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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토머스 키다 지음, 박윤정 옮김 / 열음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여느때처럼 정신없는 출근 시간이다. 후다닥~ 휘리릭~ 두두두... (계단 뛰어 내려가는 소리) 그리고는 털썩 짐짝 던져지듯 차에 몸이 실렸다. 그다지 흥겨울 것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리드미컬한 음이 새어나온다. "어머낫~!! 다시 한번 말해봐~ 텔미텔미... 테테테..." 그 순간 시동걸던 남편이 깜짝 놀란다. "어! 신기하다! 나도 방금 그 노래를 불렀는데... 더구나 '어머낫~!' 하는 그 부분~!!" 정말? 설마... 나야 아직 풋풋하지만... 쿨룩쿨룩~ ^ ^;; 마흔 넘은 아저씨가 머리 속에서 '어머낫' 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는 건 쉽지 않은데. 그러자 남편이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 한마디 한다. "실은 말야. 우리 연애할때부터 통하는 게 많았다고. 일일이 말은 않했지만 내가 전화기를 들면 당신한테서 전화가 오고, 당신이 한번씩 노래를 흥얼거릴때마다 내 머리속에도 순간 같은 노래가 떠올랐던 적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당신이 내 마누라가 될줄 알았지. 흐흐~" 라고 말이다.
짧은 찰나에 두 사람이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는 것. 분명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토머스 키다의 주장에 의하면 남편의 믿음은 명백한 '생각의 오류'이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세상에는 운과 우연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있음을 간과한 오류'하고 하겠다.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던 많은 경우는 생각지 않은 채 어쩌다 일치했을 뿐인 우연에 큰 의미를 둔 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에 의문을 품기보다 확신하려 드는' 또다른 오류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 외에도 통계자료보다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더 솔깃하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잘못 인식하곤 한다 / 지나치게 단순화해 생각한다 / 인간의 기억은 이따금 부정확하다등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생각의 함정을 모두 6가지로 정리하였다.
우리의 일상 생활은 매순간 사고와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다. 알람소리에 잠을 깬 직후 5분만더 잠을 잘 것인가 아니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것인가로 고민을 시작해서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아침을 먹을 것인가 말것인가, 무엇을 입을 것인가, 택시를 탈것인가 버스를 탈것인가등 쉴새없이 결정을 내려야하고 결정을 위해서는 사고를 해야만 한다. 직장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 수행해야할 업무가 있는가 하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조금씩 공든 탑을 쌓듯이 진행해 온 업무가 있을 수 있고, 시급한 업무가 있는가하면 유보해야 하는 업무도 있고... 헉헉~ 수없이 연속되는 판단과 결정이지만 어느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만약에 사소한 실수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로인해 시간과 돈을 낭비해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문제는 잘못된 믿음과 결정이 개인의 일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때 발생한다. 공무원, 정치인, 변호사나 최고경영자들... 그들이 국가적인 사업이나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앞서 언급한 오류에 사로잡혀 대의를 그르친다면 그 손실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랴. 요즘 기상청 일기예보가 맞지 않다고 항의가 빗발친다. 기상청에서는 수년전 슈퍼울트라(?) 컴퓨터를 거액에 구입함으로써 정확한 기상예보를 약속하였으나 그 문제의 컴퓨터가 우리 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오히려 정확도가 더 떨어진단다. ㅠ.ㅜ (기상예보 관해서는 나름 정확하다는 미국에서도 말 많고 탈 많은 분야인가 보다. 저자는 일기 예보 특히 장기 일기예보와 증시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 하는 인간의 오류라고 규정하였다.) 추가적으로 얼핏 생각나는 것들은 주민등록증, 차량 번호판, 차세대 전투기 도입, 새주소, FTA등 몇년간에 걸쳐 준비했다면서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전면 재수정 되거나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들... 아윽... 나의 피같은 세금이... 하지만 상상하기 싫은 가장 최악의 경우는 '손실'을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또 어떠한가. 당시 미국은 이라크를 치명적인 대량 살상무기를 숨긴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종전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당시 정보가 부정확했음을 뒷받침하는 문서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켰던 부시의 이해못할 '결정'에 대한 뒤늦은 발표들이 세계인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솔직히 이라크 전쟁중에도 부시의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음을 짐작하지 못했던 이들은 없을 것이다.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데도 모든 증거들을 교묘히 끼워 맞춰가며 전쟁을 일으킨 것은 분명 세계인들을 우롱한 행위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역사는 말한다. '생각의 오류'는 한 개인과 국가를 넘어서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오류는 범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잘못된 방식으로 증거를 찾고 판단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을 갖게 된 원인은 진화상의 문제에서부터 사고 과정을 단순화하려는 욕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둘째는 오류를 범하는 우리의 타고난 성향을 상쇄시켜 줄 비판적인 사고능력과 올바른 결정 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체계에서는 영어나 역사,수학,과학 등을 가치칠 뿐, 비판적인 사고능력이나 결정기술은 가르치지 않는다. p.18" 인간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눈에 보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된다는 사실과 교육체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전자는 그렇다치고 교육에 있어서는 '논술'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린다면 비판적인 사회인으로 키우는데 문제가 없어보인다. 다만,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비판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할 터인데 '논술의 틀'에 사고가 갇혀버리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역시 교육이란 어렵다.
<생각의 오류>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일상을 통해 잘못된 판단을 할지도 모르는 '생각의 오류'에 대한 많은 유형을 알 수 있었다. 굉장히 공감하고 쉽게 와닿는 설명이다. 다만 책의 저자가 '무신론자'의 입장인듯 보이는 내용이 많은 관계로 어디엔가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영혼의 존재를 믿으며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의 경우라면 부분적으로 걸러가면서 읽어야 할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생각의 오류를 피하기위해 '회의적인 사색가'가 되라고 권고한다. 냉소적이고 트집잡기를 좋아하는 비뚤어진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믿기 전에 엄격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마음을 열어두는 사람. 지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이 되어야만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말이다.
책을 덮고는 남편에게 우리가 믿었던 사랑의 텔레파시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은 매우 유쾌하지 못한 표정이 되었다.
"어떤 주장이든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이라고. 극한의 순간에 초인같은 힘이 솟는 경우는 뭐지?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승률이 더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서도 인간의 생각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생각의 오류'로 설명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 '의심하고 의심하라'고 충고했다지. 난 그 책이 의심스러웟~!!"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옆을 스치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