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길거리 간식 - 안심 재료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 만들기
이미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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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자극하는 요리책이다. 추억을 자극하는 요리책이기도 하다.

하교 후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파는 각종 분식, 간식들을 먹으며 수다떨기에 몰두했던 그 때가 떠오른다. 징그러울 정도로 떡볶이며, 떡꼬치, 튀김, 달고나(뽑기), 붕어빵, 닭강정, 호떡, 아이스크림 등등 많이 먹었는데 말이다. 길거리 간식을 떠올리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함께 먹었던 친구들과 즐거웠던 때가 떠올라 참 기분이 좋아진다.

호기심 뿐 아니라 이렇게 추억까지 자극하는 요리책 < 엄마표 길거리 간식 >에는 그 시절 함께 먹었던 음식을 이제는 길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먹을 수 있게 소개해준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등장하는 음식들은 아, 맞다 이런 것도 먹었어.. 아, 이거.. 하며 나를 흥분시켰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떡볶이, 떡꼬치 등의 음식 뿐 아니라 살짝 변형시킨, 순대 꼬치, 간장 뱅어포 떡꼬치, 두부 미니 피자, 연근전, 호두 떡 잡채 등의 음식은 간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이고 싶고, 간식 속에 영양까지 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리를 소개하기 전에 간단한 요리 이야기가 첨부되어 있다. 간식을 만들기 위한 요리 도구, 사용하기 쉽게 나온 아이디어 제품 소개, 간식에 활용하면 좋을 재료 등 소개는 참고할만하다. 또한 이 책에 소개된 요리를 만들 때에는 보다 건강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계량도 편하게 밥숟가락을 이용하고 있어 요리를 만들 때 편리함을 높였다.  

 

 

책에 나온 요리 중에서 “ 길거리 토스트”를 따라 만들어 보았다. 재료는 옥수수 통조림, 당근, 양배추, 대파, 달걀, 식빵, 버터, 머스터드 소스, 케찹, 딸기잼이 필요했다. 재료를 썰고 달걀을 풀어서 같이 섞어 두고, 먼저 팬에 버터를 두르고 식빵부터 부쳐낸다. 식빵 한쪽 면에는 머스터드 소스와 케찹을, 다른 면에는 딸기잼을 바르고, 달걀과 함께 부쳐낸 야채를 가운데에 끼우면 완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트럭에서 파는 토스트가 완성된다.

맛을 보니 살짝살짝 씹히는 야채와 옥수수와 부드러운 달걀, 그리고 소스, 잼 등이 입 속에서 조화롭게 섞이고,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포만감을 주었다.

간식이라고 하지만 양조절을 잘하면, 식사 대용으로 할만한 요리도 있어 활용도가 높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어디서 무얼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된다면, 걱정만 하지 말고, <엄마표 길거리 간식>과 같은 책의 도움을 받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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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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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애도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경건함, 차분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끊임없이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하지만 이 질문은 죽음에 대한 탐구 뿐 아니라 결국은 ‘삶’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주인공 에구치 미노루는 오오노지마라는 섬에서 일생을 살아갔던 사람이다. 전쟁 때문에 잠시 시베리아 벌판에 나갔던 때를 제외하고 언제나, 섬에서 사랑하고 이별하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기시감’을 잘 느끼는 것이다. 언제가 와봤던 느낌, 언젠가 봤던 사람같은 느낌... 보통 전생의 기억이라고 알고 있는 기시감이지만 미노루의 경우 가까운 미래도 기시감처럼 느끼고 있다. 기시감으로 그는 어떤 불행이나 슬픔, 기쁨도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만큼 감정의 기복 역시 크지 않았다. 그의 감정은 그렇게 소설 전체의 분위기로도 이어진다. 죽음에 대한 탐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기에 진지할 수밖에 없지만 가끔은 그런 감정이 힘들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역시나 한줄기 희망을 주는 것은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알게 되는 삶의 깨달음, 누구도 아닌 자기 스스로 찾아낸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 미노루, 이게 죽음이란 거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어. 죽음이란 잊는 거야. 하지만 잊지 않는다면 늘 함께 있는 거란다. 언제까지고 말야.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 ” (p138)

“ 슬프다는 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죽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야. 고통스러울 거라 생각하는 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지. 죽음은 그런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거다. ”

“ 극락은 없다. ”

“ 그러니까 지옥도 없지. ” (p172)

아, 희망적인 말이 없었다면 책의 분위기에 빠져 음울함의 늪을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애도하는 사람’을 읽을 때에도 주인공이 하는 행동,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들은 나에게 감동적이기 보다는 도대체 왜? 하는 의문만 남겼다. 총, 전쟁, 죽음 등은 내가 다루기 힘들어하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진 것이라 앞부분을 읽는게 힘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총, 전쟁을 다룬 부분이 끝나고 전개되는 이야기부터는 좀 읽기 쉬워진다.

“ 다들 어디로 가신 걸까? 어째서 모두 사라져야 한단 말이냐. 우리도 머지않아 그렇게 되겠지만......”

“ 해답이 있는 게 아니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니 원.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저세상으로 가보지 않은 한 알 수 없는 법. 알 수 없다는 게 결국 답이겠지. ” (p307)

“ 골불 준비를 하면서 저는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왔습니다. 죽음을 직시하면서지요. 어렸을 때는 죽음의 정체를 몰라 그저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길든 짧든 자기 삶이 다하는 곳에 죽음이란 입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그럴듯한 논리로 파악하기는 싫습니다. 죽음은 생각을 초월하고 존재를 초월한 깊은 우주입니다. 기요미는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무라 했습니다만, 저는 죽음이란 늘 곁에 있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는 것들 곁에 있는 것, 그것이 평온한 죽음일 것 같습니다. ” (p329)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책을 읽는 중에 느껴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잔잔히 다가오는 삶과 죽음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이 한평생 가졌던 의문들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미노루의 삶을 지켜보면서 역시 삶이란, 또 죽음이란, 짧은 시간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아주 먼 훗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도달했을 때 그 때 평가해야 하는, 생각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는 삶이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처럼, 끝까지 읽어 보는 것이 좋다. 읽는 중에도 미노루처럼 질문하고 삶의 답을 찾아본다면 소중한 독서의 시간이 되어 줄것이라 믿는다.

삶이란 원래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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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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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지금 ‘문화로 먹고 살기’를 바라고 있는 입장이니, 이 책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마냥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글만 써서 살 수 있다면... 음악만 하고 살 수 있다면...  피아노만 치고 살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상상이 아닐까.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 현실의 벽은 높다” 라는 것. 그것도 상당히 높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미쳐 있다고 그것만 하고 살기엔 세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다.

<문화로 먹고 살기> 라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다시금 깨달을 뿐이다. 각 분야별로 변화가 정말로 절실하며 시급하다.



초반에 나온 ‘문화 경제학’을 배로 비유한 표현은 참 탁월하고 독특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은 유조선, 공무원들이 탄 배는 군함이나 경비정, 문화 산업은 ‘유람선’이라고 표현했다. 이 유람선에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거나, 유람선의 기능을 하는 배의 수를 늘려서 더 많은 재미를 누리며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 내가 생각하는 유람선의 주인은 바로 사람이다. 그걸 군함이나 화물선 취급을 하고 싶지는 않다. ” (p23 프롤로그)

그러면서 ‘한류’ 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그룹’ 들을 ‘수출 역군’ 정도로 취급해 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한번도 이런 시선으로 한류를 바라본 적도, 더 나아가 문화 산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참 신선하다고, 또한 무릎을 탁 치며 아하, 할 정도로 절묘한 표현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방송, 텍스트(책), 영화(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연극 포함), 음악(클래식, 국악 포함), 스포츠로 나누어 각 방면에서 그것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 문화계를 좀 더 부흥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관해 고민하고 또 제안한다.

그 어떤 분야든지 모두를 아우르며 내려진 결론이랄까, 결국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일 것이다.  ‘삽질’ 그만하고 그 돈으로 문화 혜택을 누려 봅시다. 좀. 

저자의 말처럼 이 정권이 끝나고 나면 과연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정말 문화로 먹고 살수만 있다면, 문화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겁주고, 협박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삶이 아니라 흥겹게 즐겁게 하고 싶은 일들을 ‘ 모두 함께’ 누리며 할 수 있다면,

그저 바라만 보고, 부러워하면서가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바라게 된다. 여기 나온 제안들은 보면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국가가, 혹은 어떤 단체들이, 아니면 문화계에 속한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이 많다. 국민들이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을까?

불법 복제를 하지 말고 돈내고 영화보기, 책을 많이 팔아주고, 그런 것 말고 뭔가 획기적인 것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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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왕자 1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뱅상 뒤트레 그림,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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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읽고난 지금 감탄이 절로 나온다. ‘ 소설’ 이라는 장르 안에 이렇게 과학적인 내용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담아낼 수 있다니.. 그러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1권이 끝날 때 트리스탐과 미르티유, 톰, 그리고 북쪽 구름 나라의 다가올 운명이 어찌나 궁금해지던지... 역시나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다리는 것은 고문과도 같이 참기 어려운 일인데 다음 권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북쪽 구름나라, 가운데 구름나라, 블루베리 마을과 같이 가상의 지역이 배경이다. 특히나 평화로운 블루베리 마을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고도 2000미터의 구름 위에 있는 마을이고, 구름에서 벗어나면 지상으로 추락한다는 설정을 해두었는데 상상력을 부추기는 흥미로운 점이었다. 가운데 구름나라는 지구의 기후를 무기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구를 지배할 목적을 가지고 끊임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들에 맞서는 트리스탐과 톰, 미르티유의 이야기가 큰 기둥을 이루는 줄거리이다.


 

  

맨 첫장을 넘기자 문제가 나온다.

문제 1> a.  우주에서 보면 태양은 무슨 색깔일까?

b. 하늘은 왜 파란색인지 설명하시오.

간단한 문제라며, 답도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답을 말할 수 없었다. 내 과학적 지식이 이렇게 얕은가, 하는 탄식이 나오며 답을 알고픈 마음에 책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이렇게 우리 곁에 있으면서 당연시하게만 생각했던 자연에 대해 궁금증을 갖도록 한다. 산, 바람, 태양, 항성, 별, 빛 등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보도 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이러한 점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 구름들이 꼭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 너 봤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여! “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자연.

지금 소중히 하고 아끼지 않으면 잃고 후회하게 된다. 내 옆을 스쳐가며 간질이는 바람, 두 눈 똥그랗게 뜨게 만드는 번개, 가지각색의 모양을 가진 구름... 내 두 눈으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지금 이순간이 그저 마음 뿌듯하다. 무기가 되어 인간을 벌할 수 있어진 지구의 기후라니, 상상만으로도 오싹해진다. 트리스탐과 톰, 미르티유는 이러한 지구의 환경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의 앞으로를 계속 주시하게 되는 이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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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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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읽고 스페인에 가고 싶었다는 사람을 많이 봤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유럽에 있는, 투우의 나라, 정열의 나라라고 알고만 있던 스페인이 그 책을 통해 가우디와 돈키호테의 나라, 열정 가득한, 색채의 아름다움이 있는 나라, 마음만 있으면 한없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두근두근대는 마음으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고 바뀌어 있었다. 그 뒤에도 손미나씨가 내는 책들은 찾아 읽게 되었다. 어쩌면 스페인으로 대변되어 있던, 그녀의 뜨거운 열정이 나는 참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여행 이야기가 아닌 ‘소설’이란 새로운 장르의 책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테오와 레아, 그리고 장미와 로베르이다. 대필 작가인 장미가 레아, 한국 이름 최정희, 화가로 활동하다 사망한 그녀의 삶을 책으로 내려고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식당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가방이 뒤바뀌고, 가방을 찾다가 로베르와 만난다. 이 모든 것은 어쩌면 ‘운명’ 이라는 신이 감독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우연과 운명이 교차되면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흥미롭긴 하다. 처음에는 다소 산만함이 느껴져 몰입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감각의 과잉이랄까? 글을 읽다보면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인 여러 감각을 모두 열어놓고 책에서 말하는 그 감각을 상상으로나마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아진다. 어느 정도 작가의 이야기 방식에 익숙해진 후에는 읽어나가기가 편해진다.

파리, 마르세유, 봄레미모자, 런던의 이국적인 풍경, 고흐, 세잔, 들라크루아와 같은 미술가 에 얽힌 이야기, 히틀러에 관한 숨겨진 소문 등의 흥미로운 소재를 잘 버무려 놓았다. 장미와 테오의 교차되는 시선도 좋다. 배경과 사건은 좋았는데, 아쉬운 것은 ‘인물’ 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모임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된 학력도 배경도 부족한 테오가 일류 가문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자란 그들의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대화를 읽으며 나는 아무 감흥도 없었는데, 레아를 비롯한 모임의 주최자들이 테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의아한 기분만 들었다. 레아가 아버지가 벌인 일에 휘말려 테오와 멀어지는 것도 뭐랄까, 너무 신파적인 듯 싶다.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중요 인물들이 이렇게 힘이 떨어지니 아무래도 작품 역시 부족함이 느껴진다.

참 많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이런 부족함 때문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왠지 그녀를 믿어보고 싶어진다. 그동안의 여행 에세이를 통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녀이기에, 소설이라는 장르에 익숙해지면, 그러니까 한 권 한 권 소설을 꾸준히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또다시 감동적인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가 생긴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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