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마을 전쟁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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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읽기기록장'에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점일 것이다. 신간이 쏟아져 나올때마다 일본소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고 책을 고르다보면 이래저래 눈에 띄여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거의가 자그마한 양장본이라는 것,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 튀는 제목이 눈으로 확인가능한 일반적인 특징이다. 일본소설은 가볍고 유치하다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기발하고 독특한 소재만큼은 높이 사고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고 웃으며 지나칠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앞서 언급한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그런줄 알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웃마을 전쟁>이라는 제목에서 과연 이것이 비유적 표현인지 실제로 총,칼을 휘두르는 전쟁을 말함인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설마...  우리의 현실처럼 어떤 '지역감정' 같은 것을 말함일까? 아니면 지방자치제를 통해 예산이나 행사유치를 경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주인공 '나'는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 있는 마을 홍보 신문을 통해서 전쟁이 시작될 것임을 알게된다. 대상은 '이웃마을', 주인공은 가슴을 졸이면서 개전일을 맞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상은 전혀 변화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문 귀퉁이에 전사자 인원을 발견하고 전시임을 확인한다. 어느날 주인공의 직장이 '이웃마을'이라는 이유로 정찰업무가 주어지고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떠올렸던 '전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무렵, 아니 거의 다 읽어갈 무렵에도 여전히 어떤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이 전쟁은 그 전쟁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실체는 없지만 존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웃마을 전쟁'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심리스릴러물'에 해당한다고 해야할까. 총성이 들리고 폭탄이 터지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소리없는 전쟁이다. 모두의 무관심속에 시작되어 누군가가 죽어가고 아직 전쟁중인가 하는 순간에 종전이 되어버리는...  그러다가 책의 '마지막 장'은 주인공 '나'가 바뀐다. 주인공도 관점도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비껴있던 제 3의 마을의 관점에서 본 이웃마을 전쟁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관공서 및 공무원들의 관료제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풍자하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웃간, 자치단체간, 국가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리없는 전쟁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나니 더욱 명확해 진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도 우리는 지역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 나의 일상이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전쟁'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사실. 문득 이웃마을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주임 흉내를 내어 가슴에 손을 얹고 헤아려 보았다. 내게 느껴지는 '전쟁의 아픔'을.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전쟁을 알지 못하는 내가 전쟁의 아픔을 알 수 있을 리는 만무했으니까. p.189
 
눈앞에 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전쟁에 참가하여 사람을 죽였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누군가'가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사망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인 것이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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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면 어때 쪽빛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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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요일, 엄마가 데코의 머리를 잘라줍니다. "잠깐 눈 좀 감아 봐." 잠시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인데... "데코, 마빡이다!" 다들 데코의 이마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어요. 엄마를 따라 시장가는 것을 좋아하는 데코는 툭 튀어나온 이마가 창피해서 시장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귀엽다고 칭찬해주는 말도, 지나가던 외국인이 "큐트"라고 외치는 소리도 놀리는 것처럼 들렸어요. 데코는 엄마보다 먼저 집으로 와버렸어요. 다음날 일찍 일어난 데코는 어제 그대로인 이마를 보고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도저히 유치원에 갈 수 없을 것만 같았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어릴 때 마빡이였던 적이 있어요. ^ ^;; 엄마는 할머니와 아버지 , 언니들과 저의 머리를 모두 책임지는 만능 이발사였어요. 칼날이 들어있는 만능 빗으로 머리를 슥슥 빗으면 어깨쪽으로 머리카락이 잘려 떨어지곤 했죠. 앞머리는 삭둑삭둑~ 슥슥 이쁘게 층까지 내 주셨어요. 하지만, 가끔은 데코 엄마처럼 실수를 하시곤 했어요. 짱구머리였던 제게 마빡이 머리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었죠. 데코처럼 떼쓰면서 울고불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데코도 귀엽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귀엽고 동글동글한 모습으로 그려졌어요. 색감은 화려하고, 뒷배경이 단조롭기보다 약간은 산만하면서 섬세하게 그려졌네요. 전체적으로 일본풍이 많이 느껴져요. 특히 장터의 모습에는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남자들과 닌자 복장을 한 사람까지 등장하는데 책 읽던 아들이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이 책에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쓰치다 노부코라는 일본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말해 주었더니 다른 그림에도 관심을 가지더군요. 하지만 데코의 집과 유치원등 일상적인 모습은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자고나면 괜찮아 질거야~" 이말은 어릴 때 엄마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들 중 한가지 랍니다. 어른이 된 지금 내 아이에게 제일 많이 하는 위로의 말이기도 하지요. 데코도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자라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그 믿음이 깨지는 순간 희망도 사라져 버린 것이죠. 이미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고, 데코에게는 마빡이 머리만 남았어요. 데코는 머리카락이 자랄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다녔을 까요? 아니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소녀가 되었어요. 귀여운 소녀 데코, 마빡이여서 더욱 이쁘네요. ^^ 

여섯살 아들이 작년 여름이건가...  처음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기가 옷을 골라 입기시작한 때가 있었어요. 쬐끔한 게 벌써... 라는 생각과 함께 네가 멋을 알기나 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네살 이후가 되면 아이는 '자존감'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해요. 자신이 가진 것이나 선택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죠. 아이의 선택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 주는 것이 자신감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선택일까봐 두려울 수도 있겠죠. 힘든 일이 생기면 데코처럼 주문을 외워 보아요. 모든 것이 잘 거에요. 수리수리 뿌이뿌이 얍~~!!


덧붙임 :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띠리리리 띠리리(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놀다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
책을 다 읽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에 입에서 흥얼흥얼 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네요. 책을 읽으면서도 단 한마디 게그프로 '마빡이'에 대해 언급이 없더니만... ㅎㅎ 데코의 별명 말이에요. '마빡이'가 아니라면 뭐라고 번역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짱구? 대두? 하여간 '마빡이'라는 별명 말이에요. 데코에겐 끔찍했겠지만 너무나 귀여운 별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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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대모험 - 보물찾기 이야기 속에 숨은 그림 찾기 키다리 그림책 2
헨드리크 요나스 지음, 여인혜 옮김 / 키다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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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게 무슨 보물이야?" 영화체널에서 <캐리비안의 해적>을 보던 여섯살 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네요. 동굴 속에 산더미같이 쌓인 보물을 보고도 저게 어째서 보물이냐고 되묻다니...  "접시도 보물이야? 그릇도 보물이야? 헐~"  아하, 그래 그렇고 말고. 접시도 그릇도 보물이 될 수 있지. 저게 왜 보물인고 하니... 바로 귀한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접시와 그릇이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다시말해서... 금이 무언고 하니... 에... 흠...팔면 돈이 되거덩. 그래서 좋은 거야. ^^ 이론이론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 명쾌한 설명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들의 강펀치~!! "엄마, 그래서 내 (돌)반지 팔았어?"   ^ ^;;

  용감한 멍멍이와 멋쟁이 야옹이, 꾀쟁이 쥐돌이는 사이좋은 친구랍니다. 어느날 세 친구는 숨바꼭질을 하다가 멍멍이네 다락방에서 해적의 보물지도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보물섬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똑똑한 쥐돌이가 꾀를 생각해 냈어요. 뚝딱뚝딱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었지요. 일단 올라타세요. 자~ 모두 보물을 찾아서 출발~~!!

이렇듯 책의 큰 줄거리는 세 동물친구가 보물을 찾기위해 보험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숨은그림을 찾아내는 '그림찾기 놀이 책'이에요. 표지만 보아도 짐작이 되시죠? 상당히 복잡하고 꼼꼼한 그림이에요. 중요한 포인트는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세 친구의 네번째 친구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숨바꼭질을 할 때부터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친구들을 찾아내기 시작해요. 보물섬을 찾아 떠날때는 함께 탈것을 만들기도 하지요. 본문을 읽을 때, 망치가 어디로 간 거야? 야옹이가 울상을 지으면 야옹이에게 망치를 찾아주세요. 다른 친구들에게도 각각 필요한 연장을 찾아주어요. 세 친구들이 우리 아이에게 엄청 고마워할거에요. 엄마가 세 친구의 말을 대신 전해주시면 더 좋겠죠. ^^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을 찾아들어가는 부분은 미로를 헤메는 것같은 '길찾기'에요. 단번에 길을 찾았냐구요? 솔직히 저두 버벅거렸어요. ^^ 땅굴을 지탱하는 기둥이 막힌 부분인 줄 알았거든요. 찬찬히 살펴보세요. 내용을 읽어보면 그 속에 힌트가 들어있어요. 숨은 그림을 찾을 때, 엄마는 한쪽 눈을 감고 계세요. 아이가 난감해 하면 이쯤 어디에 있을 것도 같은데 하면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주세요. 아이가 찾았을 때는 전혀 몰랐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고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세요. 아이의 어깨가 으슥~ 하는 것을 볼때마다 엄마도 행복해져요. ^^ 보물이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환호성을 질러요. 캬악~~~  하구요.

맨 뒷장에보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이것을 찾아보아요~' 라는 부분이 있어요. 스무가지도 넘는 것을 앞장을 뒤적이며 찾아야 해요. 책을 받던 첫날 모조리 찾자구 졸라서 혼났어요. ㅠ.ㅜ 아이와 함께 찾다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하루에 다섯개씩만 찾자고 달래서 재웠어요. 여섯살 남자아이라 그런지 피곤해 하면서도 승부욕을 앞세워 무리하려고 하네요. 마음만 앞서서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는 눈이 @@ 요렇게 될지도 몰라요. 어쩌면 책을 천천히 음미하는 재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기에 분량을 잘 조절해 주어야 해요. 

 <보물찾기 대모험> 이 책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책이에요. 보물찾기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 단순한 줄거리, 친숙한 세 동물친구, 복잡한듯 어지러운 그림, 활자를 읽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즐기는 '놀이'를 겸한 책이라는 점이 그렇답니다. 판형이 240*320 으로 복잡한 그림을 가능한 시원시원하게 보여주려고 애쓴 것 같아요. 왠만한 그림책과 함께두면 2등이 억울할 만큼 크네요. ^^ 어라~ 아이가 눈을 비비네요. 보물찾기 하느라 우리 아이 소중한 눈에 힘을 너무 많이 줬나 봐요. ㅎㅎ 손바닥을 마구 비벼서 열을 낸 다음 아이의 눈 위에 올려주었어요. 아이가 잠들기 전에 자주 해주는데요. 세상을 바라보는 몸과 마음의 눈, 두 가지 모두 밝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해 준답니다.   

 준민아~ 아까말이야. 접시와 그릇이 어떻게 보물이냐고 물었지? 보물은 말이야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무엇으로 만들어 졌느냐가 더 중요하단다. 귀한 것으로 만들어졌으면 접시라도 보물이 되고, 귀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졌다면 다이아몬드 모양을 하고 있어도 값어치가 없는 것이야. 엄마는 말이야. 네가 진흙속에서도 빛나는 보물같은 사람, 진흙속에 묻혀 있더라도 그것이 보물임을 알아보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알지?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너라는 것을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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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의 생각 수업
강욱 지음, 채원경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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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그냥 그리면 된다고 하는데 뭘 그려야 하는지 모르겠어."
겨우 다섯살이었던 아이가 처음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를때는 정말 아무런 기대감없이 그냥 그리고, 만들고, 오리고, 붙이고 그렇게 재미있게 놀았으면 하는 바램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보름도채 다니지 않아 아이는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무엇을 그려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요일 무엇을 했는지, 어린이날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등 주제를 정해주면 어떤 장면을 그려야할지 틀을 잡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섯살 아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한 장의 도화지에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버거울 수 밖에요.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표현하기에 앞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특별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요. ^^  

 까마귀는 정말 검기만 할까? 솔직히 저는 한번도 이런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없습니다. 까마귀는 검기때문에 까마귀고 까마귀가 검지 않으면 어떻게 이름을 까마귀라고 지었을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연암선생은 아무리 까만 까마귀라도 어뜻 보면 엷은 노란빛이 감돌고, 연한 녹색일 때도 있으며 햇빛에 따라 푸르고 붉기도 하다고 주장합니다. 선입견에 사로잡힌 사람을 꾸짖으며, 좋은 문학은 결코 고정된 틀에서 한정된 모습을 띠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위의 글을 통해서 알수 있듯이 연암선생은 관찰력이 상당히 뛰어난 분이셨습니다. 중국에 여행갔을 때 수레와 코끼리를 설명해 놓은 부분은 참으로 세세하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무렵 조선은 수레가 다니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라고 하여 수레를 적극 활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만 연암선생은 수레가 다니면 곧 길이 될터이라고 하며 뒤집어 생각하기 즉, 생각의 전환을 시도하셨던 것이죠. 또한 코끼리(당시에는 무척 귀한 동물이었답니다)를 통해 철학적 사고를 끌어낸 선생의 생각하기에 또다시 놀랐답니다.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하는 물음에는 조금의 주저함이 없이 '양반'들을 호통치는 것으로 시작하셨어요. <양반전>과 <호질>은 너무나도 유명하죠. 오히려 똥을 퍼는 직업을 가졌던 엄행수를 '예덕 선생'이라고 불렀어요. 엄행수는 정말로 마음속에 도둑질할 뜻이 없는 사람이며, 이것을 확장하면 성인의 경지라도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지요. 정이 많고 의로운 거지 광문에 대한 이야기와 실력이 뛰어나지만 통역관밖에 하지 못했던 우상 선생에 대한 안타까움을 통해 연암 선생이 추구했던 가치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의 생각수업' 이 책은 어떻게 글을 쓰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먼저 생각의 틀을 만들고,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도록 도와줍니다. <열하일기>라는 책은 상당히 어려운 책이랍니다. 저두 제대로 된 <열하일기>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글쓴이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이 책을 쓰셨다고 해요.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듯 구어체로 된 문장이 편하게 다가오네요. 연암 선생에게붙여준 '뚱보 선생'이라는 별명도 친근감이 느껴져요. ^^

여섯살이 된 아이는 올 여름에 다시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이번에는 미술이 참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리기 수업이 있는 날이면 수업시간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를 하면서 보낸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빠는 어떻게 하고 있었고, 엄마는 어디쯤 서서 무엇을 하고 있었고, 표정은 어떻다는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대화를 하면서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이지요.  말이든, 그림이든, 글이든... 어른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하지만 표현에 앞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생각 수업'이 필요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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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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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와 우리나라 사이에 큰 바다가 버티고 있는데 무슨 수로 우리나라를 침입해오겠습니까?"
"왜인들이 수천 척의 배를 몰고 침입해온다면?"
"에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기야 하겠습니까?"  p.30(징조)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볼 때, 당시 군왕이나 정치를 이끌었던 무리들이 참으로 갑갑하게 느껴질때가 종종있다. 오늘날 재조명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불만스러운 유교를 시작으로 당쟁과 신분제도등 그에 파생된 정치 권력의 세습, 부패, 관리 등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토록 바로잡기 힘든 상황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하여 선견지명을 가지고 난세를 뚫어 볼 수 있었던 사람은 극히 드물며, 그들의 외침은 당파싸움 소리에 묻히고, 군주의 외면에 빛을 잃고 마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난()' 이 책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9년전, 북방에서 일어났던 야인들의 난이 일어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율곡은 이미 남쪽의 왜국과 북쪽 누르하치의 세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율곡의 주장은 설마하는 황당함으로 들릴 뿐이었고, 때마침 북방에서는 '이탕개의 난'이 일어난다. 당시 조선에서는 정책적으로 야인을 앞세워 야인을 막는 방법을 써왔으나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틈을 노려 이탕개가 난을 일으킨 것이다. 북방에서 난이 일어나자 조정은 들끓기 시작한다. 대책을 마련하여 신속히 난을 진압하려 애쓰기보다는 북방수비를 맡은 총책임자가 누구의 천거를 받은 자인가를 가린다든지, 목숨 걸고 싸우는 장수를 도성으로 불러들여 죄를 물으라는등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었다. 


난세(亂世)에는 영웅이 나게 마련이다. 책에서는 백손과 바우 두 인물이 등장한다. 전체적인 배경과 율곡 이이를 비롯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사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그려졌다면 백손과 바우는 말 그대로 허구의 인물들이다. 난세를 극복하려는 율곡의 노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조선을 지탱했다고 한다면 백손과 바우는 율곡의 명을 받들어 직접 난을 진압하는데 뛰어든 무장으로 책의 이야기는 이들에 의해 큰 줄기가 형성된다. 다만 안타까운것은 백손과 바우가 북방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도 미천한 신분이 드러나자 병졸들마저 그들을 욕하고 무시하였다는 점이다. 신분제도의 틀에 얽매여 인재들을 고루 등용하지 못한 것이 우리 역사를 통틀어 얼마나 큰 손실이었던가마는 그 뿌리깊은 악습은 군왕에부터 민초들에 이르기까지 나라 전체를 감염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백손과 바우가 떠나고 적의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을때, 땅을 치며 후회하는 모습이 어찌 그리 어리석고도 불쌍한지. 

이탕개의 난이 평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율곡 이이는 시무 6조에 이은 십만양병에 대한 상소를 올린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짐작컨데 십만양병설은 어찌보면 무리한 주장일 수도 있었다. 군력 증강을 위해 군포와 세금을 충당키위해서 결국 피폐해진 민생을 쥐어짜는 방법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던 신분의 변화를 통한 군력의 증강, 다시말해 백손과 바우같은 이들을 찾아내는 것조차 '신분제'의 한계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율곡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유성룡이 천거하려한 '이순신'이란 인재를 훗날을 위해 숨겨두라고 한 것과 한달에 한번씩 '화석정' 기둥에 기름칠 하도록 유언을 남긴 것 두가지 뿐이었다. 

'아! 경은 죽어서까지 충성으로 나를 부끄럽게 하는구려.' 임금이 고개를 돌려 불타고 있는 화석정을 바라보았다. 억수 같은 빗줄기에도 꺼지지 않는 화석정의 불빛이 용안을 따라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p.241 (후회)

임진년에 앞서 야인의 난이 일어났을 때, 
조정은 분열되어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는데 급급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난을 진압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었기에 왜인들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임진왜란을 불러온 빌미가 되고 말았다. 먼 미래에 대한 정책을 구축하기에 조선은 이미 '난세'에 접어든 상황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우리 역사에 언제 태평성대가 있었나 싶다. 세종시대와 영,정조시대를 제하고 나면 항상 난세였다. 근대사도 마찬가지고 현재도 다를바가 없다. 난세인지 말세인지 하여간 서민들 살기는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때마침 목전에 닥친 '수능'과 '대선'을 떠올리며 더욱 생각이 많아진 책이었다. 

책의 시작은 닥쳐올 위기의 '징조'였고, 책의 마지막은 선조가 율곡 이이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장면이다. 역사를 되풀이 할 것인가. 역사를 새로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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