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크릿 패밀리 - 평범한 일상 속에 감춰진 생생하고 놀라운 가족의 비밀!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정은영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우주선과 최첨단 로봇, 반도체 기술 혹은 슈퍼 컴퓨터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나만 그런가 ^^;; 하여간 과학이라는 것은 합리적이면서 냉철하고 그럴싸한 무언가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작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과학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그것이 '과학적 현상'의 일부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크릿 패밀리> 이 책은 평범한 가족의 24시간을 고배율 현미경으로 들어다본 다소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생활속 과학이야기'이다. "04:00 am, 침실, 밤이 되면 눈 10개와 손가락 50개가 달린 거대한 DNA 덩어리는 각각 개체로 되돌아가 휴식을 취한다. 그들은 지금 재생되고 있다. p.12"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고배율 현미경은 아빠, 엄마 그리고 세 아이들을 눈 10개와 손가락 50개가 달린 DNA 덩어리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첫줄에 담긴 의미심장한 비유가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마이크로의 세계'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마이크로의 세계를 특수 카메라로 잡아 낸 놀라운 영상에 대해 한동안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던 기억과 작은 것을 확대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존재로 다가왔던 실체에 대한 충격이 되살아 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모낭충부터 알러지를 일으키는 이불과 배게속 작은 괴물들(?) 그땐 요란스럽게 아이 손도 열심히 씻기고 주말마다 이불빨래 한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것 처럼 그냥 그렇게 살게 되더라는... ㅠ.ㅜ
책을 읽고 다짐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능하면 먹이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먹이지 않을 것이다. 나열하기도 민망한 소의 온갖 부위가 다 섞여있는 최하급 고기가 쓰이는 것이 햄버거다. 드라이 클리닝하는 옷은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드라이 후에도 인체에 해로운 물질들이 계속 나온다는... 맨날 양복만 입는 울 신랑 불쌍해서 어쩌지. 쩝~ 아가 있는 집은 시판되는 병이유식 안 먹이는 게 좋겠다. 이것두 완죤... 그리고, 오렌지 쥬스등 과일쥬스는 무조건 집에서 믹서로 갈아 마시는게 최고다. TV는 정면에서 보다 약간 측면에서 보는 것이 좋단다. 밀보다는 통밀이 좋고, 노른자가 지나치게 노란 계란은 닭에게 인공 착색제를 먹였을 가능성이 크단다. 헐~
단순히 그냥 재미삼아 읽고 넘기기에는 아흐~ 뭐라 말로 표현을 못할만큼 찝찝하다. 아마도 직장맘이라는 핑계로 아닌 줄 알면서 자꾸 인스턴트에 손이 가고 편리한 것을 찾는 내 처지가 안타까워 더욱 심란한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녀간의 성격 차이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일상에 숨겨진 역사이야기, 사회와 문화 이야기가 곳곳에 그려져 있다.
주목할만한 것은 <시크릿 패밀리>속에 등장하는 인간을 위협하는 근거들은 대체적으로 과학의 발달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시설, 환경, 먹거리등이 인간에게 도리어 해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사실이다. 최근들어 신드롬을 넘어서 이미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삶이 되어버린 '웰빙' 열풍도 단순히 편리함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원전 400년의 그리스 내과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장에 좋은 '통밀'을 섭취하라고 연설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있는 자들은 언제나 '흰색 빵'을 먼저 찾았다고 한다. 인간의 무지함일까 아니면 무모함이라 욕해도 좋다. 사람은 통밀만 먹고는 살 수 없다. 머리에서 요구하는 각종 좋은 것들만 먹고, 보고, 입고 그렇게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사실이다. 단지 '흰색 빵'을 덜 먹으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덧붙임 :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입이 근질근질하여 남편에게 책 내용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딱 잘라서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신경쓰지마. 이런거 저런거 신경쓰다보면 그게 도리어 스트레스고 자칫하면 결벽증 걸려. 우린 그냥 살던대로 살자~ 근데 말야 확실한 것은 그렇게 산 좋고, 물 좋은 시절에 살았던 사람들보다 지금 사람들이 수명이 훠얼씬 더 길고 또 건강하다는 사실이지. 안그래?" 남편의 말 한마디가 많은 위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