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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인의 관심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한때는 폐쇄적이고 가난한 공산국가로 각인되었던 중국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지난 10여년간 고유가등의 원인으로인한 경제 불황속에도 중국만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냈고, 마침내 'MAED IN CHINA'가 세계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잘 나가건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중국이란 나라에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지저분함, 무질서함, 부패(인권문제 포함)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차에 동북공정까지 더해져서 더욱 그렇다. 그러저나 '만만디'라고 우습게 보았더니 지난 10여년간 치밀하게 동북공정을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보면 아무 생각없이 손 놓고 있었던 우리 자신에게도 문제가 많았다는 반성을 한다. 어쨌거나 궁금하다. 중국인의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었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 책은 중국인이 쓴 중국인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인 이중톈 교수는 중국내에서도 '역사의 대중화'를 개척하여 고전의 르네상스를 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인데 우리로 말하자면 김용옥 교수와 비교하면 좋을듯 하다. 책에는 음식, 의복, 체면, 인정, 가정... 등 총 9가지 단락으로 중국인을 말하고 있는데 모두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면서도 중국인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 특이한 것은 고문을 인용하면서도 현재를 사는 중국인과 거리감없이 연결시킨 점이나 <아Q정전>,<홍루몽>같은 문학속에 담긴 중국인을 끄집어 냄으로써 구성이 짜임새 있고, 내용 전개가 흥미롭다는 점이다.
읽을 수록 놀랍다. 한국인과 너무 닮아서... 만나면 첫인사로 하는 "밥 먹었냐"는 말, 중국인도 똑같이 인사한단다. 음식과 관련된 문화는 정치,경제,문화 전반적인 면에 영향을 미쳤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자녀중심적인 생활방식도 공감간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는 빚을 내서라도 자녀에게 좋은 것을 해주고,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어 하는데 자녀의 성공이 곧 여성(어머니)의 성공이라고 믿었던 것에서 비롯된 원인이 크다. 체면과 인정에 대한 부분에서도 "아무개 얼굴을 봐서..."라고 부탁할 때 '안면'을 봐서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옳고 그름을 떠나 하여간 낯익은 풍경이 많이 등장한다.
중국의 경제의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참, 최근에 알게된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 손요가 말해준 것인데 중국에서는 물건을 사러가면 던져서 주고 받는 것이 예사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의도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인데 두 문화가 만났을 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부분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왜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는고 하니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의 '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말이 나온 것 처럼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문화가 사실은 중요한 승패를 좌우할 열쇠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중국을 따라 잡고 뛰어 넘고 싶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지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중국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중화사상' 이다. 그냥 잘난척 하는 정도가 아니라 타문화에 대해 배타적이고 과격하기까지 한 사상이 얄밉긴 하지만, 서양의 경우 고대 문화를 이야기를 할 때 그리스, 로마를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중국의 문화는 사실상 아시아의 문화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더라도 근대를 제외하고는 중국의 영향을 벗어났던 적이 없으며 그런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동국공정의 빌미를 제공하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중국의 문화를 수용하되 얼마나 독자적인 문화의 꽃을 피웠는가 증명해내는 것 또한 이 땅을 지켜낸 조상에 대한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