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 관용과 카리스마의 지도자
아드리안 골즈워디 지음, 백석윤 옮김 / 루비박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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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카이사르를 떠올리면 7월 July의 유례에 관한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자신의 이름을 달력에 표기할 생각을 하였다는 발상과 함께 그것이 현실로 이루졌음이 영어를 처음 배우던 어린 마음에 깊이 각인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자자손손 후대로 내려와 오늘날 전세계인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 아닌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루투스 너마저','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등과 같은 문구들은 카이사르에 관한 수많은 일화들과 함께 잘 알려진 것들이다.    

 고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사료가 충분치 않다는 것과 때로는 알려진 사료의 사실 여부조차 의심스럽다는 것. 충분히 짐작이 된다. 카이사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역사가들 사이에서 그를 숭배하고 감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관습과 법률을 무시한채 권좌를 탐했던 인물로 지독히 운 좋았던 일개 귀족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서양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인물중의 한 사람이며 그만큼 많은 일을 했던 인물이 없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카이사르의 평전을 이제서야 만났다. 우선은 86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 책의 두께에 놀라고 다음은 표지를 장식한 카이사르의 카리스마에 압도된다. 어린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카이사르는 독재자 술라앞에서 굽힘이 없는 당당한 모습을 보일만큼 어린시절부터 비범했다. 정치에 입문할때는 당시 정치판이 그러하였듯이 주변 사람들에게 후하게 대함으로써 기반을 다져나갔다.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패션감각을 선보였다는 점도 특이하거니와 일생을 카이사르에게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로마의 정치상황을 보면 오늘날의 정치판과 흡사한 점이 참으로 많다. 공화정시대 선거가 치뤄질때면 거액의 뇌물이 오고 갔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후에 로마의 속주로 나가 자신이 빚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거두어들였다. 때로는 검투사를 동원한 폭력 선거가 치뤄지기도 했으며, 정치적 연대를 위해 정략결혼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어제의 적이 오늘은 친구가 되는등 참으로 혼란스럽다. 카이사르도 다른 이들이 하는 만큼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것은 그가 공화정이 직면한 위기를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나라가 정치,역사,경제등 부흥을 맞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 당시 로마는 카이사르를 원했고, 카이사르는 로마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냈다. '로마와의 협력'을 내세워 속주들을 굴복시켰고 로마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 위대한 인물을 이야기할때 흔히 하는 말을 떠올려 본다. 카이사르가 10년, 아니 5년만이라도 더 살았더라면 로마의 역사,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을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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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자연 - 동물행동학자가 쓴
히다카 토시타카 지음, 전혜원 옮김, 이미화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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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지만 봄이 지나면 매미소리 때문에 귀가 따가운 여름이 올 것이다. 사는 곳이 시골인가 하겠지만 주택과 상가건물이 밀집된 일반적인 도심이다. 매미들은 앞산, 뒷산으로 가지 않고 가로수를 접수했는지 사무실 창문만 열어도 요란한 소리를 낸다. 매미가 어찌하여 코앞에서 맴맴 거리게 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짝짓기를 위해서,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에 맞서 싸우기위해 점점 더 소리를 높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 반딧불이도 환한 밤하늘 때문에 번식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니 인간과 공존하기위해서는 그들만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신비한 자연>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인 히다카 토시타카님이 쓴 자연에세이다. 눈을 뜨고 움직이는 동안은 머릿속에 온통 자연에 관한 생각만 하는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이라는 소재를 끄집어 낸다. 학술교류로 몽골에 갔을 때 섭씨 60도의 고비 사막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던 에피소드와 긴수염나방의 알 수 없는 행동(암컷이 왔는데도 수컷이 무시하고 날아가버린 것)에 대한 해답을 찾았으나 아직도 얻지 못하였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식물은 곤충에게 꿀과 꽃가루를 주는 대신 곤충은 식물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때로는 곤충의 알에서 나온 애벌래가 식물의 잎을 먹어 치우고 식물은 진을 뿜어 알을 죽여 버리는등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자연은 동물이든 곤충이든 식물이든 각자의 사이클이 있다. 봄이면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그에 어울리는 곤충이 날아다니고 여름을 지나 가을, 겨울에는 계절에 맞는 스케줄이 있다. 따뜻한 겨울은 봄을 준비하는 식물에게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곤충의 번데기들에게는 자라지 못하고 말라버리는등 치명적이라고 한다. 철없이 핀 개나리와 코스모스를 보면서 이쁘다고 막연히 좋아할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어쩜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그르지 않다.  
 
저자가 1995년 시가현립대학의 학장으로 부임해 6년간 시가의 히코네에서 지내면서 쓴 글이라는데 사실 에세이 성격이 강하지만 과학분야의 책인지라 조금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그리고, 실사가 아니라 세밀화인것은 알았지만 낯선 곤충이나 식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비해 그림이 너무 적은 점도 아쉬움이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자연을 보호해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웰빙이라든지 친환경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아직은 초보단계로 보인다. 자연을 가꾸고, 훼손된 자연을 복구하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장기적인 대책만이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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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없다
버지니아 펠로스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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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 시선을 끈다. 솔직히 지금까지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위 여부에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19세기 오웬이라는 한 의사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거의 외우다시피 하였는데 간혹 서로 다른 희곡에 등장하는 비슷한 구절이나 문맥에서 벗어난 구절들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겪는다. 그는 나름대로의 연구를 통해 각 구절들이 무언가 뜻하는 것이 있음을 다시말해 작가의 의도한 바에 의해 씌여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더욱 깊이 있는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그가 사용했다는 거대한 암호해독기 '사이퍼 휠'의 실사를 보는 것 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없다>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말그대로 '셰익스피어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쓴 일제 인물이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라는 가정하에 모든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엘리자베스여왕 통치하의 역사적 배경과 여왕의 숨기고 싶은 사생활, 당시의 정치적 암투, 여왕과 베이컨 형제 사이의 관계등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베이컨이 처한 상황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속 구절을 대조해가면서 설명한 부분에 있어서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에 대한 신기함과 함께 과연 이 모든 것이 사실일까. 허구일까 하는 생각에 어리둥절하기까지 하였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프랜시스 베이컨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일 것이다. 여왕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여왕을 위해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어야 했던, 친동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 아닌가. 신하로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가 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더구나 세상을 향해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작품속에 숨긴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출간한다. (저자는 베이컨이 셰익스피어의 이름만 빌린것이 아니라 영국 초기 시인중 에드먼드 스펜서의 모든 작품의 원작자 또한 베이컨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덮으면서 시원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아직도 '충격'으로 멍멍할 뿐이다. 다만, 베이컨은 후세 사람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의 원작자인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랬을까. 자신으로 인한 '논란'을 예상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논란이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의 위대함때문에 생긴 것으로 "셰익스피어를 소재로 재미없는 책을 쓰기는 불가능하다"는 어느 비평가의 말을 다시 한번 증명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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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스 3
오진원 지음 / 풀그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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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한 살 나이를 더 먹자 아이의 관심사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에 꽂혔다.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될 수 있어? 새달력 바뀌었으니까 한 살, 생일 지나면 한 살, 설 지나면 한 살... 그러면 아홉 살이 되는거야?" 이랬던 녀석이 그것도 양이 차질 않는지 "매일 매일 설날이면 좋겠어~ 하루에 한 살씩 먹게." 라고 조른다. 에혀~ 엄마를 조른다고 해결되냐? 아이는 왜 이토록 어른이 되고싶은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어른이 되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아직 모른다. 막상 어른이 되어도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때론 해야만 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어른이 된 아이들, 아이가 된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제롬의 집은 극단적인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돈만 벌어주면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믿는 아빠, 내적 공허함을 벗어나기위해 성형중독에 걸려버린 엄마, 사치스러운 누나, 반항적인 형, 존재감없는 할아버지, 그리고 누군가 놀아줄 사람이 필요한 어린 제롬이 등장한다. 꼬마 마법사 파파스는 제롬의 소원대로 아빠와 제롬, 엄마와 누나, 할아버지와 형의 몸을 서로 바꿔버린다. 가족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경험하면서 그제서야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빠는 왜 날마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쇼파에 몸을 뉘일 수 밖에 없는지, 엄마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누나와 형에게는 잘 할 수 있는 과목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할아버지에게도 제롬에게도 역시... 가족 모두에게 똑같이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표현'이었다. 가족은 모처럼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해결 방법을 찾아 내고 그제서야 제롬의 그림자가 조금씩 짧아지게 된다. 
 
흔히들 쉽게 말을 한다. 답답하다면서... 이해해 달라면서 소리친다. "네가 내 입장이라고 생각해봐~!!" 하지만 정말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면 진심으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든다. 그럴 때 파파스가 나타나 단 5분 만이라도 제롬의 가족에게 했던 것처럼 바꿔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꿔~ 바꿔~~

아직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아이가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난리다. 대문밖에 앞집, 뒷집 아이들 소리가 떠들썩하니 그럴만도 하다. 아직 감기가 다 낫지 않았으니 나갈 수 없다고 말을 해놓고도 모처럼 따스한 날씨인데 싶어 안스럽긴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이를 불러 스키 잠바를 입히고, 모자에, 장갑까지... 그리고는 나가 놀라고 등을 떠민다. 자기는 어릴 때, 콧물을 줄줄 흘려가며 손등이 다 터져가면서도 잘만 놀았다고, 서리한 감자 구워먹던 시절 이야기를 또 끄집어 낸다. 요즘 애들 얼마나 불쌍하냐... 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한다. 대답은 덮어두고 계속 고민해가면서 그렇게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것 같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때 그시절 부모님이 왜 그렇게 하실 수 밖에 없었는지 수십년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씩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파파스3>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자그마한 크기와 동화스러운 표지가 무척 맘에 들었다. 오진원님의 연작소설중 3번째 이야기로 각 권이 독립된 이야기여서 앞의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아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꼬마 마법사는 어린시절 한번쯤 떠올려 보았을 '요정'을 연상시키는데 개구장이같은 캐릭터여서 더욱 정감이 간다. 손에 쉽게 잡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그 여운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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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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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처럼 정신없는 출근 시간이다. 후다닥~ 휘리릭~ 두두두... (계단 뛰어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는 털썩 짐짝 던져지듯 차에 몸이 실렸다. 그다지 흥겨울 것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리드미컬한 음이 새어나온다. "어머낫~!! 다시 한번 말해봐~ 텔미텔미... 테테테..." 그 순간 시동걸던 남편이 깜짝 놀란다. "어! 신기하다! 나도 방금 그 노래를 불렀는데... 더구나 '어머낫~!' 하는 그 부분~!!" 정말? 설마... 나야 아직 풋풋하지만... 쿨룩쿨룩~ ^ ^;; 마흔 넘은 아저씨가 머리 속에서 '어머낫' 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데. 그러자 남편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마디 한다. "실은 말야. 우리 연애할때부터 통하는 게 많았다고. 일일이 말은 않했지만 내가 전화기를 들면 당신한테서 전화가 오고, 당신이 한번씩 노래를 흥얼거릴때마다 내 머리속에도 순간 같은 노래가 떠올랐던 적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당신이 내 마누라가 될줄 알았지. 흐흐~" 라고 말이다. 

짧은 찰나에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분명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토머스 키다의 주장에 의하면 남편의 믿음은 명백한 '생각의 오류'이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세상에는 운과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있음을 간과한 오류'하고 하겠다.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던 많은 경우는 생각지 않은 채 어쩌다 일치했을 뿐인 우연에 큰 의미를 둔 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 확신하려 드는' 또다른 오류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 외에도  통계자료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더 솔깃하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잘못 인식하곤 한다 / 지나치게 단순화해 생각한다 / 인간의 기억은 이따금 부정확하다등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생각의 함정을 모두 6가지로 정리하였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매순간 사고와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알람소리에 잠을 깬 직후 5분만더 잠을 잘 것인가 아니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것인가로 고민을 시작해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아침을 먹을 것인가 말것인가, 무엇을 입을 것인가, 택시를 탈것인가 버스를 탈것인가등 쉴새없이 결정을 내려야하고 결정을 위해서는 사고를 해야만 한다. 직장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수행해야할 업무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조금씩 공든 탑을 쌓듯이 진행해 온 업무가 있을 수 있고, 시급한 업무가 있는가하면 유보해야 하는 업무도 있고... 헉헉~ 수없이 연속되는 판단과 결정이지만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만약에 사소한 실수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로인해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문제는 잘못된 믿음과 결정이 개인의 일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때 발생한다. 공무원, 정치인, 변호사나 최고경영자들...  그들이 국가적인 사업이나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앞서 언급한 오류에 사로잡혀 대의를 그르친다면 그 손실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랴. 요즘 기상청 일기예보가 맞지 않다고 항의가 빗발친다. 기상청에서는 수년전 슈퍼울트라(?) 컴퓨터를 거액에 구입함으로써 정확한 기상예보를 약속하였으나 그 문제의 컴퓨터가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오히려 정확도가 더 떨어진단다. ㅠ.ㅜ (기상예보 관해서는 나름 정확하다는 미국에서도 말 많고 탈 많은 분야인가 보다. 저자는 일기 예보 특히 장기 일기예보와 증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 하는 인간의 오류라고 규정하였다.) 추가적으로 얼핏 생각나는 것들은 주민등록증, 차량 번호판, 차세대 전투기 도입, 새주소, FTA등 몇년간에 걸쳐 준비했다면서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전면 재수정 되거나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들... 아윽... 나의 피같은 세금이...   하지만 상상하기 싫은 가장 최악의 경우는 '손실'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또 어떠한가.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치명적인 대량 살상무기를 숨긴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종전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당시 정보가 부정확했음을 뒷받침하는 문서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켰던 부시의 이해못할 '결정'에 대한 뒤늦은 발표들이 세계인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솔직히 이라크 전쟁중에도 부시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음을 짐작하지 못했던 이들은 없을 것이다.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데도 모든 증거들을 교묘히 끼워 맞춰가며 전쟁을 일으킨 것은 분명 세계인들을 우롱한 행위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역사는 말한다. '생각의 오류'는 한 개인과 국가를 넘어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오류는 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잘못된 방식으로 증거를 찾고 판단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을 갖게 된 원인은 진화상의 문제에서부터 사고 과정을 단순화하려는 욕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둘째는 오류를 범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상쇄시켜 줄 비판적인 사고능력과 올바른 결정 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체계에서는 영어나 역사,수학,과학 등을 가치칠 뿐, 비판적인 사고능력이나 결정기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p.18" 인간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눈에 보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는 사실과 교육체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전자는 그렇다치고 교육에 있어서는 '논술'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린다면 비판적인 사회인으로 키우는데 문제가 없어보인다. 다만,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비판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할 터인데 '논술의 틀'에 사고가 갇혀버리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역시 교육이란 어렵다.   

<생각의 오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일상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할지도 모르는 '생각의 오류'에 대한 많은 유형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공감하고 쉽게 와닿는 설명이다. 다만 책의 저자가 '무신론자'의 입장인듯 보이는 내용이 많은 관계로 어디엔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영혼의 존재를 믿으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의 경우라면 부분적으로 걸러가면서 읽어야 할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생각의 오류를 피하기위해 '회의적인 사색가'가 되라고 권고한다. 냉소적이고 트집잡기를 좋아하는 비뚤어진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믿기 전에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마음을 열어두는 사람. 지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이 되어야만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책을 덮고는 남편에게 우리가 믿었던 사랑의 텔레파시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은 매우 유쾌하지 못한 표정이 되었다.
"어떤 주장이든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이라고. 극한의 순간에 초인같은 힘이 솟는 경우는 뭐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승률이 더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도 인간의 생각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각의 오류'로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 '의심하고 의심하라'고 충고했다지. 난 그 책이 의심스러웟~!!"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옆을 스치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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