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책을 보기전 책을 세워놓고 책표지를 찬찬히 살피며 책과 한동안 눈싸움을 벌이는게 일이 되버렸다. 표지에 있는 그림과 제목, 겉으로 드러난 몇 안되는 정보를 가지고 책의 내용을 미리 예측해 보느라 그런 것이다. (이때 절대 뒤집으면 안된다.. 뒷표지에는 정보가 너무 많다... 아예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도 있다!)

넌 어떤 내용인거니? 무슨 이야기야? 왜 그런 그림을 담고 있는거니?

이렇게 책에게 말을 걸다보면 어떤 책이든 마구마구 애정이 샘솟는게 느껴진다. 그럴 때 한 장을 넘겨 책 속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수요일의 전쟁을 읽으면서도 같은 과정을 되풀이했다. 한 남자 아이가 보이고 무언가를 몰래 보는 듯한 여자분도 보이고.. 세익스피어의 사진도.. 그리고 날아가는 듯한 이상한 사람도 있다. 그림을 봐선 잘 모르겠다. 이제 제목으로 넘어가자. <수요일의 전쟁>이다. 수요일? 왜 하필 수요일일까.. 전쟁이라.. 전쟁이라해서 크~나큰 전쟁말고... 아이가 있으니 말썽피운다는 의미.. 그 아이와 한판승을 벌인다는 의미로 ‘전쟁’이라고 한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일지만.. 솔직히 책표지만 보고서는 어떤 정확한 해답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답을 알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책장을 얼른 넘겨버렸다.

“ 카밀로 중학교 7학년 아이들 가운데 베이커 선생님이 태양보다 더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하는 아이가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다 ” (나=홀링 후드후드) 

  흠.. 예상이 어느정도 들어맞았군! 말썽만 피우는 ‘나’란 녀석과 베이커 선생님의 한판승.. 그런 전쟁이었던 것이야! 그래 홀링 후드후드.. 도대체 어떤 말썽을 피운거지? 어디 얘기나 한번 들어볼까? 베이커 선생님.. 착한 분일텐데.. 녀석 때문에 얼마나 힘드실까요?
하지만...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홀링 후드후드는 절대 말썽꾸러기가 아니다. 베이커 선생님은 ‘선한’ 선생님이 아니었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나중엔 아닐지라도.

  왜 하필 홀링 후드후드군이었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리 거리’를 경계로 하여 남쪽에 사는 아이들은 ‘ 성 아델버트 성당’으로 미사를 드리러 다니며 북쪽에 사는 아이들은 유대교 교회인 ‘베델 성전“ 에 다닌다. 홀링 후드후드는 그 딱 중간인 ’완벽한 집‘에 살며 반에서 유일한 장로교 신자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종교 수업을 들으러 가는 시간은 수요일 오후.. 유일한 장로교 신자인 홀링만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홀로 교실에 남는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쯤에서 홀링의 입장이 아닌 베이커 선생님의 입장에서 사건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 때 내가 어린이집 선생님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좋은 선생님이 되고자 무던히 노력하였지만 꼭 반에서 한 두명은 그 결심을 흔들리게 만드는 그런 아이가 있었다.  천진난만... 순진무구.. 그런 얼굴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선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때리고, 선생님의 말을 무시하고.. 기타등등 그런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집에서 너무 많이 먹고 와서 일주일에 몇 번 토하는거.. 그래서 일년내내 교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가시지 않게 하는것..  컸는데도 대소변을 못가리는거.. 선생님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떠는거.. 하루종일.. 몇 달을 엄마 보고싶다고 울어대는거.. 등등 이런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란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선생님의 애로사항? 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으로 감싸기엔... 좀... 정도가 있지...   그래서 난 베이커 선생님께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 기분을 아니까...  수요일 오후.. 잠시나마겠지만.. 그 비어있는 시간이 갖는 무궁무진한 의미를 아니까.. 그 소중함을 아니까..
그래서 베이커 선생님이 그 시간의 방해꾼인 후드후드에게 전교의 칠판 지우개를 모두 털어오라고 했어도.. 쥐 우리 청소를 시켰어도 다 이해가 됐던 것이다. 얼마나 미웠을까.. 아니 애는 밉지 않아도 그 시간이 너무 간절했을지 모르겠다..
 사실 애정과 증오의 경계는 분명 종이 한 장.. 얇디 얇은.. 그런 것일거다.

처음엔 증오의 마음으로 건넸을 세익스피어의 책을 후드후드가 재밌게 읽고 그 책을 통해 선생님과, 어른들과, 부모님과, 친구들과 소통하고 성장해가는 후드후드의 모습을 보며 베이커 선생님도 점차 애정의 마음을 갖게 되었을거라 나는 그리 생각한다. 그런 베이커 선생님의 모습에 스르르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애로가 많던 녀석들을 지금도 떠올리고 좋은 추억이라며 간직하고 있는것처럼.. 그래 너는 토해라.. 치우면되지..  대소변을 못가리면 가리게 만들어주고, 깔끔떨면.. 그래 내가 한번이라도 더 닦으마 생각하고, 엄마보고 싶다면.. 여기선 내가 네 엄마야... 하고 납득할때까지 말해주었던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교사’라는 직업인으로 한층 성장하는 베이커 선생님의 모습이 남다르지 않게 다가왔던 것이다.

후드후드가 베이커 선생님을 통해 한층 성장했다면, 베이커 선생님 역시 후드후드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마음도 한층 성장했다.

  이 책이 좋은건 단지 해피엔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해피엔딩이라는 점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이 책 안의 등장 인물들은 시대와 함께 그리고 모두와 소통하며 서로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나는 너무 따스해 보이고 든든하며 눈물짓게 할만큼 감동적이었다. 마이티를 받아들이는 비지오 선생님이 있고,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에 사과하는 메릴 리가 있고, 더그와 대니의 끈끈한 우정도, 누나를 이해해 가는 홀링의 모습도 책 안에서 모두 한데 녹아 따스한 코코아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그 따스한 온기를 지닌 인생이 행복해 보인다.

홀링 후드후드.. 네 이야기는 해피엔딩.. 어때? 처음의 너의 말.. 이젠 취소해도 되겠지?

베이커 선생님은 아무래도 널 이글이글, 지글지글 사랑하시는것 같구나..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k6610 2010-02-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의 리뷰랑은 비교가 되지 않게 정말 내용이 좋은 것 같아요.(저도 열심히 써야겠네요.) 책 표지 그림을 보시는 것... 저도 책 읽을 때 이렇게 표지부터 꼼꼼히 봐요.<<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그리고 코코아처럼 따스하다는 표현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에스더 2010-02-21 22:26   좋아요 0 | URL
댓글을 이제사 봤어요..
리뷰를 재밌게 읽어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예전에 제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아... 이 책... 내가 이렇게 읽었지... 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