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건 아니고.. 2013년에 있은 EBS 초청 강연을 새삼 뒤늦게 지금 본 까닭에 그냥 생각해 봤다. 우리나라에선 이른바 '미소금융'이란 이름으로 실행되고 있는 마이크로크레딧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국에서 강단이 아닌 가난이란 현실과 맞닥뜨린 유누스 박사가 기본의 금융권에선 도무지 돈을 빌릴 수 없는 계층을 상대로한 은행, 그라민 뱅크로부터 시작된 일이다. 빈곤을 제도의 문제로, 그래서 잊히거나 과거의 유물로 남게하자는 그의 포부가 남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단순히 돈을 대출하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가령 솔라 시스템이라든지 유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양 요거트 기획이라든지 하는 여러 방면에서의 사회적 기업 활동이 인상에 남았다.
물론 이처럼 그가 하는 활동이 다방면에 있는 만큼 그를 꼭 마이크로크레딧의 전신(全身)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몇몇 뼈 있는 글도 있다는 걸 생각하며 균형 있는 독서생활(?)을 가져본다. (구글에서 도서 검색란에 '장하준 그라민'이라고 치는 것만으로도 해당하는 내용 단락은 충분히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경제와사회]에 실린 '국제금융기구와 빈곤 축소 프로그램'이라는 글도 읽으면 좋겠다. 가령,
"NGO의 영리화 현상은 그라민 은행과 미국의 몬산토(Monsanto) 그룹 간의 계약 에서도 관찰된다. 유전자 변형농산물 생산으로 유명한 몬산토 그룹은 빈번하게 국제 농민, 환경단체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8년 6월 25일 그라민 은행은 몬산토 사에서 15만 달러의 자금을 받기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 환경운동 및 농민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 돈은 그라민 은행을 통해 대출 형태로 방글라 데시 농민에게 배분되었는데, 대출을 받은 농민들은 이 돈을 몬산토 사의 제초제, 혼성미(hybrid rice), 혼성 옥수수, 목화 종자를 포함한 농업제품과 기술을 구입하는 데 써야 했다. 이 사건에서처럼 공동체의 신뢰와 사회적 자본에 토대를 둔 NGO와 마이크로파이낸스 네트워크는 국제금융공동체의 구조조정이 거시적인 차원에 서 수행하는 금융적 징계, 즉 조건부 지원을 미시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수행 하는 저비용 ‘사립탐정(Pinkerton)’(캐나다의 농업 및 환경 NGO인 RAFI가 그라민 은행을 비판하며 붙인 별명)으로 기능하기도 한다(RAFI, 1998)."
라는 단락의 시사점과 그 방향성을 말이다. 위 논문 결론에서의 말처럼 비판적인 평가가 섣부른 만큼 효과성에 대한 단언도 어렵다는 반증으로 많은 참고를 할 필요가 있겠다. 단지 사회적이고 명망이 있다는 이유로 너무 따르기만 하기 보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