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지고 새싹들이 올라오고 있다
오래된 고목들의 새싹의 연두빛이 보고 싶어 근처 담양 관방제림 예술창고로 모임하는 회원들 옆구리를 찔렀다
눈으로는 연두빛을 담고 귀로는 음악이 들어오고 머리와 입으로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곱씹고 담고..

여행기를 읽으면서 눈으로만 머리로만 입으로만 읽을수는 없지않은가
비록 연암의 여로를 따라갈수는 없어도 계절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햇빛을 느껴야 할것 같다

이 가까운 길에도 길치는 어쩔수 없어 길도 잃어 시골 동네길을 따라 대치. 수북. 심지어 메타세콰이어가 양옆으로 늘어져 있는 담양의 모든길들을 헤매고 다닌듯 하다
잘못했으면 순창으로 넘어갈뻔~~

덕분에 원없이 한없이 돋아나는 새싹을 보고 또 보고
드리이브 제대로 했다

역시 여행은 길을 잃어야 제 맛이다


열하일기속
산해관에서 북경까지의 이야기
관내정사

- 강산이 그림같이 아름답구먼 하기엔 내가,
˝자넨 강산도 모르고 그림도 모르네. 강산이 그림에서 나왔는가? 아니면 그림이 강산에서 나왔는가? 그러므로 무릇 ‘흡사하다‘‘같다‘‘유사하다‘‘닮았다‘‘꼭 같다‘등은 같은 것을 비유하는 말들이지만, 그러나 비슷한 것을 가지고 비슷하다고 비유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슷한 것일뿐이지 진짜는 아니네.. (p393)

- 대저 제것 아닌 물건에 손을 대는 놈을 일러 도적놈이라 하고, 살아 있는것을 잔인하게 대하고 사물에 해를 끼치는 놈을 화적놈이라고 하느리라. 네놈들은 밤낮을 쏘다니며 분주하게 팔뚝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남의 것을 훔치고 낚아채려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심한 놈은 돈을 형님이라 부르고 장수가 되겠다고 제 아내조차 죽이는 판인데 삼강오륜을 더 이야기할 나위가 있겠느냐? (p424)

- 감히 물어본다. 하늘이 행동과사업을 통해서 보여 준다고 한다면 오랑캐가 중국의 제도를 바꾸고 고친 것은 천하의 큰 치욕일 터이니 인민들의 혹독한 원한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하여 사람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하늘도 이기기는 하지만 결국 하늘이 정해지면 사람을 이기게 된다는 격언이 그 자리에 횡행하게 되며 하늘과 인민이 임금을 도와주고 편을 든다는 말은 도리어 그 기세에 눌려 늘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그 격언에 순종하게 되고 앞 시대 성인의 말씀에 징험해 보아도 부합하지 않으면 문득 ‘천지의 운수가 이와 같은 것이야‘라고 말하게 된다 (p429)

 

- 공자가 일직이 나라 다스리는 법을 묻는 제자에게 답했으나 이는 다만 말로만 대답했을 뿐이지 실제 몸소 실천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후세에 하늘의 뜻을 계승하여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임금들은 그 학문이 꼭 공자보다 나은 것은 아니었지만 공자가 했던 말을 즉시 거행하기도 했다. 이것은 어찌 중화민족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겠는가? 오랑캐 출신으로 중국의 주인이 도니 자들도 그 도를 물려 받아서 자기것으로 삼지 않은 임금이 없었다.  의식이 풍족해야  사람이 예절을 안다고 했으니, 자기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하려는 후세의 임금들은 그 자신이 차라리 각박하고 베푼 은혜가 적다는 불명예를 뒤집어 썼을지언정, 어찌 자기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오직 위태하고 도심은 미약한 즈음에 임금이 과연 어떤 마음씨를 썼는가를 논하고, 임금이 한 사업이 공적인 것인가 혹은 사적인 것이가를 따져본다면, 그들 임금을 두고 소위 '마음씨가 정밀하고 전일했다'는 뜻의 유정유일의 마음씨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p459)

 

- 천하에 정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면이라도 있다면 그에게는 여한이 없을 것이다. 아! 사람들의 심정은 항상 그런 사람이 있는지 스스로를 살펴보아서, 한 명도 없으면 때로 큰 바보가 되거나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이럴 때 내가 아닌 남의 처지에서 나를 살펴보아, 나라고 하는 사람이 만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느껴져야, 장차 몸놀림이 자유로워져서 여유가 있고 거리낌이 없을 것이다. 성인들은 이런 방법을 사용했으므로 세상을 버리고 은둔해도 고민이 없을 수 있었으며 외롭게 혼자 있어도 두려움이 없을 수 있었다. 공자는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답지 않겠는가?"라고 했으며, 노자도 "나를 알아 주는 사람이 드물다면, 아마 나는 귀한 존재 일 것이다"라고 했으니, 그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 사람의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미상불 천하에 한 사람쯤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p 471)

 

- 이렇게 천하 사람들이 나를 몰라보게 되었으니 나는 성인도 되고 부처도 되고 현인과 호걸이 도니 셈이다. 거깃 미친 체 했던 은나라 기자나 초나라 접여처럼 미쳐 날뛰어도 되겠지만 장차 누구와 함께 이 지극한 즐거움을 논할 수 있겠는가?  ( P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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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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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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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아마 어렸을때부터 동화책을 통해서 많이 접했던 꽃이다
하지만 꽃에 딱히 관심이 없던 나는
최근에서야 할미꽃이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하얀털이 있다는 것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것밖에 몰랐던 할미꽃
실제 꽃색이 이렇게 고운 자주색일거라고는
부들부들한 털에
그리 크지 않은 키에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지는 않은 꽃이던데..
왜 할미꽃일까
지고 난 후의 모습이 할머니같아서 일까

꽃말은 또 왜이리 슬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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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4-12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미꽃을 이렇게 자세하게 보는 건 처음이에요~~~고맙습니다 지금행복하자 님!^^

지금행복하자 2018-04-12 16: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당~^^ 멀리봐도 예쁘지만 가까이 봐서 더 예쁜듯 해요

cyrus 2018-04-1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미꽃을 가까이서 보니까 꽃잎에 난 털을 한 번 만져보고 싶어요. 왠지 보드라운 촉감이 느껴질 것 같아요. ^^

지금행복하자 2018-04-12 16:58   좋아요 0 | URL
엄청 부드러워요~~ 부들부들.. 생각보다 더요~
 

송광사에서 선암사 가는 길
예전 아니 지금도 스님들은 이길을 따라 송광사에서 선암사를 넘나들고 있을것 같은 길..
우리는 이 길 중간쯤 어딘가에 있는 보리밥을 먹으러 가는길..
그러나 생각보다 멀고 돌길이어서 도중에 하차하고 말았다
송광사에서 약 20~30분 걸어왔을때 세워진 이정표에 그 보리밥집이 약65분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휴식시간 빼고..
그럼 우리걸음으로는 그 두배를 각오해야 하는데...
왜 우리는 올라가는 길에 그 이정표를 못보고 내려오는 길에 봤을까..

그래도 덕분에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소리
뿌연 도시로 들어와 숨 쉴 틈을 만들어줄 만큼 충분히 만끽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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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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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4: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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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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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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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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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깊이 들여다 본다
사뿐히 즈려밟을 진달래가 아니라
지긋이 지켜봐야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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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뭔가를 끄적이고픈 가슴이 팔딱팔딱 뛴다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일만 하고 있는것 같아 침체되어 있었는데
다시 물 만난 물고기가 헤엄치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 시절의 청량함과 설레임 불안함 그리고 금기에 대한 죄책감까지.

이탈리아 북부의 찬란하지만 나른해 보이는 여름과 청춘의 흔들리는 감정을 느낄수 있었던 영화
엘리오의 마음을 따라 울다 웃다 울고..
태양이 너무 찬란해보여 더 울고 싶었고..
이 여름을 찍기위해 9년을 찍었다던데
충분히 그 노고가 느껴지더라는..

살구와 복숭아를 당분간은 있는 그대로 보지 못 할지도..

동시에 내가 이제는 누구의 엄마여서 일까
엘리오의 부모님의 태도가 더 맘에 들어오는건
아들의 사랑을 눈치채고
자리를 만들어주고 모른척해주지만
무시가 아니라 그 감정을 인정해주는 그 마음..

그 대사를 따라 적었어야 했는데..
적고 싶었는데..

책을 먼저볼까 영화를 먼저 볼까 고민했는데
시간이 시키는대로 영화부터 본것이 후회는 되지 않는다..

이 감독의 욕망시리즈 나머지도 뒤져보고프다

일단 책 부터..

장기간의 프로젝트로 책들을 읽고 있어 다른 책 잡기가 참 어려웠는데 자극제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생겨 너무 좋다




* 찾았다
기억하고픈 아버지의 대사

아버지 : “둘이 서로를 찾은 건 행운이었어.
              너도 좋은 사람이니까”

엘리오 :” 올리버가 저 보다 더 
              좋은 사람 같아요. 저보다 훨씬”


아버지: “올리버는 반대로 말할 걸.”

엘리오 : “그럴 것 같아요”

아저지 : “둘 다 좋은 사람이니까.
정말 생각도 못한 순간에
세상은 우리의 약점을 교묘하게 찾아내지
그저...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겠지.
다시는 어떤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다거나
네가 가졌던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 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

그런데 아프기 싫어서 
그 모든 감정을 버리겠다고?
그건 너무 큰 낭비야

이거 하나만 기억하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단 한 번 주어진단다
그런데 너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닳아 해지고 몸도 그렇게 되지
...
지금의 그 슬픔 
그 괴로움
모두 다 간직하렴

네가 느꼈던 기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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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4-0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인상 깊은 대사를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영화를 다 본 느낌이 안 들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8-04-07 09:09   좋아요 0 | URL
다시 봐야겠는데 상영하는 극장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

:Dora 2018-04-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넘 보구싶어요

지금행복하자 2018-04-07 09:08   좋아요 1 | URL
꼭 보시기를요~~

blanca 2018-04-07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고민중이었는데 영화를 먼저 봐야 하는 걸까요? 시작도 전에 벌써 설레인다는^^;;

지금행복하자 2018-04-07 09:08   좋아요 0 | URL
영화보고 책 봐도 괜찮은것 같아요. 다른부분들이 제법 나와서 비교하면서 읽어도 재미있어요.영화가 수작이어서 책읽는 재미도 주고 있어요~^^