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 본사에 교육갔을 때 일이다. 업무상 교육받는 이들이 거의 여직원이었는데 점심시간에 저마다 지갑을 꺼내든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명품장지갑에서 키티지갑까지 ^^;; 지갑은 돈이나 카드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악세사리였다. 함께 식사하던 사람들이 내 지갑을 보고 한마디씩 하였다. "왠만하면 지갑하나 새로 장만하시죠."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10년도 넘게 써서 낡을대로 낡은 검정색 중지갑. 몇번인가 새로운 지갑을 장만했었는데 녀석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새지갑은 나를 떠나고 늘 서랍에 처박아둔 낡은 지갑을 다시 꺼내 들게 되었던 것이다. 지갑을 잃어버리면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지갑' 자체가 아깝다는 우스겟소리처럼 나의 낡은 지갑에 눈독을 들이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속편하다. 남들에겐 궁상맞아 보이기도 할것이고, 때론 센스없는 아줌마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와 함께 해온 세월이 얼마던가.    

<꽃밭> 이 책은 표지와 삽화가 너무 이뻐서 첫눈에 끌린 책이다. 저자 최인호, 굉장히 낯익은 이름인데 누구였더라.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겨울나그네> <겨울여자> <상도> <해신>...  이쯤되면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작가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을까. 예전에 <별들의 고향>이 100만부가 팔려나갈 무렵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책의 뒷표지에 작가의 사진을 실었는데 이것이 작가 사진이 게재된 최초의 사례였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분이다. 그림을 그린 김점선님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저자인 최인호님과 나란히 이름 석자로 표지를 장식한 점이 눈에 띈다. '책머리'는 저자가, 책의 말미는 '그린이의 말'로 끝맺음 했을 정도로 저자와 그림을 그린이의 긴밀함이 돋보이는, 글과 삽화가 잘 어우러진 책이다. 

'수필'은 계획적이지 않고, 형식이 없는 인간이 활자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분야의 글이다. 소재에 있어서도 가릴 것이 없다. 아내와 함께 불렀던 노래, 물과 태양, 편지, 한강, 미술관, 서재등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놀라운 것은 평범하던 일상도, 무의미하게만 생각되던 소재들도 글 쓰는 이가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는 시의 한부분처럼,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길들여 진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처럼 사람과 나, 사물과 내가 특별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있음을 의미한다. '수필적 관점'에서 보면 낡은 지갑도 나와 인연을 맺은 소중한 존재가 된다.

인연에 대해 말하자면 누가 뭐라해도 사람과 맺은 인연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으랴? 수많은 작품을 통해 부와 명예를 이루었을 작가가 60평생을 막 지난 즈음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존재는 '아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여성예찬주의자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책의 주된 내용 속에는 항상 '아내'가 등장한다. 너무 당연한가? ^^ 남편과 만난지 15년째, 이달에 결혼 8주년을 맞이 하였다. 남편은 예고도 없이 마줌마틱한 굵은 줄의 목걸이를 내 놓았다. 때맞추어 아파트 중도금 납입날짜가 겹치다시피 한데다 지난달에 라섹 수술비 카드 긁은게 청구되었구만 어디다가 돈쓰냐고 한소리 할려다가 말았다. 결혼할 때 심플한 커플링으로 시작하는대신 살면서 하나씩 해준다더니 이제서야 약속을 지킨다며...  그 말을 듣는 순간 잔소리 안하길 잘했다 싶었다. ^^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처음 책을 받았을때부터 띠지에 적힌 이 한마디가 자꾸만 머리속을 맴돈다. 수필은 일상의 시시콜콜함을 기록한 개인적인 감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필적 관점과 사고는 세상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게 해주고, 밝고 아름답게 비추어 준다.

자~ 자~ 인생 별것 있어?  수필적으로 한번 이야기해 보자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동물원에 놀러 오세요! - 24시간 바쁜 수의사 아저씨의 동물 사랑 이야기
최종욱 지음, 고상미 그림 / 바다어린이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가 태어나 주변 환경과 사물에 대한 인지교육을 할 때,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 '동물'에 대한 것입니다. 사자나 호랑이,기린 같은 동물 그림을 보여주면 아이는 뭔가는 아는 듯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엄마, 아빠와 같은 사람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한 생명체가 있다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과도 같은 것인가 봅니다. 아이가 좀더 자랐을 때 동물원에 데리고 가면 그야말로 그림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동물원이니까 그곳에 가면 그냥 동물들이 있는줄만 알겠지요. 엄마인 저도 그랬으니까요. 
 
"야생 동물들이 모두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책을 쓰신 선생님이 가장 먼저 이렇게 물으셨어요. TV에서 멧돼지가 농작물을 파헤치거나 사람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그런 동물들이 아주 나쁘게 생각되지요. 옛날 옛날에 우리가 살던 이곳에서는 호랑이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거에요.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인간을 위협하는 동물들은 없어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호랑이가 없어지면 너구리나 멧돼지들이 늘어나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내려오기도 하고, 너구리나 멧돼지들이 사라지면 쥐와 다람쥐, 들고양이들이 늘어난데요. 설치류가 많아지면 엄청난 번식력을 감당할 수 없고 전염병도 많이 생겨요. 동물은 그냥 동물일 뿐이고,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서로가 아주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책을 쓰신 최종욱 선생님은 수의대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동물에 관한 일을 해오셨어요. 지금은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수의사를 맡고 계신데요 동물들을 돌보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 책에 담아내었어요. 각각의 이야기마다 저자가 동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더군요. 수의사, 그것도 동물원의 수의사와 '동물들의 똥'은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라고 하셨지요. 본인은 느끼지 못하는데 버스를 탔을 때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피한다는, 하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동물들을 진료하기위해서는 동물들의 배설물을 잘 관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아팠던 동물이 설사를 멈추고 된똥을 누었을 때 환호성을 지르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람쥐원숭이가 죽은 새끼를 며칠째 안고 다닌 이야기였어요. 관람객들도 놀라지 않고, 어미가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억지로 죽은 새끼를 떼어냈는데 그만 어미도 죽고 말았다고 해요. 그로인해서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같은 유인원들은 새끼가 죽으면 한동안 안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랍니다. 어느 순간 마음이 정리되면 죽은 새끼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조용히 내려놓아요. 선생님은 이미 동물 박사님이지만 실제로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동물들을 연구하셔야만 한대요.   
 
동물들의 사랑이야기, 신기한 동물 이야기, 말썽쟁이 동물 이야기에 이어서 위험에 빠진 동물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와 지는 동물들에 대해서 나옵니다. 사슴이 먹은 비닐이 몸에 쌓여서 죽는다든지, 연구를 목적으로 부착한 인식표가 조류에게 치명적일수도 있다는 사실, 농약으로 오염된 강에서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야기, 관람객이 던져준 과자로 인해 입맛을 잃거나 충치, 비만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동물들이 많다고 해요. 동물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싶더라도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겠어요. 

책을 덮으면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너무나도 가엾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문 수의사 선생님과 사육사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분들이 얼마나 동물들을 사랑하며, 정성껏 보살펴 주는지 알면서도 철창에 갇힌 동물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료가 필요한 야생동물을 위한 병원은 꼭 필요하겠지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보존을 위한 기관으로서도 필요하겠네요. 동물들을 철창에 가두기보다 넓은 부지에 동물들만 살도록 사파리처럼 만든다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요. 동물들은 인간의 구경거리가 아닌, 인간과 함께 이 지구상에 공존해야할 귀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의 마음 - 아름다움에 대한 스물여섯 편의 에세이
이남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일요일만 되면 왠종일 방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그러다가 컴터 게임하고, 다시 TV 보고 어휴 꼴보기 싫어. 못살아~~" 친구들과 모여 수다떨던중 한 친구가 남편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 대학 다닐때만 해도 과대표를 맡아 솔선수범하는등 매사에 의욕적이었던 친구다.  결혼은 선택일 뿐 사회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야 말겠다던 그 친구는 전업주부로 둘째를 임신중이고,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부르짖던 나는...  여전히 일에 매달려 산다. 인생은 왜 이토록 잔혹한 것일까? 아니면 아이러니한 것일까?

하여간 시부모님 모시고 두돌배기 딸아이 키우며 주말만큼은 숨통을 좀 트고 싶은데 남편이란 사람은 왠종일 피곤하다며 방바닥만 긁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피곤하다면 죽은 듯이 잠이라도 자던가 하지. 입맛 다실것 대령하라는둥, 방금 옆에 있던 리모컨 못봤냐는둥 사람을 귀찮게 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입장은 전적으로 이해가 된다. 그녀의 남편은 변화가 필요하며 내 친구는 위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친구의 남편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내가 꿈꾸는 주말의 풍경이 그와같기 때문이다.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싶다. 소망하건데 일주일 밀린 빨래 제쳐두고, 대청소 미루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때우면서, 배깔고 뒹굴뒹굴 책 읽으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

<일요일의 마음> 이 책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다. 일상의 번잡스러움 뒤에 선물처럼 다가온 일요일, 세상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마음이 고요해지는 '일요일의 마음'으로 주위의 소중한 것들을 되돌아 보았다. "내가 만난 아름다움들은 대개 '강가의 맑은 바람이나 산속의 밝은 달 같은 것이어서 아무도 금하지 아니하고 아무리 써도 다함이 없는, 소동파 <적벽부>' 것들이다.  p.227 " 그렇다!! 일요일의 마음으로 돌아본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다름아닌 시와 그림과 음악, 소설, 영화와 같은 평범한 일상과 연결된 것들이었다. 때로는 고요함, 상상력, 슬픔조차도 아름다움의 소재가 될 수 있으며, 산과 암자, 나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오월의 어느 하루는 지나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위의 시간이었지만, 나의 모든 감각과 사유와 내면은 활발하게 움직인 바쁜 하루였다. 아마도 감각과 사유와 내면에도 피부가 있다면, 그 피부는 열탕에서 갓 나온 것처럼 발갛게 상기되었을 것이다. p.35" 사람은 저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충전하는 방식이 다르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대중에게 주목받으면서 힘을 얻고, 집에 있으면 오히려 에너지가 소비된다. 반대로 내성적인 사람은 바깥활동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조용히 쉬는 시간에 에너지가 충전된다. 어느 한쪽으로 성향이 분명하더라도 때로는 타협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타협이란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고, 세상과 타협하라는 말은 더더구나 아니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가족을 위해 조금만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다.   

 집안일을 덮어두고라도 소망하는 일요일을 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기전 우리 부부에게는 '주말 오전'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정오가 지나서야 항상 눈이 떠지곤 했으니 말이다. ^^;; 하지만, 아이들은 확실하게도 에너지가 넘치는 존재다. 녀석은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우리 식구들중 가장 먼저 일어나 내 눈꺼풀을 들어올리면서 "엄마, 물~~" 혹은 밥줘, 똥~!!  이라고 외치면서 나를 깨울 것이다. 그리고, 주중에 어디 갈거냐고 꼬치꼬치 묻고 다짐 받은 사항들을 모조리 기억해 내어 당일의 행선지를 읊을 것이다. 그래, 내 새끼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 이번 주말에도 무거운 눈꺼풀을 힘껏 들어올려 보자!! 아이의 웃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성능좋은 충전기이며, 세상을 밝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빛이다.   


"장욱진 화백의 후기 그림들은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과 흡사하다. <원두막>이 어린아이들의 그림과 비교할 수 없이 값지고 귀하다고 할말 수 있다면, 그것은 이 그림이 어른들이 그린 그림의 높은 경지를 지나서 도달한 천진함을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p.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크릿 패밀리 - 평범한 일상 속에 감춰진 생생하고 놀라운 가족의 비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정은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우주선과 최첨단 로봇, 반도체 기술 혹은 슈퍼 컴퓨터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나만 그런가 ^^;;  하여간 과학이라는 것은 합리적이면서 냉철하고 그럴싸한 무언가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작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과학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그것이 '과학적 현상'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크릿 패밀리> 이 책은 평범한 가족의 24시간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들어다본 다소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생활속 과학이야기'이다. "04:00 am, 침실, 밤이 되면 눈 10개와 손가락 50개가 달린 거대한 DNA 덩어리는 각각 개체로 되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그들은 지금 재생되고 있다. p.12"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고배율 현미경은 아빠, 엄마 그리고 세 아이들을 눈 10개와 손가락 50개가 달린 DNA 덩어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첫줄에 담긴 의미심장한 비유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마이크로의 세계'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이크로의 세계를 특수 카메라로 잡아 낸 놀라운 영상에 대해 한동안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던 기억과 작은 것을 확대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존재로 다가왔던 실체에 대한 충격이 되살아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모낭충부터 알러지를 일으키는 이불과 배게속 작은 괴물들(?) 그땐 요란스럽게 아이 손도 열심히 씻기고 주말마다 이불빨래 한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 처럼 그냥 그렇게 살게 되더라는... ㅠ.ㅜ

책을 읽고 다짐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능하면 먹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먹이지 않을 것이다. 나열하기도 민망한 소의 온갖 부위가 다 섞여있는 최하급 고기가 쓰이는 것이  햄버거다. 드라이 클리닝하는 옷은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드라이 후에도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이 계속 나온다는... 맨날 양복만 입는 울 신랑 불쌍해서 어쩌지. 쩝~ 아가 있는 집은 시판되는 병이유식 안 먹이는 게 좋겠다. 이것두 완죤...  그리고, 오렌지 쥬스등 과일쥬스는 무조건 집에서 믹서로 갈아 마시는게 최고다. TV는 정면에서 보다 약간 측면에서 보는 것이 좋단다. 밀보다는 통밀이 좋고, 노른자가 지나치게 노란 계란은 닭에게 인공 착색제를 먹였을 가능성이 크단다. 헐~

단순히 그냥 재미삼아 읽고 넘기기에는 아흐~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할만큼 찝찝하다. 아마도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아닌 줄 알면서 자꾸 인스턴트에 손이 가고 편리한 것을 찾는 내 처지가 안타까워 더욱 심란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녀간의 성격 차이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일상에 숨겨진 역사이야기, 사회와 문화 이야기가 곳곳에 그려져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시크릿 패밀리>속에 등장하는 인간을 위협하는 근거들은 대체적으로 과학의 발달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시설, 환경, 먹거리등이 인간에게 도리어 해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사실이다. 최근들어 신드롬을 넘어서 이미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이 되어버린 '웰빙' 열풍도 단순히 편리함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원전 400년의 그리스 내과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장에 좋은 '통밀'을 섭취하라고 연설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흰색 빵'을 먼저 찾았다고 한다. 인간의 무지함일까 아니면 무모함이라 욕해도 좋다. 사람은 통밀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머리에서 요구하는 각종 좋은 것들만 먹고, 보고, 입고 그렇게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사실이다. 단지 '흰색 빵'을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덧붙임 :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입이 근질근질하여 남편에게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딱 잘라서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신경쓰지마. 이런거 저런거 신경쓰다보면 그게 도리어 스트레스고 자칫하면 결벽증 걸려. 우린 그냥 살던대로 살자~ 근데 말야 확실한 것은 그렇게 산 좋고, 물 좋은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지금 사람들이 수명이 훠얼씬 더 길고 또 건강하다는 사실이지. 안그래?"  남편의 말 한마디가 많은 위로가 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3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브루노의 가족은 아버지가 맡은 임무로 인해서 아우비츠수용소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된다. 정든 마을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곳에 정착한 브루노는 하루하루가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이사에 바깥 출입은 금지되었고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어느날 브루노는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라는데...  길게 쳐진 철조망과 그 속에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제복을 입은 군인들을 보았던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 누가 줄무늬 옷을 입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지었을까? 브루노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어느날 브루노는 철조망 가까이로 금지된 '탐험'을 떠났다가 쉬미엘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쉬미엘은 공교롭게도 브루노와 생일이 같다. 또래보다 마르고 기운없어 보이는 쉬미엘, 하지만 둘은 금새 친해져 각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소중한 친구가 된다. 어느날, 두 소년은 수용소 내에서 사라져 버린 쉬미엘의 아버지를 찾기 위해 '탐험'을 하기로 약속하는데... 

수용소 총책임자의 아들인 브루노와 수용소 시설에서 생활하던 쉬미엘, 극과 극의 환경이다. 어른들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친구가 될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두 소년에게는 아무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 안타까운 것은 두 소년이 '전쟁'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 였다는 것. 쉬미엘이 자신에게 일어났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브루노는 자신의 아버지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며 수용소 안의 일들은 아버지와 무관할거라는 주장이 왜 그리도 안타깝게 들리던지. 

책은 아홉살 소년의 관점이다. 책의 시작은 브루노 가족의 소개, 아버지가 수용소 총책임자로서의 임무를 맡게되는 과정, 할머니와의 불화등 수용소 근처로 이사오게된 내용을 그렸다. 쉬미엘을 만나게 되는 것은 중간 부분에 이른 시점에서다. 상대적으로 쉬미엘의 가족사나 수용소로 오기전까지의 과정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는 쉬미엘의 입장으로 관점이 전환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나,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분명하다. 전쟁이라는 어두운 배경이 회색이라면 그 속에서의 두 소년은 천연색 컬러빛이다. 잊고 싶은 과거를 들추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진 곳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인간의 의지로서 막을 수 있었던 것, 지켜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점을 높이 사고싶다. 영화를 평할때도 흥행성과 작품성을 이야기하듯 이 책은 주제와 작품성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청소년들이 한번쯤 읽고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도 좋을 그런 책이다. 

사실... 책을 덮은 직후, 당혹스런 결말로 인해 잠시 멍~했다. 처음엔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같은 그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후반부에는 <쉰들러 리스트>처럼 훈훈한 결말이 아닐까 은근히 기대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 빗나갔고 결국은 두 소년을 통해 바라본 전쟁의 참상과 두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을 재현해서 보여준 것이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 라는 것. 즉, 우리의 미래를 담보한 무모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쟁을 일으킨 사람과 침략을 당한 사람 양 쪽 모두가 깊은 상처를 떠안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