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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 여신들의 사랑과 질투, 배신, 그리고 용기...
베티 본햄 라이스 지음, 김대웅 옮김 / 두레 / 2007년 11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마지막으로 읽어 본 때가 언제였던가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그저 꽤 오래되었다 하는 정도로 희미하기만 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몇몇 신들의 이름과 단편적인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더구나 신화와 관련된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으니 친구들과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에로스'와 '큐피트'가 과연 동일한 '신'인가 하는 것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였던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란 게 먼 미래의 꿈과 같은 이야기였으니 각자 책을 읽은 기억을 더듬어 주장을 펼칠 뿐이었다. 한 친구는 동일한 신이라고 하였고, 또 한 친구는 에로스는 신의 이름이고 큐피드는 에로스가 들고 다니던 화살에 붙혀진 이름이라고 주장하였으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유쾌한 추억의 한 장면이다. ^^
왜 그렇게 많은 이름을 가졌을까? 우선은 신들이 그리스, 로마, 영어식의 이름을 각각 따로 가졌던 탓이다. 제우스-유피테르-주피터(조브) / 포세이돈-넵투누스-넵튠/ 아프로디테-베누스-비너스 / 에로스-쿠피드(아모르)-큐피드 / 아르테미스-디아나-다이아나 이런 식이다. 짐작대로 로마 민족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영향을 받아 문화적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전수 받은 문화를 로마식으로 재탄생 시켰던 것이다. 신의 이름을 다르게 부르기도 하고 별명을 붙이거나 애칭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우리가 신화라 일컫는 이 같은 이야기들은 아마도 고대의 인류가 세상과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p.11" 고대 그리스시대에 유명한 철학자들이 많은 이유도 이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왜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서 '신화'가 생겨났다는 주장이 참으로 설득력 있어 보인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가 아버지의 아버지의 그 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 '단군'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수많은 신화들 중 유독 '그리스 로마 신화'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은 신화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르니 말이다. 신들의 이름과 이야기는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을 제공하였고, 상업적으로는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 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신들의 '불완전성'이 아닐까 싶다. 신들의 세계는 인간세계의 축소판이다.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그러면서 자식을 놓고 때로는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고... '자유스러움' 그 자체다. 이것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데 '절대 선'을 상징하는 신이 아니라 인간적인 신의 모습이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어린시절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환상'과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피터팬과 네버랜드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읽은 그리스 로마신화는 나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가지게 만든다. 신화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라든지 해석이 들어간 부분이 거의 없는데다 여신의, 혹은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된 신화를 원했기에 약간은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여신들을 통해서 전체적인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을 수 있었고, 신들을 주제로한 풍성한 예술작품 또한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여신들 위주로 분류하여 놓은 책이다. 만물의 어머니 가이아로부터 시작해서 자랑스러운 여인, 아름다운 여인, 용기와 독립심, 아내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등 주제별로 셀수 없을 만큼 많은 여신들이 등장한다. 가이아를 통해서 알수 있듯이 고대인들에게 여신은 태초에 생명을 탄생시킨 근원이었다. 여신의 기본적인 모델은 '어머니' 였으니라. 또한 다산과 수확에 관한 부분을 여신의 몫으로 돌린 것으로 보아 '아내'를, 아름다움에 관해서는 그들의 아내와 누이와 딸들을 모델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신화는 그 시대의 모습 즉, 문화와 예술, 종교,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주는 역사의 한 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