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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사토 아키코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의 첫장을 펼쳤을 때 '머리말'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누군가의 추천사여도 충분하지만 작가가 직접 쓴 글이라면 더욱 반갑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미 어떤 내용인지 대략은 알고 시작하면서도 작가로부터 직접 듣는 집필의도를 통해 동굴탐사용 후레쉬를 하나 건진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보여지는 것 자체가 풍기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그림에 관한 어떤 정보든지 한 가지라도 더 아는 것이 감상의 깊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이 책은 명화 50여점을 총 여섯 가지 주제로 분류하는데 기본적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할 명화 / 신화와 종교의 세계로 유혹하는 명화 / 미술사의 전환점이 된 명화 / 역사와 인간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한 명화 / 화가의 심상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명화 / 독창적인 색채와 형식이 압도적인 명화로 구분하였다. 명화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작품 속에 담겨진 의문점을 진단하고 해답으로 제시된 여러 설들을 짚어보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역시나 화가의 어린시절 같은 개인적인 부분이나 시대적 상황에 더욱 관심이 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의 경우 보는 각도에 따라 아름다운 얼굴로도 혹은 불쾌한 얼굴로도 보인다는 사실과 함께 모델의 나이 또한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 모나리자의 모델이 누구인가 하는 것에 대하여 논란은 많지만 여전히 확실하지는 않다는 점. 레오나르도가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죽을 때까지 이 작품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는 점등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토록 유명하고도 환상적인 작품을 그려낸 화가가 정작 '여성기피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주인 아버지와 농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서자로 태어나 친어머니 품에서 자라지 못한 어린시절은 그의 성격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다.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가 그린 여성 초상화중 드물게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를 가졌다고 하니,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램브란트의 작품중 가장 유명한 '야경'은 그림에 붙여진 별명이며 원래 제목은 '프란스 바닝 코크 대장의 부대'라고 한다. 후세에 칠한 니스가 검게 변해 밤 풍경처럼 보인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처럼 17세기 네델란드에서는 '집단 초상화'가 유행했는데 사회적인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목적으로 조합 회관을 장식했다고 한다. '야경'의 경우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대금을 지불하였다고 하니 상업에 밝은 네델란드인 답다고 해야할지. ^^ 램브란트는 이 작품에 의뢰인이 부탁하지도 않은 소녀와 램브란트 자신의 모습까지 그려넣었고, 그로인해 평판이 나빠진 사실이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화가가 진정으로 의도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이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최근에 라파엘로의 그림 한 점에 관한 이야기로만 채워진 책을 만난후로 명화가 가진 '사연'에 관심이 많아졌다. 더구나 비슷한 시점에 삼양미디어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저>'를 무척 흡족하게 읽었기에 그와 같은 구성이라면 후회없으리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고야, 밀레, 마네, 모네, 고흐, 고갱... 유명한 화가들의 이름은 왜 이렇게 비슷비슷 하냐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신화나 성화를 주제로 한 작품인 경우엔 그림이 비슷비슷해 보이니 난감하긴 마찬가지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상식선에서 알아야 할 명화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