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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마을 전쟁
미사키 아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올해의 '책읽기기록장'에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일본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점일 것이다. 신간이 쏟아져 나올때마다 일본소설이 차지하는 비중도 만만치 않고 책을 고르다보면 이래저래 눈에 띄여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 거의가 자그마한 양장본이라는 것, 시선을 사로잡는 표지, 튀는 제목이 눈으로 확인가능한 일반적인 특징이다. 일본소설은 가볍고 유치하다는 표현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기발하고 독특한 소재만큼은 높이 사고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고 웃으며 지나칠 소설은 아니라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앞서 언급한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도 그런줄 알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웃마을 전쟁>이라는 제목에서 과연 이것이 비유적 표현인지 실제로 총,칼을 휘두르는 전쟁을 말함인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설마... 우리의 현실처럼 어떤 '지역감정' 같은 것을 말함일까? 아니면 지방자치제를 통해 예산이나 행사유치를 경쟁하는 그런 의미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주인공 '나'는 아파트 우편함에 꽂혀 있는 마을 홍보 신문을 통해서 전쟁이 시작될 것임을 알게된다. 대상은 '이웃마을', 주인공은 가슴을 졸이면서 개전일을 맞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일상은 전혀 변화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건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문 귀퉁이에 전사자 인원을 발견하고 전시임을 확인한다. 어느날 주인공의 직장이 '이웃마을'이라는 이유로 정찰업무가 주어지고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떠올렸던 '전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무렵, 아니 거의 다 읽어갈 무렵에도 여전히 어떤 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이 전쟁은 그 전쟁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길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실체는 없지만 존재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웃마을 전쟁'이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심리스릴러물'에 해당한다고 해야할까. 총성이 들리고 폭탄이 터지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소리없는 전쟁이다. 모두의 무관심속에 시작되어 누군가가 죽어가고 아직 전쟁중인가 하는 순간에 종전이 되어버리는... 그러다가 책의 '마지막 장'은 주인공 '나'가 바뀐다. 주인공도 관점도 달라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비껴있던 제 3의 마을의 관점에서 본 이웃마을 전쟁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관공서 및 공무원들의 관료제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풍자하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이웃간, 자치단체간, 국가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리없는 전쟁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나니 더욱 명확해 진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에도 우리는 지역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 나의 일상이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전쟁'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사실. 문득 이웃마을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주임 흉내를 내어 가슴에 손을 얹고 헤아려 보았다. 내게 느껴지는 '전쟁의 아픔'을.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일이었다. 전쟁을 알지 못하는 내가 전쟁의 아픔을 알 수 있을 리는 만무했으니까. p.189
눈앞에 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가 전쟁에 참가하여 사람을 죽였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가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누군가'가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사망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인 것이다.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