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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나에게도 베스파가 있었던가? 한동안 멍~ 한 상태로 있었다. 만화라는 특징 때문인지 30여분만에 책을 다 읽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참 길다.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예전 생각을 떠올려 보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슬픈이유는...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다보면 머리에 쥐가 나려한다는 것이다. ^ ^;; 수고를 덜기위해 창고가 되어버린 작은방에 들어가 내 '보물상자'를 끄집어 냈다. 학창시절의 앨범을 들여다보는 횟수만큼 가끔씩 아주 가끔씩 꺼내보는 나만의 '추억상자'이자 '행복상자' 이다.

내가 처음 본 뮤지컬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1994년' 였다. 당시 차인표와의 열애설로 주목받던 신애라씨가 열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1993년도 대전엑스포 유치 기념으로 전국순회홍보공연할때 알바했던 기념으로 가지고 있던 출입증, 고등학교때 교내 신문기자로 활동했던 흔적 '기자증', 남편과의 연애시절 95년도 쯤인 것 같다. 처음 놀이공원 갔던 기념으로 간직한 경주월드 입장권과 우리가 함께 타고 다녔던 남편의 중고자동차 세피아 책임보험영수증 딱지(90년대까지는 책임보험료 딱지를 차 앞에다 붙이고 다녔다), 나의 자필 글씨로 직접 만든 교회 행사 초대장 91년-93년도, 본사(서울) 교육 갔다가 난생 처음 지하철 탔던 기념으로 간직한 1995년도 지하철영수증. 비용은 350원이었다. ^^
하지만 보물상자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981년도라고 적힌 초등 2학년때 받은 크리스마스 카드다. 언니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로에게 전할 카드를 만들던 초등시절로 돌아가보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돌맹이를 모아 '많은 공기'를 하고, 일요일 아침 칼같이(?) 챙겨보던 '들장미 소녀 캔디'가 생각나고, 이종환 아저씨의 '밤의 디스크쇼'도 생각난다. 특히나 공개방송 하는 날이면 배를 잡고 얼마나 뒹굴었던지. 그랬던 철부지가 90년대 초에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 신입 시절이란 게 너무 힘들어 남몰래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었는데 사직서를 써가지고는 항상 가방에 넣고 다녔었다. 그 직장을 올해로 16년째 다니고 있으니 산다는 게 무언지.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
이거야 원... 서평인지 주절거림인지... ^ ^;;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책 자체가 끝없이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는 어설픈 핑계를 대본다. 어쨌거나 추억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책으로 돌아가 보자. 빨간색 베스파가 질주하고 있다. 파란색과 흰색의 바탕이 어우러져 가슴이 탁 트이는듯 시원스럽다. . ^^ 책을 처음 본 순간 표지의 그림풍이 왠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알고보니 <리버보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 <아둔의 기억>등의 표지를 그린 박형동님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만화책을 내셨다.
<바이바이 베스파> 굳이 표현하자면 '성장소설'에 견줄만한 '성장만화'라고 해두자.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자아'라는 주제를 담은 만큼 고민하는 '젊음'이 느껴진다. "청춘은 한 대의 베스파와 작별하는 것. 질주하는 스쿠터에서 언젠가는 내려야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른 따위'라고 말하지 않기를. 기타 연주를 그만 두어야 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자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하고, 마지막 남은 스쿠터마저 팔아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삶에 있어 가장 힘겨운 순간이 나를 가장 어른스럽게 만들었다는 사실 그것 만큼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