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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 인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선 여자들의 속깊은 이야기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2
황희연 지음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는 친구가 권유해준 영화였다. 이 영화와 함께 <메가네 :안경>이란 영화도 어찌나 이야기하던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 보통 누군가의 추천이나 호평을 받은 영화를 직접 보게 되면 기대가 커서 그런지 가끔 실망할 때도 있는데, <카모메 식당>은 절대 그럴 수가 없는, 보면 나도 같이 누군가에게 추천하게 되는 그런 영화이다. 또, 나도 <카모메 식당>을 보고선 핀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핀란드의 숲을 거닐고, 바다를 앞에 둔 카페에서 따스한 햇살 아래 차를 마시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 밥을 먹다보면 사치에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지친 나를 품어줄 그런 식당과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 카모메 식당에는 사치에가 없다. 사치에가 내주는 오니기리를 먹으며 살찐 갈매기가 되어보고 싶다는 소망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직접 사치에를 닮은 주방장이 되어 나와 비슷한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고안해냈다. 내가 만든 가상의 식당 안에 내가 만나고 싶은 여자들을 직접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심야식당]의 주방장처럼 말없이 정성껏 내주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듣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흥미로울까. 인생을 바꾸고 싶었고, 한때 방황의 시기를 거치다가 이제는 뭔가 인생의 갈피를 잡아나간 여자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들어보기로 했다. 카페 우르술라의 넓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나는 이런 멋진 계획을 적어나갔다.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을 만나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핀란드 헬싱키, 카페 우르술라의 작은 테이블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p31)
가끔 같은 것을 보고도 너무나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되는 사람에 어이없어질 때가 있다. 또 그만큼 같은 것을 보고 너무나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정말 깜짝 놀라게 된다. ‘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게 아니구나!’ 싶다고 할까.
저자도 영화를 보고 핀란드를 찾아가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사치에나 따스한 음식을 내주는 식당을 찾지 못하고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은 저자에게 다른 대안을 내놓는다.
자신과 비슷한 여자들을 찾아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그 이야기를 또 다른 ‘비슷한 여자’들을 위해 ‘책’으로 내놓는다. ‘같은 편’을 찾아 헤매는 혹은 더듬이를 쭉 내고 같은 신호를 포착하는 여자들은 책만 읽고도 참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내가 그랬으니까.
<카모메 식당> 이란 영화를 보며 얻었을 감동, 위안, 위로, 따사로움을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에서 오는 불안, 여자라는 성별에서 오는 일종의 자격지심, 생활의 팍팍함, 모든 것을 이겨내고, 혹은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것을 딛고 일어서 자신만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나만 그렇게 살고 있는게 아니구나!’ .
삶이 주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면, 혼란스럽다면 권해주고 싶어진다. 때론 다른 사람의 삶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고, 답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어떤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다. 그마저도 아니라면 적어도 험난한 생활에 나만 힘들고 불안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구나, 하는 동질감 혹은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