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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스 3
오진원 지음 / 풀그림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해가 바뀌어 한 살 나이를 더 먹자 아이의 관심사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에 꽂혔다.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어? 새달력 바뀌었으니까 한 살, 생일 지나면 한 살, 설 지나면 한 살... 그러면 아홉 살이 되는거야?" 이랬던 녀석이 그것도 양이 차질 않는지 "매일 매일 설날이면 좋겠어~ 하루에 한 살씩 먹게." 라고 조른다. 에혀~ 엄마를 조른다고 해결되냐? 아이는 왜 이토록 어른이 되고싶은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어른이 되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직 모른다. 막상 어른이 되어도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때론 해야만 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어른이 된 아이들, 아이가 된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제롬의 집은 극단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돈만 벌어주면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믿는 아빠, 내적 공허함을 벗어나기위해 성형중독에 걸려버린 엄마, 사치스러운 누나, 반항적인 형, 존재감없는 할아버지, 그리고 누군가 놀아줄 사람이 필요한 어린 제롬이 등장한다. 꼬마 마법사 파파스는 제롬의 소원대로 아빠와 제롬, 엄마와 누나, 할아버지와 형의 몸을 서로 바꿔버린다. 가족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경험하면서 그제서야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빠는 왜 날마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쇼파에 몸을 뉘일 수 밖에 없는지, 엄마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누나와 형에게는 잘 할 수 있는 과목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할아버지에게도 제롬에게도 역시... 가족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표현'이었다. 가족은 모처럼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해결 방법을 찾아 내고 그제서야 제롬의 그림자가 조금씩 짧아지게 된다.
흔히들 쉽게 말을 한다. 답답하다면서... 이해해 달라면서 소리친다. "네가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봐~!!" 하지만 정말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진심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그럴 때 파파스가 나타나 단 5분 만이라도 제롬의 가족에게 했던 것처럼 바꿔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꿔~ 바꿔~~
아직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아이가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난리다. 대문밖에 앞집, 뒷집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니 그럴만도 하다.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았으니 나갈 수 없다고 말을 해놓고도 모처럼 따스한 날씨인데 싶어 안스럽긴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이를 불러 스키 잠바를 입히고, 모자에, 장갑까지... 그리고는 나가 놀라고 등을 떠민다. 자기는 어릴 때, 콧물을 줄줄 흘려가며 손등이 다 터져가면서도 잘만 놀았다고, 서리한 감자 구워먹던 시절 이야기를 또 끄집어 낸다. 요즘 애들 얼마나 불쌍하냐... 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한다. 대답은 덮어두고 계속 고민해가면서 그렇게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때 그시절 부모님이 왜 그렇게 하실 수 밖에 없었는지 수십년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파파스3>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자그마한 크기와 동화스러운 표지가 무척 맘에 들었다. 오진원님의 연작소설중 3번째 이야기로 각 권이 독립된 이야기여서 앞의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아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꼬마 마법사는 어린시절 한번쯤 떠올려 보았을 '요정'을 연상시키는데 개구장이같은 캐릭터여서 더욱 정감이 간다. 손에 쉽게 잡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 여운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