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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들어 괜시리 기분이 들떠있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명씩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올해는 내 차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오고 일정을 확인하는 순간, 연수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연수 일정과 시어머니의 기일이 겹쳤기 때문이다. 남편은 형제가 없는 외동이다. 시부모님의 기일이나 명절엔 남편과 나, 아이 셋이서 제사를 모시곤 했는데 내가 없으면... 없어도 될까. ㅎㅎ 남편은 제사 음식 주문해서 모시면 된다고 꼭 가라고 하지만 강제사항이 아닌 연수를 굳이 고집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내년에 가면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위로는 된다.
때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인이구나' 라는... '며느리'이기 때문에 가지는 책임감은 아마도 한국사회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클것이란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책 속의 등장인물인 홍선생이 언급했던 것처럼 집단 안에서 스스로가 돋보이는 것을 미안해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퀴즈프로같이 우열을 가리는 프로그램을 시청할때마다 느끼는 것이 감정을 자제하려는 출연자들의 표정이 오히려 더 어색해 보일때가 있다는 점이다. 잠시 시선을 떼기라도 하면 간혹 누가 이겼는지 표정만으로는 구분이 가지 않을 때가 있다. ^ ^;; 승자는 겸손해야 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고... 등등의 가르침이 지나치게 깊이 새겨진 탓일까. 때로는 외국인들의 사심없는 '허깅'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나는 내가 한국계 미국인인 것과 나의 역사를 사랑하며, 나의 가족과 지역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사랑은 일종의 필터이자 일종의 편견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능한 한 진실하게 말함으로서 그것의 가치를 높여주고 싶다.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결점까지 모두 다. " (p.10 서문에서)
주인공 케이시 한은 세탁소에서 일을 하는 이민 1세대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자랐다. 케이시는 부모님의 자랑이요 희망이었고 그에 부응하듯 명문대에 진학한다. 상류층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고급스런 생활이 습관화 된 케이시는 그녀의 인생도 늘 그렇게 풍요로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졸업 후 이런저런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되고 그러면서도 자존심때문에 주위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부모세대의 희생을 당연한듯 여긴다든지 지나치게 자유로운 성생활, 감당이 안되는 소비등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하던 그녀의 모습과는 상반된 어리석은 행동들때문에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고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찾은듯해 마음이 놓였다.
이민진이란 작가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에는 조승희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미국독자들이 등장인물들을 단순히 소설속 캐릭터로 인식하지 않고 그들을 통해 한국인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의 눈에 비친 케이시는 너무나 이국적이다. 어쩜 이 부분에서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다른 두 주인공은 전형적인 한국여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어딘지 수동적이고 연약한 모습으로 그려져 조금은 아쉬웠다. 문득 '조이 럭 클럽'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가난과 멸시를 피해 센프란시스코로 이민온 4명의 중국인 어머니와 딸들의 이야기였는데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벽은 높다. 동양적(이국적)이란 것이 혹은 여자라는 이유가 인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어느 사회나 공통적으로 안고가야할 고민이 있기 마련이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권> 이 책은 한인 1.5세대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땐 그랬다. 이민가는 사람들은 부자거나 혹은 가난하거나 딱 두 가지 부류였다. 작가는 후자인데 '쥐가 나오는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살았던' 이라는 표현만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1인칭이 아님에도 마치 그녀의 이야기를 옆에서 가까이 듣는 것처럼 차분하고 담담한 서술이다. 1, 2권을 함께 받아들고 보니 천페이지가 넘는 두깨가 은근히 압박처럼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읽힌다.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인 1세대들의 애환과 1.5세대의 고민, 갈등, 성공등 삶에 대해 공감가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