 섞인 가방, 달랑거리는 곰인형을 쳐다보며 왜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그때부터 이미 아버지의 어깨가 조금씩 움츠러들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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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유디트 얀베르크.엘리자베트 데사이 지음, 조선희 옮김 / 지향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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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찾은 한 여자의 충격적인 보고문!' 이라는 문구에서 대략 구성이나 내용을 짐작하고 책을 펼쳤지만, 첫장에서 부터 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 폭언, 폭력, 외도 그러면서도 겉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교수이면서 인정받는 정치가였다.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당신은 그저 조용히 사라질 존재, 이 세상에 아무 흔적도 남길 수 없어. 당신이란 인간은 오직 나를 통해서만 그 가치가 있을 뿐이야! "
철저한 위선자요 이중인격자인 볼프강의 이 한마디에 갑자기 화딱지가 났다.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그의 태도도 화가 났지만 주인공 유디트, 남편에게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참고만 있는 그녀에게 더욱 화가났다.

자신의 꿈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전업 주부가 된 많은 여인들이 어느순간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된다. 남편과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살리라 다짐하지만 그 댓가로 자신의 존재, 자신의 '이름'를 잃어버려야 했다.
그녀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계속 읽어야만 하는 고통,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도 힘겨웠다.
유디트! 이제 그만... 이젠 자신을 찾아가는 너의 모습을 보여줘.
멋진 반전을 기대하며, 나 스스로를 다독여가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나 자신에 대해 순수해 지기 위해서는 볼프강을 떠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이후부터 나는 여성 문학의 핵심 구절들을 침대 머리맡에 붙여놓고 꾸준히 나를 강하게 만드는 훈련을 시작하였다. 나는 시집에서 따낸 격언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부여한다>와 그 바로 곁에는 <회의에 빠져있을 때는 홀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 것!> 그리고 <나는 내게 속한다> 라는 구절들을 걸어 두었다. p.149

불현듯 몇달전 읽었던 자기개발서 <옵티미스트> 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아홉까지 단계중 마지막 9단계 사랑을 확인하는 것 - 나를 사랑하고 나의 가족,친구, 이웃을 사랑하며, 나아가 모든 사물과 하늘,땅, 별,달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라~ ' 세상엔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지만, 가족과 타인을 사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를 함부로 하고 자학하는 사람은 동정은 받을 지언정 사랑 받지는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 역시 그의 아버지 세대처럼 살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지만 그의 아내는 아니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와 같은 인생을 계속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p.220

드디어 그녀의 반격이 시작된다. 통쾌하고 짜릿하다.
그러나 당장 그녀가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많은 여성들이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갖가지 이유들 양육권, 경제력, 사회적 시선등 더구나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남편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그녀의 가슴아픈 생활들이 참으로 마음아팠다.


아무리 차디찬 물속이라도 두려움 없이, 주춤거리지 않고 수영선수는 뛰어드는 법이야. 발가락 한쪽만 조심스럽게 담그면서 물이 아주 차지는 않을까 따위를 묻는 짓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나는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다리이론>까지도 내던져 버렸다. 다리이론-모든 인간은 혼자 설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하다. 이 다리는 어디든 한 곳에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언제나 찾아가 쉴 집이나, 아내와 그의 듬직한 남편이 있고, 직장은 영구적이어야 하며... 그러나 나는 이 안정을 벗어버리기로 했다. p.223



마침내 <나는 나>를 외치며 자신을 되찾은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쉬운 점은 주인공이 '여권운동가'로서가 아닌 평범한 직장녀로서 성공한 여성이었다면 감동이 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앞서가는 여권운동가'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음을 밝힌다.
초기의 여권운동가들은 명백한 차별주의적 관습에서 여성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로의 역할을 잘 해주었다.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 사회 활동할 권리, 참정권을 위해 노력했던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최근에는 '여권운동가'들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남자와 똑같아 지기위해 투쟁하는 것 같아 씁쓸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평등은...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하고,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도 해야 하는 것이 평등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권리를 동등하게 누리되,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 주는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을 때쯤 아이가 다가와 TV를 켰다. 때마침 케이블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 라는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녀의 친구들이 브리짓의 생일날 건배를 제안하는 장면이었다.
"브리짓을 위하여~ 있는 모습 그대로! " 얼마나 멋진 말인가~ ^^ 


당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Just as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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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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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학 동창중에서  결혼당시  부러움과  질투를  한몸에 받으며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친구가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었음에도  50평형대의 아파트를 청소하기가 힘들다며 남편이 도움이 아줌마를 불러준다던 그 친구는  결혼 4년만에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 잘나간다던 남편은  재산을 철저히 감추었고  보통수준의 위자료와 아이 양육비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고 압류하는등  한때 사랑했던 두사람의  마지막이  차마  말로는 표현못할 난투극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 이혼 가정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남녀 모두 성인으로서 자신의 결정에 책임질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 이른 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 행복하기위해  결혼을 했지만  두사람이 함께하는 생활들이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준다면  더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누구인가  이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게된다면  우선은 말리고 싶다.
실제로 이혼한 그 친구는  부부간의 문제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무조건  헤어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30대 초반으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하는 딸을 둔 친구,   당장 경제적으로 힘들고  아이 교육문제, 주위의 시선  모든 것이 너무  큰 짐이라고 털어 놓는다.  더구나 이혼후  재혼을  고려한 적도 있는데 결국은 이혼남과  그의 자녀들과 한 가정을 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만나본 남자들은(여자도 마찬가지 이다)  거의  별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노란 코끼리>의 요군 가정도 아빠의 외도로  부모님이 이혼한 경우다.
첫 장면에서  뜬금없이 운전을 배우고 차를 사겠다고 선언하는 엄마를 보고 황당해 하는  요군. 이제 막 11번째 생일을 맞은 5학년 요군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과 그 속에 서 있는 엄마는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존재다.  요군의 엄마는 남편과 이혼후 두 아이를 돌보며 생계를 꾸려가야만 했다.  매사에 덜렁대고  실수를  하며,   때문에  왠지 자신감 없어 보인다.
마침내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하면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엄마, 반항아처럼 굴며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사실은 엄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는 요군,   마냥 귀여운 나나,   이 세사람이  가장 힘든 순간에 함께 있어 주었던 노란코끼리(자동차의 애칭) 야 말로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연결해준 끈이 었다.
 
<노란 코끼리>는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라기 보다  그저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기본적인 인성을  교육받는다.  이혼한 가정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아이에게  요군과 같은 친구들을 이상한 시선으로 대하거나  놀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등은 어른으로서 내 아이에게 꼭 주지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덮은 후에야  책의 삽화가 눈에 들어왔다.  흑백 그림속에 노란코끼리가 유난히 눈에 띈다.
회색빛 거리에 노란 자동차가 달려가고  앙상한 가지에도 노란 새 잎이 흩날린다~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함께 섞여 달라다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 하잖아'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우리도 이젠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어떻게든 씩씩하게 살아가야해.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놀란 고슴도치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야. 엄마는 이제 가슴을 펴고 씩씩하게 나아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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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육학자 박옥춘 박사의 미래형 자녀교육법
박옥춘 지음 / 예담Friend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올렸던 자녀교육서의  서평에  달린 덧글을 보고 한참 동안  웃으며 공감했던 적이 있다.
덧글 "육아서 읽으면 뭐해... 육아책 읽을 때 아이가 달라붙으면 엄마 책 읽잖아 저리가~  책을 읽으면 뭐하나... 실천이 안되는데..."     그렇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자기개발서와 마찬가지로  실천이 안되는  육아서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이가 커가면서   하루하루 새로운 문제에 부딪히고,   아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등  많은 고민을 하게되었다.  
내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있어서는 저마다  다르다.   자라온 환경, 교육 여건, 경제적 능력등  부모에 의해서 아이의 인생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것,  이웃과 대화하면서  얻은 육아에 대한 노하우나  느낀 점을  바탕으로 씌여진  글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세계적인 교육학자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박사였지만   때로는 아이를 통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솔직히 고백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간적이었다.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참관수업에 참석했다가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모습,  그 자신이  교육학 박사이면서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에 감동받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1부에서 3부까지 각각 많은 메세지가 담겨있지만 그중 내게 특히 와닿았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부 현명한 부모는 자기 역할을 안다.
 
작가는 아이에  대해서 고민하기 전에 먼저  부모 스스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자들이 나눈 부모의 유형은  방목형, 허용형, 권위형,잔소리형,민주원칙형  다섯가지 이다.   어떤 부모 유형인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알려주고, 각 유형별로  특징과 고쳐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말해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민주원칙형 부모라고 자부했던 나로서는  결과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잔소리형' 부모라니...  
일찌기 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능한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친구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저자는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포장된 잔소리'로 규정지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잔소리형 부모는 아이에게 온 정성을 쏟아붓는 대신  아이가 하는 모든 일을 알고자 하고 간섭한다.   읽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아이의 독립성, 자율성, 긍지를 꺽을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아이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민주원칙형 부모의 유형은 어떠한가?
함께 의논하되 결정은 아이가 하게하고,  결정한 것을 실천하고 결과에 책임지도록 한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는 것도 배워야 한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일방적인  내리사랑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식들에게  가사의 일을 분담시키거나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도록 하는 부모는 극히 드물 것이다.  부모의 기념일 때,  아이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카드나 선물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2부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를 존중한다.
 
이 부분은  자녀 교육에 대한  이론적인 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부모의 지나친 열정이 자녀를 망친다는 경고와 함께   자녀 스스로 성취하게 하고, 자발적 동기를 가지도록 유도하라는 것,  아이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찾게하고  성공적인 삶이 목적이 아닌 가치있는 삶을 목적으로 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점이다.
아이들 인격의 기초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며, 성장하면서도  대부분의 환경 조건들이 부모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감을 길러 주라는 것이다.

부모가 깨워주어야만  힘들게 일어났던 아이에게  알람을  주며 스스로 일어나게  했던 저자의 경험이  처음엔  냉정한 처사라고 여겨졌다.  아이는  지각을 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앞에서 창피함을 느꼈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그런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는 두번다시 지각하지 않게 되고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아파트내에서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다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인 한 아이와  간혹 마주친다.
처음 보았을 때는 안쓰러운 마음에    칭찬 해주면서  '어쩌다  한번  심부름 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 아이를 만나는 것에  익숙하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안쓰러운 마음을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임감있는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랄 것인지 잘 아는  부모였던 것이다.
아직도  가끔씩은 밥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며  떠먹이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진짜 독한 마음 먹어볼까 고민 중이다.
 
3부 영리한 부모는 진정한 공부를 가르친다.
 
3부는  실천적인 면을 강조한 부분으로  독서, 토론, 논술등  현실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공부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라고 말한다.  대학입학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  그 후의 삶,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으로  자녀 교육에 임해야 할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과 함께 책을 고를 때는  아이의 흥미를  고려하라는 점,  대화를 통한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점등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었다.
 
그중  토론과 논술 능력을 키워주는  예시  세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는  일기  쓰기다.   초등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야 하고 사생활 침범 논란으로 일기 검사가 없어진 학교가 많다고 하지만  '일기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1주일중 하루  보여주어도 괜찮은 부분을  검사하는 방법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대화를 하되  질문을 많이 던져서  아이의 답을 유도해 내는 방법이다.
부모가 생각하는 사고를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기 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째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글로  써오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때  장점과 단점을  적어 비교 하는 방법으로도  좋을 것이다. 
 
 
먼저 나 자신이  어떤 부모 유형인지 먼저 알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구성이 돋보였다.  
추상적인  자녀교육관을 심어주기 보다  '이 정도라면  나도 실천할 수 있겠다' 싶은  방법들이 많아서  더욱 끌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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