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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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이란 책은 사람들의 열광적인 반응 때문에라도 더 기대를 많이 한 책이다. 감동적일 것이라는데 한치의 의심도 들지 않았다. 작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감동은 현실이 되었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푹 빠져들게 된다. 책을 읽는 몇 시간,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뿐 아니라 마지막을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또 만나고 싶지 않다는 아쉬움이 느껴지게도 하는 대단한 책이다. 엄지손가락을 번쩍 추겨들고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멋진 풍경은 어린 시절 익히 봐온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작품은 아니었다. 자신의 작품이었다. 거울 속에서 아버지가 이죽거렸다.

  절대로 애비처럼 안 산다며? 살아보니 넌 별 수 있든?

그를 통제하던 마지막 줄 하나가 툭, 끊겼다.  (p330)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총을 가지면 누군가를 쏘게 되어 있으며, 그것이 바로 인간의 천성이라고. 더하여 제 등짝에 붙어 있는 존재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시간이고 합니다. (p474)




“ 야구는 단순한 거야. 공을 던지고, 공을 치고, 공을 받고.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면 투수는 공을 던져야 하는 걸세. 포수는 승부수를 요구해야 하고. 7년 전, 그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할 공이었지만 이젠 아냐. 내 배터리야. 내가 사인을 보내고 서원이가 던지는 거야. 내 사인을 거부하든, 받아들이든 그건 그 아이의 선택이지. 하지만 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네야. 그 아이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게. ” (p508)




문장이 참 짧다. 그래서일까 짧은 문장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뭔가 급박한 분위기와 함께 주인공이 처한 처지의 궁지에 몰린 듯한 불안한 느낌을 준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어찌나 심장이 옭죄는 느낌이던지. 그러면서도 문장의 깊이는 지구 내부의 핵에 도달할만큼 깊게 다가온다. 감히 흉내내지 못할 깊이.

작가는 인물도, 인물이 하는 생각도, 행동도, 모두 끝까지 밀어붙인, 극단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내가 그사람이 된 것 같은...

내가 지금 바로 그 곳에 있는 것 같은...

바로 그 위급한 상황에 직면한 것 같은...

내가 경험한 것보다 몇 배 더 생생하고 자세한 표현이랄까, 내가 이렇게 책에 대한 표현과 느낌에 많이 부족함을 느낄 만큼 책은 살아 숨쉬고 있다.

후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력의 조합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직접 그 일을 겪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읽고 나선 땀 뻘뻘 흘리며 제대로 만든 음식 맛있게 먹고 난 후 드는 포만감 같은 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제대로 우러난 소설 한권 읽었다.

최고다.  이 벅찬 감동을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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