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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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지금 ‘문화로 먹고 살기’를 바라고 있는 입장이니, 이 책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마냥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글만 써서 살 수 있다면... 음악만 하고 살 수 있다면...  피아노만 치고 살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상상이 아닐까.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 현실의 벽은 높다” 라는 것. 그것도 상당히 높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미쳐 있다고 그것만 하고 살기엔 세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다.

<문화로 먹고 살기> 라는 책을 읽으면서 정말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다시금 깨달을 뿐이다. 각 분야별로 변화가 정말로 절실하며 시급하다.



초반에 나온 ‘문화 경제학’을 배로 비유한 표현은 참 탁월하고 독특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은 유조선, 공무원들이 탄 배는 군함이나 경비정, 문화 산업은 ‘유람선’이라고 표현했다. 이 유람선에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거나, 유람선의 기능을 하는 배의 수를 늘려서 더 많은 재미를 누리며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 내가 생각하는 유람선의 주인은 바로 사람이다. 그걸 군함이나 화물선 취급을 하고 싶지는 않다. ” (p23 프롤로그)

그러면서 ‘한류’ 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그룹’ 들을 ‘수출 역군’ 정도로 취급해 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한번도 이런 시선으로 한류를 바라본 적도, 더 나아가 문화 산업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참 신선하다고, 또한 무릎을 탁 치며 아하, 할 정도로 절묘한 표현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방송, 텍스트(책), 영화(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연극 포함), 음악(클래식, 국악 포함), 스포츠로 나누어 각 방면에서 그것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 문화계를 좀 더 부흥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관해 고민하고 또 제안한다.

그 어떤 분야든지 모두를 아우르며 내려진 결론이랄까, 결국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일 것이다.  ‘삽질’ 그만하고 그 돈으로 문화 혜택을 누려 봅시다. 좀. 

저자의 말처럼 이 정권이 끝나고 나면 과연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정말 문화로 먹고 살수만 있다면, 문화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겁주고, 협박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삶이 아니라 흥겹게 즐겁게 하고 싶은 일들을 ‘ 모두 함께’ 누리며 할 수 있다면,

그저 바라만 보고, 부러워하면서가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빨리 왔으면 바라게 된다. 여기 나온 제안들은 보면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국가가, 혹은 어떤 단체들이, 아니면 문화계에 속한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이 많다. 국민들이 나서서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을까?

불법 복제를 하지 말고 돈내고 영화보기, 책을 많이 팔아주고, 그런 것 말고 뭔가 획기적인 것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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