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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하드보일드. 사람 이름이 아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애기야. 영어야. 직역하면 완숙 계란."
"뭐야, 삶은 계란을 좋아하는군? 하긴 닭고기도 좋아하니까. 빨리 얘길 하지 그랬어." p.156
슌페이, 필립말로를 우상으로 생각하면서 하드보일드한 삶을 살고싶었던 그는 자신이 꿈꾸었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그저그런 탐정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활동이 남의 뒷조사를 해주거나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아주는 일로 보내야 했으니 말이다. 생활에 큰 변화를 주고자 여비서를 고용하기로 하였지만, 정작 자신이 고용한 사람은 여든이 한참 넘은 할머니임을 알게되고 좌절한다. 심지어 '하드보일드'를 이야기할 때, 뜬금없이 삶은 계단을 건네 받고는 당황하는데... ^^
아야(슌페이의 여비서), 근래에 읽은 책에 등장하는 할머니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덴도 신의 <대유괴>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할머니는 82세, 다나베 세이코 <두근두근 우타코씨>의 우타코씨 77세, 노라 에프런의 자전적 에세이 <내 인생은 로멘틱 코미디>에서도 노라의 나이가 60대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아야는 88세로 가장 연장자다. 아야가 다른 할머니와 가장 구분되는 점은 앞의 할머니들은 멋쟁이에 당당하고, 그 모든 환경을 탄탄한 경제력이 받쳐줬다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야의 생활은 여러모로 풍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야의 짙은 화장과 촌스런 복장에서 튀어나오는 간드러진 목소리만 떠올려도 당혹스러운데다 민첩성을 요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느릿느릿한 행동으로 슌페이를 긴장하게 만드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코믹함을 선사한다. 어쨌거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어울릴 수 없는 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야가 주는 코믹함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두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팀'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보잘것 없는 삼류 탐정과 할머니 비서의 이야기로 출발해서 중반부터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책읽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후반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다. 거기다가 작가의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까지 담겨있어 가볍기만 할뿐 생각할 거리가 없다는 일본소설의 고정관념을 깨는데는 일조를 했다. 유기견을 통해 인간들의 극단적 자기중심주의와 무책임성을 비판하고 인생의 마지막 선택으로 '신나는 모험'을 원했던 아야를 통해 '휴머니즘'을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뜻을 떠올리며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