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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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혼을 울리는 로맨스의 연금술사'라 불린다는 작가의 작품은 <저스트 라이크 헤븐>을 읽어본 것이 다였다. <행복한 프랑스 책방> 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이 책은 다소 산만한 전개로 인해 조금 정신이 없긴 하지만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따사로운 정감을 지닌 <책방>이라는 단어에 이끌리게 되지 않을까? 책방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첫 장을 넘겼다.

 

친구인 앙투안의 제안도 있었지만 전처인 발렌틴과 함께 살 꿈을 꾸며 런던으로 이주를 감행한 마티아스. 런던의 프랑스인 구역에 있는 작고 오래된 프랑스 책방을 넘겨 받으며 새로운 생활을 그려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 딸인 에밀리와 친구 앙투안, 앙투안의 아들 루이와 한 집에서 한가족으로 살게 되고 서점에서 한눈에 반한 오드리와의 사랑을 시작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생활이 전개되는데, 언제나 좌충우돌 헤매는 마티아스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이 책은 마티아스와 오드리의 사랑, 이본과 존의 사랑, 앙투안과 소피의 사랑,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는 장소인 서점, 꽃집, 그리고 런던의 다양한 장소가 맛깔나게 버무려져 따스한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와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삶이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따스한 애정이 보는 사람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다른 세상, 다른 삶, 지금까지의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지루하고, 불평만 나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혹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보라고 책 속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고 있었다. 당신이 용기를 낸다면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모른다고. 

그리고 그것을 꼭 믿어보라고.



조금 독특한 문장, 어투때문에 처음에는 혼란을 느낄지도,  이사람이 앙투안인지 마티아스인지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인지 잠깐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행복한 프랑스 책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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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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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이란 책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 때문에라도 더 기대를 많이 한 책이다. 감동적일 것이라는데 한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감동은 현실이 되었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푹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는 몇 시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뿐 아니라 마지막을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또 만나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이 느껴지게도 하는 대단한 책이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추겨들고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멋진 풍경은 어린 시절 익히 봐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작품은 아니었다. 자신의 작품이었다. 거울 속에서 아버지가 이죽거렸다.

  절대로 애비처럼 안 산다며? 살아보니 넌 별 수 있든?

그를 통제하던 마지막 줄 하나가 툭, 끊겼다.  (p330)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총을 가지면 누군가를 쏘게 되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천성이라고. 더하여 제 등짝에 붙어 있는 존재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시간이고 합니다. (p474)




“ 야구는 단순한 거야. 공을 던지고, 공을 치고, 공을 받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면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하는 걸세. 포수는 승부수를 요구해야 하고. 7년 전, 그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할 공이었지만 이젠 아냐. 내 배터리야. 내가 사인을 보내고 서원이가 던지는 거야. 내 사인을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그건 그 아이의 선택이지.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네야. 그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게. ” (p508)




문장이 참 짧다. 그래서일까 짧은 문장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뭔가 급박한 분위기와 함께 주인공이 처한 처지의 궁지에 몰린 듯한 불안한 느낌을 준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어찌나 심장이 옭죄는 느낌이던지. 그러면서도 문장의 깊이는 지구 내부의 핵에 도달할만큼 깊게 다가온다. 감히 흉내내지 못할 깊이.

작가는 인물도, 인물이 하는 생각도, 행동도, 모두 끝까지 밀어붙인, 극단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내가 그사람이 된 것 같은...

내가 지금 바로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바로 그 위급한 상황에 직면한 것 같은...

내가 경험한 것보다 몇 배 더 생생하고 자세한 표현이랄까, 내가 이렇게 책에 대한 표현과 느낌에 많이 부족함을 느낄 만큼 책은 살아 숨쉬고 있다.

후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력의 조합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직접 그 일을 겪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읽고 나선 땀 뻘뻘 흘리며 제대로 만든 음식 맛있게 먹고 난 후 드는 포만감 같은 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제대로 우러난 소설 한권 읽었다.

최고다.  이 벅찬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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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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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이란 영화는 친구가 권유해준 영화였다. 이 영화와 함께 <메가네 :안경>이란 영화도 어찌나 이야기하던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보통 누군가의 추천이나 호평을 받은 영화를 직접 보게 되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가끔 실망할 때도 있는데, <카모메 식당>은 절대 그럴 수가 없는, 보면 나도 같이 누군가에게 추천하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또, 나도 <카모메 식당>을 보고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핀란드의 숲을 거닐고, 바다를 앞에 둔 카페에서 따스한 햇살 아래 차를 마시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면  사치에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친 나를 품어줄 그런 식당과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 카모메 식당에는 사치에가 없다. 사치에가 내주는 오니기리를 먹으며 살찐 갈매기가 되어보고 싶다는 소망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직접 사치에를 닮은 주방장이 되어 나와 비슷한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고안해냈다. 내가 만든 가상의 식당 안에 내가 만나고 싶은 여자들을 직접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심야식당]의 주방장처럼 말없이 정성껏 내주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듣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흥미로울까. 인생을 바꾸고 싶었고, 한때 방황의 시기를 거치다가 이제는 뭔가 인생의 갈피를 잡아나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들어보기로 했다. 카페 우르술라의 넓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나는 이런 멋진 계획을 적어나갔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핀란드 헬싱키, 카페 우르술라의 작은 테이블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p31)

가끔 같은 것을 보고도 너무나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되는 사람에 어이없어질 때가 있다. 또 그만큼 같은 것을 보고 너무나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말 깜짝 놀라게 된다. ‘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구나!’ 싶다고 할까.

저자도 영화를 보고 핀란드를 찾아가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사치에나 따스한 음식을 내주는 식당을 찾지 못하고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은 저자에게 다른 대안을 내놓는다.

자신과 비슷한 여자들을 찾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비슷한 여자’들을 위해 ‘책’으로 내놓는다. ‘같은 편’을 찾아 헤매는 혹은 더듬이를 쭉 내고 같은 신호를 포착하는 여자들은 책만 읽고도 참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내가 그랬으니까.

<카모메 식당> 이란 영화를 보며 얻었을 감동, 위안, 위로, 따사로움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에서 오는 불안, 여자라는 성별에서 오는 일종의 자격지심, 생활의 팍팍함, 모든 것을 이겨내고, 혹은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것을 딛고 일어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게 아니구나!’ .

삶이 주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혼란스럽다면 권해주고 싶어진다. 때론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고, 답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어떤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적어도 험난한 생활에 나만 힘들고 불안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구나, 하는 동질감 혹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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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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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빠의 차를 타고 한강을 지나다 보면 쓰레기가 높이 쌓여 있는 곳이 있었다, 고 기억된다. 난지도. 서울의 쓰레기를 모두 버리는 곳이었다.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인가 그곳이 공원이 되어버렸다. 아름다운 공원을 보고 있자면 아무도 예전 그 쓰레기 매립지를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오랜만에 나도 책을 통해 ‘난지도’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그런 곳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낯익은 세상>은 난지도에 살았다는 이름없이 별명으로 불리던 아이들과 쓰레기 속에서 희망을 찾던 어른들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그 시절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냄새나고 위험하기만 한, 쓰레기 더미를 헤쳐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얼굴이 찌푸려지고, 설마하며 믿기 힘들고,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다. 텔레비전에서 본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였나? 그 곳의 쓰레기 산에서 사는 사람들 얘기를 보는 것처럼 무덤덤하다. 우리도 그 쓰레미 더미에서 헤쳐 나온게 몇 십년 되지 않을텐데... 우리는 벌써 그 시절을 잊었다. 시치미 뚝 떼고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얘기처럼 받아들인다. 이미 나부터.

저자는 ‘낯익은 세상’이라며 우리의 과거 모습을 들이밀지만, 나는 ‘낯선 세상’이라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세상의 이야기예요. 몰라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잊혀져 간 것이 얼마나 많을까? 사람은 물론이요, 건물이며 모든 것이 낡고, 냄새나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결국엔 잊혀진다.

내가 난지도를 잊었던 것처럼. 난지도 뿐 아니라 어린 시절의 친구도, 추억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아마도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가라앉고 조금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건 그네들의 힘들고 억척스럽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담보로 한 삶 때문이 아니라, 내가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일 것이다. 지금은 잊었지만 한때 나의 전부였던 추억들 때문에 조금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버렸다.

덤덤한 듯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잔잔하게 다가와 그 안으로 나를 푹 끌어들였다.

원래 황석영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항상 별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분위기... 이걸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작가의 질문이 마음에 남는다.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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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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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어째 처음의 희망적인 스타일의 작가란 느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란 작품을 참 좋아했는데... 첫인상이 그래서 무서운거구나, 새삼 생각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호감 때문에 구병모 작가의 책에 선뜻 손을 내밀게 되는데, 책을 읽고 나면 뭐랄까,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다.

왠지 늪같다. 멀리서 볼 때는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하다가 한발, 두발 내딛고 나서야 후회하게 되는, 가까이 다가서야 비로소 나를 죽일수도 있다는 위험을 발견하게 되는 늪 말이다. 한 장 두 장 넘겨 책을 읽어나가면서 참 많이 고민했다. 마치 고스톱 판의 고민과 비슷했다. 고냐, 스톱이냐.

그런 때 어디선가 이 책이 장편이 아닌 단편 모음집이란 글을 읽게 되었다.

단편이라고? 뭐랄까 짧은 글이니까... 짧으니까... 솔직히 이게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어쨌든 GO! 계속 읽어나갈 계기를 발견한 것이었다.




[마치 ......같은 이야기] [타자의 탄생] [고의는 아니지만] [조장기] [어떤 자장가] [재봉틀 여인] [곤충도감]이라는 제목으로 일곱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숨을 고르며 책을 읽었다. 어느 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게 없지만, 그래도 그 짧은 숨고르는 시간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는 있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희망을 놓지 않는 그런 작가인줄 알았는데, 이런 불편한 상상, 불행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어두운 작가구나, 작가에 대한 인상이 바뀌게 되었다. 내 생각으로는 작가는 이제 시작하기에 이런 다양한 시도도 나쁘지 않다,싶다. 하지만 솔직히 계속 이런 글이라면, 선뜻 집어들었던 그 인상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장담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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